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등

[서평] 잊힌 ‘경제의 원형’을 찾아서
“나는 이러려고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고!”

2004년 여름, 파산한 영국 유리 회사 직원 400명에게 해고 통보를 하던 저자는 어느 날 가슴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는 회의에 몸서리쳤다. 대형 회계법인의 잘나가던 억대 연봉자였던 그의 임무는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정리해 최대한 비싸게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 몇 년 동안 헌신했는지, 가족들이 몇 명인지,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 그는 전통 시장을 찾아 모험에 나섰다. 전통 시장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인류 경제활동의 원형이다. 살벌한 기업 시장과 다른 뭔가를 그곳에서 찾고 싶었던 것이다.

손에 든 것은 집을 팔아 마련한 2만5000파운드(약 5000만 원)가 전부였다. 아프리카를 시작으로 6개월 동안 15개 나라를 돌며 낙타에서 커피·와인·말·서핑보드·옥·생선·목재 등 11개 품목을 사고팔았다. 하나같이 그가 생전 처음 가보는 곳이었고 잘 모르는 물건들이었다. 이 책의 대부분은 이 과정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모험담이 차지한다.

첫 도착지 모로코에서는 카펫을 팔았다. 모로코에서는 모두가 카펫 전문가다. 시장에서는 어떤 상품에도 가격표를 붙이지 않는다. 가격을 물으면 상인들은 자신이 치른 값의 최소 열 배를 불렀다. 펄쩍 뛴 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려면 한참 승강이를 벌여야 한다.

저자는 여섯 달 동안의 여행을 통해 운 좋게도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하지만 그가 얻은 것은 단순한 돈 이상이다.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세계를 그들이 모두 장악한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이뤄지는 거래의 대다수는 저자가 만났던 것과 같은 영세업자들의 손을 거친다. 전통적인 방식의 상거래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이다.

이익은 경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지만 그것이 시장의 전부는 아니다. 거래를 통해 우리는 다른 문화에 속한 사람들과 소통한다. 고대 상인들이 자신의 상품을 내다 팔 새로운 시장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났다가 새롭고 진기한 문화와 마주쳤던 것과 마찬가지다.


강남 부자들
[서평] 잊힌 ‘경제의 원형’을 찾아서
고준석 지음/308쪽/흐름출판/1만4000원

강남 부동산 부자들의 숨겨진 투자 노하우를 담았다.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인 저자가 10여 년 동안 직접 자산을 관리해 주고 조언했던 강남 부자들의 생생한 실제 사례 중 알짜만 따로 뽑았다.

부자들은 집값이 떨어질 때도 향후 10~15년 뒤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에 나선다. 그리고 모두가 매입을 꺼리는 시점에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시세가 회복된 후 매도했다.

강남 부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역발상 투자 방식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강남 부자들의 성공 스토리도 흥미롭다.


곡선이 이긴다

[서평] 잊힌 ‘경제의 원형’을 찾아서
유영만·고두현 지음/284쪽/리더스북/1만5000원

성과주의·효율·속도전으로 상징되는 직선적 삶에 대한 문제 제기다. 일본 센다이시의 새집으로 이사 온 뒤 생애 첫 자동차를 사며 인생 최고의 날을 보내던 청년은 갑자기 몰아닥친 대지진과 쓰나미로 허무한 죽음을 맞았다.

삶에서 중요한 것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다. 저자들은 인생의 곡선을 응시하고 음미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지혜는 직선이 아닌 곡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세금 혁명

[서평] 잊힌 ‘경제의 원형’을 찾아서
선대인 지음/396쪽/더팩트/1만5000원

우리가 낸 세금은 올바로 쓰이고 있는가.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던 세금 낭비의 놀라운 실상을 파헤쳤다. 복지 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세금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에 무려 22조 원을 투입했다. 이는 14년 동안 대학생들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줄 수 있는 금액으로, 국민이 낸 세금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현재 26세인 직장인들이 2050년부터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직시해야만 비로소 해법도 나온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3.24~3.30)

1. 빌딩부자들/성선화 지음/다산북스/1만3000원
2.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3.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1만4000원
4.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5. 언씽킹/해리 벡위드 지음/이민주 옮김/토네이도/1만6000원
6.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7. 디퍼런트/문영미 지음/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8. 재테크의 거짓말/홍사황 지음/위즈덤하우스/1만3000원
9. 쿨하게 사과하라/정재승 외 지음/어크로스/1만4000원
10. 스마트 경영/송재용 지음/21세기북스/1만5000원
(집계: 예스24)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