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찬웅 더 원 솔루션 대표

박찬웅 더 원 솔루션 대표는 퇴직한 아버지에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차려주기 위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뒤 오히려 본인이 더 흥미를 느껴 직장을 그만두고 부동산 업계에 뛰어든 경력을 갖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의 직장 경험과 엔지니어의 치밀한 분석력을 바탕으로 최근 펴낸 ‘전세로 갈까? 매매로 갈까?’라는 책을 통해 박 대표는 “서울은 뉴욕과 런던처럼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고 저소득층은 소형 주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라는 다소 우울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서울의 10년 후 모습은?] “소형 주택 수급 불균형…가격 크게 오를 것”
미국에서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부동산 업계에 뛰어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 제 명의로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뒤 아버지에게 부동산 중개업소를 차려 드리기 위해 시험공부를 시작한 겁니다. 그런데 공부를 하다 보니 시장이 너무 흥미로웠어요.

당시 반복적인 엔지니어 일에 흥미가 떨어지던 중이었던 데다,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할 때 학원 동료들과 토론하면서 ‘너무 재미있는 시장’이라는 느낌이 든 겁니다.

미국 동료의 남편이 부동산 중개업자였는데 ‘너처럼 사람 만나 얘기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잘 맞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고요.

10년 뒤면 인구 감소에 따른 부동산 가격 하락론이 요즘 대세인데, 오히려 서울 집값이 오른다고 보시는 겁니까.

저는 집값 상승을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10년 뒤 수요가 준다는 건 인정합니다. 제가 얘기하는 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지역적 차별화, 또 소득의 차별화입니다. 수도권 인구는 10년 동안에도 꾸준히 증가할 겁니다.

사는 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부자들은 지방에서 올라오지 않습니다. 저소득층이 직장을 찾아 서울로 옵니다. 또 서울의 기존 인구는 점점 늙어가면서 소득이 줄어듭니다. 이 때문에 도시는 저소득층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도심에서 떨어진 동네의 165㎡(구 50평) 아파트, 이런 건 가격이 오르지 않을 겁니다. 대신 저소득층에게 필요한 소형 주택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질 겁니다. 제가 얘기하는 건 이런 차별화이지 집값 전체가 오른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1인 가구용 주택, 기숙사형 주택 등 소형 주택을 늘리고 있지 않습니까.

새로운 땅을 많이 확보할 수 있으면 소형 주택을 얼마든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 노는 땅이 있습니까. 기존의 집들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합니다. 그런데 100㎡(구 30평)짜리 10개를 짓는 것과 33㎡(구 10평)짜리 30개를 짓는 것을 비교해 보십시오.

소형을 지으면 화장실도 3배를 더 만들어야 하고 상하수도도 3배가 더 필요합니다. 벽도 늘어나 공간은 더 줄어들지요. 같은 면적의 주택을 지어도 소형을 지으면 비용이 더 들어갑니다. 앞으로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런데 소형 주택은 부자보다 돈 없는 사람이 사려고 할 겁니다. 이렇게 비싸진 신축 소형 주택을 저소득층이 살 수 있을까요. 차라리 허름한 반지하방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겁니다.

결국 수요가 없으니 업자도 소형 주택을 짓지 않을 테고, 공급이 없으니 소형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겁니다. 그러면 민간이 아닌 공공이 해 줄까요. 지금 LH공사와 서울시의 빚이 얼마입니까. 한계가 있습니다. 공공도 결국 두 손을 들고 말 겁니다.

지식 서비스산업의 발달이 서울의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겁니까.

이 얘기는 고령화에서 나온 겁니다. 앞으로 생산인구(청년·중년)보다 부담 인구(노년)가 크게 늘어날 겁니다. 그럼 일하는 층의 생산성이 크게 늘어나야 할 것 아닙니까. 제조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또 국민소득 3만~4만 달러를 가려면 그때도 고부가가치 지식 노동이 필요해지는 겁니다. 적게 일하고 많이 벌자는 겁니다.

그런데 지식경제라는 것이 적은 인원이 많은 인원을 먹여 살리는 겁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천재 한 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도 했고 또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를 보십시오. 그렇지만 그 부(富)는 천재 한 명에게 집중됩니다.

단순노동은 그 가치가 점점 떨어질 겁니다. 이것이 지식경제입니다. 이 양극화는 이제 막을 수 없습니다. 과거 같으면 정부가 은행을 압박해 통제할 수 있겠지만 이제 삼성전자는 전 세계 어디서든 돈을 빌릴 수 있습니다.

