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비용' 펀드 판매 보수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펀드 갈아타기 '득'보다 '실'이 많다
2008년 9월 16일. 이날은 미국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소식이 전해진 날이다. 이후 코스피지수는 892.16까지 급락하면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봤다. 2000년대 초반부터 불기 시작한 펀드 투자 열기는 주가 폭락으로 갑작스레 급랭 전선에 휩싸였다.

다시 주가가 오르고 원금이 회복돼 적립식 투자자들은 플러스 수익률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펀드 환매에 나섰다. 금융회사들도 적립식 펀드의 만기가 돌아오자 일부는 랩어카운트로, 또 일부는 다른 펀드 신상품으로 자금을 유치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도 기존에 손실이 난 펀드가 회복됨에 따라 신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의사결정이 올바른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해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펀드 갈아타기로 ‘보이지 않는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투자 성패, 기간과 방법에 좌우된다

금융 당국은 논란이 많았던 펀드 수수료에 대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바로 펀드 판매 회사들이 가져가는 판매 보수를 일정 기간에 따라 일정 비율로 줄여나가는 ‘체감식 판매 보수 인하 제도’가 그것이다.

이는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사실 판매회사들에는 거꾸로 영업수익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보통 4년 정도 펀드를 유지하면 판매 보수를 가장 적은 1%(총보수 연 1.8%)만 내면 된다. 50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연간 90만 원의 보수를 내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면 연간 115만 원을 내야 한다. 당연히 판매회사들엔 기존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 새로운 상품으로 옮기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결국 투자자들이 대략 4년 이상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해 보면 옮기는 것이 0.5%의 보수를 더 내는 셈이 된다.

펀드 투자의 성패는 어떤 상품인지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투자 기간과 투자 방법에 좌우될 때가 많다. 시뮬레이션을 해 보면 대부분 적립식으로 5년 이상 투자하면 손실이 발생할 확률이 거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기존 펀드에서 새로운 펀드로 갈아타는 것보다 기존의 펀드를 유지하는 것이 비용을 감안한다면 더 나은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낮지 않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이 새로운 상품을 찾아다니는 것은 판매회사들의 이해와 인간의 본성이 결합돼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상건의 재테크 레슨] 펀드 갈아타기 '득'보다 '실'이 많다
통상 새로운 금융 상품으로 갈아탈 때 판매회사 직원들의 권유가 커다란 역할을 한다. 게다가 사람들은 본성상 새로운 것에 민감하다. 기존의 것보다 새롭게 매력적인 신상품을 찾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금융회사들도 이런 속성을 알고 주기적으로 신상품을 제공하고 고객을 유치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있었던 펀드 갈아타기의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숨어 있는 것이다.

만일 4년 이상 가입하고 있는 펀드가 있다면 성급하게 환매해 갈아타는 것보다 기존 펀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을 일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과거 수익률이 나쁘지 않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그래도 신상품이 매력적으로 보인다면 일부 자금만 인출해 가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면 기존 펀드의 판매 보수 인하 효과를 누리면서도 매력 있는 신상품에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 투자에서 때로는 ‘구관이 명관’일 때가 많다. 새로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비용을 줄여 나가는 게임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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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상무 lsggg@miraeasset.com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한국경제TV,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 매체의 재테크 담당 기자를 거쳐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상무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