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택원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병원장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 고통 받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일례로 파킨슨병 환자는 2004년 4만여 명에서 2008년 6만6000여 명으로 증가한데 이어 연평균 13.9%씩 꾸준히 늘어 5년간 발병 환자의 수가 1.7배가 증가했을 정도다.

이들 퇴행성 뇌질환에 고통 받는 이들에게, 혹은 발병의 두려움에 떠는 이들에게 얼마 전 반가운 소식 하나가 들려왔다. 바로 대전대 천안한방병원(병원장 안택원)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소재연구센터, 한국한의학연구원과 함께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인 ‘청명산’과 예방제인 ‘디노필’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포커스] “치매·파킨슨병, 한방이 책임집니다”
“퇴행성 뇌질환 중에는 신경세포 내에 단백질 응고체나 이상단백질과 같은 비정상 물질이 침착돼 이것이 신경 독성을 유발하는 질환이 많습니다. 이들 비정상 물질이나 변형 단백질 등을 분해해 제거하는 작용을 자가포식 현상(autophagy)이라고 합니다. 이 자가포식 현상이 이번 신약 개발의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가포식 현상을 활성화해 뇌세포 안에 쌓여 있는 비정상, 이상단백질을 제거해 뇌세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한편 흑질세포의 보호를 통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행동 장애도 개선할 수 있다.

더욱이 ‘청명산’과 ‘디노필’은 우리 민족 의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바로 사상체질 의학의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이 저술한 한의서 ‘동의수세보원’에 기재된 ‘열다한소탕(熱多寒少湯)’에 그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사상체질의학과에 내원한 노인성 질환 환자 중 치료 후 양호한 호전 반응을 보인 환자 799명을 조사한 결과 열다한소탕이 203차례에 걸쳐 처방됐다고 한다. 이는 전체 환자의 25.4%, 태음인 환자의 49.6%에 해당하는 빈도로, 노인성 질환에 대해 열다한소탕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열다한소탕에 독성이 예상되는 한약재를 줄이고 세포 보호 효과가 있는 한약재들을 첨가해 청명산과 디노필을 개발했죠.” 보통 퇴행성 뇌질환 환자들은 한약 복용 자체가 힘든 것을 감안해 달여 마시는 형태가 아닌 알약 형태로 제형을 변형해 복용의 편의성을 높인 한편 약의 품질관리까지 꼼꼼히 신경 썼다.

“이번 신약은 수용성이어서 신진대사로 배출되기 때문에 자신의 체질에만 맞으면 장기 복용해도 간 기능과 신장 기능에 이상이 없어요. 그만큼 안전하다는 얘기죠.” 뛰어난 약효와 안전성을 바탕으로 현재 ‘청명산’과 ‘디노필’은 유럽·일본·중국 등지에서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대체의학 전문 국제 학술지 ‘민족약리학 저널(Journal of Ethnopharmacology)’에 연구 논문이 등재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기점으로 앞으로 국내외에서 신경물질과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모티브가 되는 것만으로도 이번 연구와 신약 개발은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병원에서도 지금의 연구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글로벌 천연물 신약 개발의 중추로 성장할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약력 : 1967년생. 대전대 한의과대 졸업. 대전대 한의학박사. 한의사 전문의(사상체질과). 1995년 대전대 한의과대 진료교수. 2007년 대전대 천안한방병원 병원장(현). 대한한의사회 사상체질의학회 부회장.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