여의도는 금융 중심지로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이 많은데, 그렇게 부상하는 지역은 아니지 않습니까.

상권은 저소득층이 만드는 겁니다. 명동에서 파는 물건들은 대부분 일반인이 쉽게 살 수 있는 것들입니다. 부자들은 명품 숍처럼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곳으로 갑니다. 게다가 부자들은 밥 먹으러 차를 타고 멀리 갑니다. 저소득층은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에서 먹어야 합니다.

[서울의 10년 후 모습은?] “소형 주택 수급 불균형…가격 크게 오를 것”
환경문제가 양극화를 부추긴다는 것은 어떤 내용입니까.

앞서 설명했듯이 지식경제 위주로 가려면 고소득 전문직이 살 수 있는 쾌적한 환경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 규제가 점점 강화될 겁니다. 이걸 해결하려면 결국 열효율이 떨어지는 오래된 집들을 부수고 새로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도시의 CO₂ 절반 이상이 건물에서 나옵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의 CO₂도 줄이려면 자동차의 진입을 억제해야 합니다. 지금 뉴욕이나 런던 등만 봐도 점점 주차 공간을 줄이는 쪽으로 갑니다. 또 도시 진입 때 비싼 통행료를 물리고 있습니다.

서울도 아마 이렇게 될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부자든 가난한 자든 모두 서울 시내에 있으려고 하지 수도권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도 수도권 버스의 서울 진입 대수를 서울시가 억제하고 있지 않습니까. 서울에서 일자리를 가진 저소득층은 서울 외곽의 넓고 좋은 집보다 몸만 뉘여도 좋으니 직장 근처에 방을 잡으려고 할 겁니다.

그러면 부동산 투자는 대형보다 소형 위주로 접근해야 하는 겁니까.

소득에 따라 달라집니다. 넓은 곳에서 살고 싶고 소득이 안정적이면 차분히 봐도 됩니다. 다만 가격은 그리 오르지 않을 겁니다. 반대로 소형 주택은 갈수록 줄어들 겁니다.

국내 소형 주택은 노후화된 곳에 많다는 것이 문젭니다. 부수고 재개발해야 하는데 소형은 수지가 맞지 않아 짓지 않으니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 경쟁이 심화될 겁니다. 공급이 없으면 나중에는 임대가격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겁니다.

지금 인기가 없는 반(半)지하라도 나중에 위치 좋은 곳은 전쟁이 날 겁니다. 요즘 주택가 지역에서 빌라 신축이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재개발이 안 되니까 기존 집을 허물고 소형 주택을 올려 월세 수입을 노리는 겁니다. 그만큼 소형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10년 뒤를 내다보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합니까.

제가 항상 말하는 건 실수요입니다. 자신의 소득과 구매 능력을 고려해 그와 비슷한 수요가 앞으로 많아질 것이냐를 파악해야 합니다. 소득이 안정적이고 넓은 집에서 살고 싶다면 구매를 신중하게 해도 됩니다.

그런데 소득이 중·하층이면 사야 합니다. 아무도 짓지 않고 경쟁자만 늘어 결국 가격이 오를 겁니다. 또 하나는 과거에는 경기 사이클이 일정했지만 이제는 변동성도 너무 크고 불규칙합니다. 저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듭니다. 그래서 실수요로 가야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라면 10년 뒤 서울의 모습이 참으로 암울하네요.

이미 뉴욕·런던의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미국 드라마 ‘프렌즈’처럼 동거하는 문화가 다 임대료 때문에 나온 겁니다. 파리에서 집주인이 월세를 깎아 주는 조건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도 임대료 때문입니다.

다만 서울의 부동산은 너무 복합적입니다. 에너지·원자재·고령화 등 예상되는 것뿐만 아니라 정치와 이권이 다 섞여 있습니다. 서울시가 선거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소형 주택을 공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지자체들마다 기존 재개발 사업을 포기하기 바쁩니다. 여력이 없습니다. LH공사·인천시·경기도·서울시 다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고령화는 심화될 것이고 환경 규제는 세질 겁니다. 결국 이런 압력들은 꾸준히 받을 겁니다.

약력 : 1972년생. 99년 건국대 의학공학과 졸업. 98년 트라이닉스 입사, 클리블랜드·런던 등 근무. 2003년 부동산 업계에 뛰어듦. 2008년 부동산 컨설팅 업체 더 원 솔루션 대표(현).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