탈출구 없는 지방 공항
‘탈출구가 없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 공항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방 공항을 경영하고 있는 한국공항공사 내부에서도 공개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지방 공항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없는 것인가?’라는 물음에 “(지방 공항을) 살릴 수 있는 묘안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항공 수요가 모자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TX 2단계 개통, 김포~울산 노선 직격탄지방 공항의 문제는 수요 예측의 오류, 정치 논리에 따른 공항 건설 등에서 찾을 수 있지만 KTX의 개통과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속도로 때문에 지방 공항의 경쟁력이 날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무엇보다 KTX가 영호남 지역에 잇따라 개통되면서 지방 항공 이용객의 감소세가 뚜렷하다. 국토해양부는 3월 초 KTX 2단계 개통 후 4개월간 김포~김해 노선, 김포~울산 노선, 김포~포항 노선의 여객 증감률을 발표했다. 이 중 김포~울산 노선의 타격이 가장 크다.
전년에 비해 이용객이 37.2%(33만1862명→20만8300명) 급감했고 탑승률도 70%에서 51.1%로 18.9% 포인트 줄었다. 김포~포항 노선은 전년의 9만4130명의 이용객이 올해 7만4125명으로 21.3% 줄어들었다. 탑승률도 53%에서 47.1%로 5.9%포인트 감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광주·무안 공항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KTX 개통에 따른 수요 감소가 전국 지방 공항 중 가장 클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있다.
작년 11월 민주당 박기춘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에서 공개한 한국교통연구원의 ‘제4차 공항 개발 중·장기 종합 계획’에 따르면 2014년 호남고속철 1단계 개통에 따른 지방 공항의 여객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김포~광주·무안 공항은 무려 64.2%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김포~여수 노선도 47.1%나 감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KTX가 개통된 이후 항공사에서 운항 편수를 축소하면 9~18%의 추가 감소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여객 수요 감소에 따른 지방 공항의 적자 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청와대와 여권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이후 그 대안으로 영남권과 인천공항을 2시간 내에 연결하는 직통 KTX와 동남권 KTX를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영남권 지방 공항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경부고속철도의 광명역이나 천안 아산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는 KTX를 5년 이내에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인천공항 KTX가 건설되면 대구~인천공항은 1시간 30분, 부산~인천공항은 2시간 이내에 연결된다.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이 사실상 없어진다는 것인데, 당연히 기존 지방 공항의 고객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인천공항 KTX와 함께 대구~마산·진주 노선과 경북 내륙 노선 등 동남권 KTX를 조기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국을 KTX 네트워크로 연결해 전국 어디서나 2시간 내에 인천공항에 닿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지방 공항들도 항공 수요를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 공항공사는 현재 항공사에 소규모 지방 공항을 이용하면 사용료 감면 인센티브를 주고 있고 지방 공항을 이용하는 여행사에도 회의실 등 사무기기를 무료로 제공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지방 공항에 항공기 운항 시 항공사에 손실보전금을 지원하고 여행사에도 단체 여행객을 유치하면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권오준 기자 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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