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갑부 리카싱 회장 ‘함박웃음’ 왜?

홍콩의 리카싱(李嘉誠·82) 청쿵(長江)실업 회장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그가 야심차게 추진한 3세대(3G·고속) 이동통신망 사업이 7년 만에 처음으로 흑자를 낸 덕분이다. 홍콩에서 리 회장은 하는 사업마다 성공해 ‘슈퍼맨’으로 불리지만 누적 손실이 1570억 홍콩 달러(22조3333억 원)에 달한 3G 사업은 그의 명성에 흠집을 낸 ‘미운 오리 새끼’였다.

리 회장은 3월 29일 홍콩에서 청쿵실업 계열 허치슨왐포아의 3G 부문이 2003년 사업을 시작한 이후 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29억3000만 홍콩 달러(4168억 원)로 2009년 89억 홍콩 달러(1조2660억 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허치슨왐포아의 전체 순이익은 전년 대비 47% 증가한 200억 홍콩 달러(2조8450억 원)에 달했다.

허치슨왐포아는 유럽의 영국·이탈리아·아일랜드·스웨덴·덴마크·오스트리아·호주 등 14개국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항구·부동산·호텔·유통·인프라·에너지 등의 사업도 벌이고 있다.

리 회장은 “허치슨왐포아가 새로운 시기에 들어섰다”라며 “3G 사업이 더 이상 수익성을 끌어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허치슨왐포아는 3G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약 300억 달러를 투자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허치슨왐포아 주가는 리 회장이 3G 사업에서 손실을 내지 않는 때부터 배당을 늘리겠다고 공언한 지난해 8월 이후 약 70% 상승했다.

기업 공개 통한 자금 조달에도 나서
<YONHAP PHOTO-2410> Hutchison Whampoa Chairman Li Ka-shing answers a question during a news conference announcing the company's annual results in Hong Kong March 29, 2011. Hutchison Whampoa Ltd, billionaire Li Ka-shing's ports-to-telecoms flagship company, beat expectations with a 47 percent rise in 2010 earnings, driven in part by a turnaround in its 3G telecom operations. REUTERS/Bobby Yip   (CHINA - Tags: BUSINESS HEADSHOT)/2011-03-29 19:36:0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Hutchison Whampoa Chairman Li Ka-shing answers a question during a news conference announcing the company's annual results in Hong Kong March 29, 2011. Hutchison Whampoa Ltd, billionaire Li Ka-shing's ports-to-telecoms flagship company, beat expectations with a 47 percent rise in 2010 earnings, driven in part by a turnaround in its 3G telecom operations. REUTERS/Bobby Yip (CHINA - Tags: BUSINESS HEADSHOT)/2011-03-29 19:36:06/ <저작권자 ⓒ 1980-2011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리 회장은 잇단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도 나서고 있다. 3월 18일 싱가포르 증시에 허치슨왐포아 계열 허치슨포트홀딩스트러스트의 사업 부문을 상장한 게 대표적이다. 리 회장은 이를 통해 55억 달러를 조달했다. 올 들어 아시아 최대 규모 IPO다.

리 회장은 이어 위안화 표시 증권을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 위해 3월 30일부터 4월 11일까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에 들어갔다. 27억 주 가운데 80%는 기관투자가, 나머지는 개인 투자자에게 할당될 예정이다.

해외에서 상장되는 첫 번째 위안화 표시 증권으로 부동산 투자신탁(REIT)이다. 이 증권은 베이징 창안가에 있는 둥팡광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둥팡광장은 10만㎡ 면적에 8개의 사무용 빌딩과 한 개의 쇼핑몰, 하얏트호텔, 아파트 등이 모여 있는 단지다. 청쿵실업이 지분의 33.4%, 허치슨왐포아가 18%를 갖고 있다.

리카싱 회장은 이번 실적 발표 기자회견장에서 “인플레이션이 아직 꼭지를 치지 않았기 때문에 주거용 목적의 부동산 매입은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수요가 계속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집값의 30~40%만 있어도 내 집을 장만해 볼 만하다”라는 게 그의 조언이다.

그는 저금리가 최소 연말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리 회장은 “인플레에 대한 가장 좋은 대책은 배당과 함께 높은 수익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그건 기업의 의무이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주식에 투자할 시기냐’라는 질문에는 “자신의 회사처럼 그가 신뢰하는 주식에 투자할 뿐”이라고 대답했다.

리 회장의 재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260억 달러(약 29조 원), 세계 11위(중화권 1위, 포브스 기준)다. 리 회장은 세계 54개 나라에서 약 500개의 기업체(직원 수 약 22만 명)를 운영하고 있다. 항만이 51곳이고 유통 매장은 9300여 개에 이른다.

700만 홍콩 사람들은 그가 건설한 도로·교량·항구·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하고 그의 회사가 제공하는 전기·전화·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의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해 ‘리카싱 제국에 산다’고 말한다.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 위기 직후 경영 위기 루머로 홍콩 5위 상업은행 동아은행에서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을 때 리 회장이 동아은행 주식 매입을 통해 신뢰를 과시하자 뱅크런이 중단된 일화는 유명하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부장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