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송도가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떠오르면서 주목받는 이가 있다. 바로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IFEZ)청장이다. 8개월 남짓한 짧은 재임 기간에 송도가 그의 말대로 바이오산업의 ‘둥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삼성의 차세대 먹을거리인 ‘바이오 제약’ 입주를 이끌어내면서 이 청장이 그리고 있는 바이오 클러스터 송도의 위상은 더욱 확고해졌다.
[송도의 천지개벽…기업 몰린다] "송도는 이미 바이오산업 메카입니다"
IFEZ 사업을 직접 감사한 감사원 출신이라는 게 특이합니다.

감사원에 있다가 외부 기관장으로 온 1호입니다. 처음엔 직원들도 다들 부정적이었다고 하더군요. 감사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인식인데, 칼을 든 검객의 모습은 일부분이에요. 반대로 정책적 마인드와 종합적인 컨트롤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한 훈련을 많이 받았죠. 작은 사건 하나에도 직원들과 매일 토론하는 문화 속에서 성장했습니다. 합리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죠. 감사원 사람들이 찌르기만 하는 검객이 아니라 우아하게 춤도 추는 아티스트적인 면도 있습니다.(웃음)

다소 주춤했던 송도 사업이 삼성의 입주 결정으로 활기를 되찾은 것 같습니다.

송도뿐만 아니라 인천 전체가 축제 분위기입니다. 송도 분양 시장도 좋아지고 있죠. 가장 중요한 건 투자 유치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겁니다. 삼성을 이야기하면 모두 매력을 느끼더군요. 외국 바이어들도 깜짝 놀랍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의 미래 먹을거리를 세계가 주목하는 것이죠. 이미 송도는 연구소·기업·병원 등 바이오 클러스터가 상당히 파워풀하게 갖춰져 있습니다. 삼성도 완벽하게 실용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봅니다.

삼성의 송도 입주가 갖는 의의는 무엇입니까.
[송도의 천지개벽…기업 몰린다] "송도는 이미 바이오산업 메카입니다"
송도를 비롯한 IFEZ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공장 신설이 불가능한 이유죠. 삼성은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투자(Joint Venture) 형식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기 때문에 다른 국내 대기업 투자의 롤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인천시가 명실상부한 동북아 경제의 허브 도시로 성장하는 발판이 마련됐다고 할 수 있죠. 가장 중요한 것은 삼성이 투자를 결정해 송도 지구가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됐다는 것입니다.

100m 달리기로 치면 이미 30m 정도 앞서 있는 상태죠. 현재 국내에는 신성장 산업인 바이오 분야와 관련해 연구·개발, 제조, 대학 등이 집적화돼 있는 지역이 없는 실정입니다.

송도가 다른 경제자유구역에 비해 갖는 장점이 궁금합니다.

한마디로 지리적 강점이죠. IFEZ는 인천공항·인천항을 끼고 있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한 첨단산업의 입지로 최적의 조건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이 필수인 시대인데 공항과 항만이 가깝고 풍부한 고급 인력과 배후 시장이 갖춰진 도시는 흔하지 않죠.

2000만 인구의 수도권이 1시간 거리이고 3시간 이내 비행거리에 17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6개 경제자유구역 중 인천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죠.

구체적인 바이오산업 입주 현황은 어떻습니까.

현재 송도에는 유타·인하대 DDS연구소, GE헬스케어 R&D센터, 아이센스, 이길여 암·당뇨 연구원, 이원생명과학연구원 등 다양한 바이오 R&D센터가 입주해 있고 셀트리온과 베르나바이오텍코리아 등 글로벌 바이오 제약 회사가 입주해 있습니다.

또 바이오 신약 등의 임상 시험이 가능한 연세대 국제병원과 가칭 송도국제병원 추진, 의·약대를 포함한 이공계 중심의 글로벌 캠퍼스 등 바이오 클러스터 형성을 위한 기반이 급속히 조성되고 있습니다.

IFEZ의 전체적인 개발 현황과 계획도 말씀해 주시죠.

우선 ‘삼성이 IFEZ에 간판을 걸었다’는 건 단순히 한 기업의 차원이 아니라 포브스(Forbes) 선정 기업 순위 55위의 기업, 브랜드 가치가 혼다자동차(20위)·나이키(25위)에 앞서는 세계 19위 기업이 IFEZ에 입주한다는 것으로, IFEZ의 가치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2003년 한국 최초의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9년까지 인프라 구축 등에 초점을 맞춘 1단계 사업이 진행됐다면 지난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는 투자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IFEZ의 투자 유치 실적은 어느 정도입니까.

2단계 사업 기간 동안에는 IT·부품소재·의료·바이오·물류 등 5대 첨단 신성장 산업과 교육·비즈니스 금융·문화 관광 등 3대 지식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입니다. 총 투자 유치 목표액인 8억1200만 달러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IFEZ의 지난해 투자 유치 실적은 2009년의 1억5500만 달러에 비해 3.2배가 급증한 4억92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2003년 IFEZ 개청 이후 유치한 실적의 절반(46%)에 해당될 정도로 투자 유치가 탄력을 받고 있는 추세죠.

삼성과는 4월쯤 입주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한 뒤 6월쯤 바이오 의약품 생산 플랜트 건설에 착수하고 오는 2012년 말 완공해 2013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생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IFEZ의 발전을 위한 규제 철폐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IFEZ는 경제자유구역 중 유일하게 수도권정비계획법을 적용받습니다. 입지 규제와 공장 총량제에서 예외를 인정받는 산업단지 추가 지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국토해양부의 반대와 수도권 산업단지의 개발 면적이 이미 정부 기준(전국의 20% 미만 관리)을 초과한 23%에 이른 사정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죠. 따라서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합작 투자 회사 설립입니다. 외국 투자 기업은 입지 규제와 공장 총량제 예외가 인정되기 때문이죠.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배경은 무엇입니까.

당연히 IFEZ의 활성화를 위해서죠. 한마디로 현재 우리의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IFEZ를 포함해 전국 6개 자유구역의 발을 묶어 놓고 ‘6인 7각’으로 달리는 형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치적 선택과 지역 형평 논리가 경제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국가 발전은 고사하고 ‘경제자유구역특별법’상 모든 제도를 6개 FEZ에 획일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경제자유구역 사업의 ‘이원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G2 시대의 한 축인 중국 경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IFEZ를 ‘글로벌 거점’으로 육성해 그 중심 기능을 수행하게 하고 다른 경제자유구역은 해당 권역별 발전을 선도하는 ‘지역 발전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입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등의 부동산 투자 이민제 도입, 영종지구 무비자 적용, 외국 병원 운영 절차법 제정, 외국 영리법인 교육기관 설립 허용, 국내 기업 조세 감면 시행 및 조세 감면 대상 업종의 확대 등을 위해 중앙정부를 상대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IFEZ를 동북아 최고의 비즈니스 도시로 성장시켜 대한민국의 성장 발판이 되도록 하는데 기여하고 싶은 게 가장 큰 바람입니다.

이종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약력 : 1960년생. 84년 연세대 사학과 졸업. 86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석사). 2001년 위스콘신 매디슨대 대학원 졸업(석사). 86년 총무처, 서울특별시 행정사무관. 90년 감사원 제4국 제1과. 97년 제4국 대형공사전담반·국책사업감사단. 2006년 재정·금융감사국. 2009년 국책과제 감사단. 2010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현).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