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으로부터 사상 최대의 유전을 확보한 과정을 보면 2009년 12월 원자력 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과 공통점이 적지 않다.

우선 극비리에 추진한 점을 꼽을 수 있다. 현대건설 대표 시절 중동 진출의 ‘노하우’를 갖고 있었던 이 대통령의 전략이 바탕에 깔려 있다. 원전 수주 때는 이 대통령과 협상에 나선 지식경제부 및 한국전력의 극소수 관계자만 관여했다. 청와대 참모들도 극히 일부분만 제외하고 수주 며칠 전까지 까맣게 몰랐다.
 李대통령, 칼리파 UAE대통령과 정상회담



    (아부다비=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시내 알-무슈리프궁 정상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1.3.13

    swimer@yna.co.kr/2011-03-13 21:00:51/
李대통령, 칼리파 UAE대통령과 정상회담 (아부다비=연합뉴스) 전수영 기자 = 이명박 대통령과 칼리파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이 13일 오후(현지시간) 아부다비 시내 알-무슈리프궁 정상회담장에 입장하고 있다. 2011.3.13 swimer@yna.co.kr/2011-03-13 21:00:51/
이번 유전 확보 협상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통령은 2009년 12월 말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을 청와대로 몰래 불러 ‘특별 미션’을 줬다. UAE로부터 원전을 수주한 직후였다. 곽 위원장에게 이런 ‘미션’을 준 것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곽 위원장과 UAE의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 간 인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미국 밴더빌트대 유학 시절 처음 만난 이후 꾸준히 친분을 쌓아 왔다.

이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직접 나섰다는 점도 닮은꼴이다. 원전은 한전, 유전은 석유공사가 전면에 나서야 하지만 노련한 UAE 측의 협상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더욱이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UAE 수도 아부다비를 드나들면서 치열한 로비전을 펼쳤다.

이번 유전 확보전 때는 세계 1, 2위의 석유 메이저들이 경쟁자였다. 이들과 UAE 간 유전 개발권의 상당수가 2014년 만료되는데 한국이 끼어들면 석유 메이저들에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작아지게 된다. 이 때문에 이들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하게 극도의 보안과 고도의 협상력이 필요했는데 세계 77위의 석유공사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 대통령이 나서게 된 배경이다.

원전과 유전 모두 협상 과정에서 숱한 고비들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모하메드 왕세자를 집중 공략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칼리파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동생으로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하다. 원전 수주 때는 이 대통령이 수주 확정 두 달 전쯤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모하메드 왕세자 한국 초청

당시 UAE 측이 “프랑스 쪽에 줄 수밖에 없다”는 통보를 간접적으로 해 오자 담판에 나섰다. 이 대통령은 한국이 축적한 기술의 우수성을 꼽으며 집중 설득했다. 이후 여러 번의 친서와 전화 통화를 통해 모하메드 왕세자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성공했다. 모하메드 왕세자는 원전 수주 협정을 맺으러 아부다비를 찾은 이 대통령을 공항까지 영접 나왔다.

유전 수주도 마찬가지였다. UAE 실무진은 “한국 석유공사는 못 믿는다”는 식으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7, 8차례 친서를 보냈다. 지난해 5월엔 모하메드 왕세자를 한국으로 초청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화학·조선·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아무것도 없었다. 황무지에서 산업화에 성공했다”라며 “자동차는 세계 수준, 전자도 1등으로 올라 왔다. 유전도 금방 올라갈 수 있다”라고 설득한 게 주효했다.

그렇지만 원전과 유전 수주에서 극명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과정은 비슷했으나 효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청와대는 두 사안 모두 이 대통령이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후 TV 생중계로 공식 발표할 때까지 언론에 ‘엠바고(특정 시점까지 보도 자제)’ 요청을 했다.

이 대통령의 치적을 극대화하기 위한 ‘홍보 전략’도 숨어 있었다. 유전 확보도 원전 수주 때와 마찬가지로 이 대통령의 업적으로 연결, 국민들에게 대대적인 홍보를 펼치기 위한 전략을 짰다.

하지만 이번엔 홍보 효과가 원전 수주 때에 비해 한참 미치지 못했다. 수주 결과 발표 하루 전 터진 일본 대지진 때문이었다. 유전 확보가 지진 쓰나미에 밀린 셈이다. 청와대로선 아쉬움이 남았지만 ‘자연의 힘’ 앞에선 어쩔 수 없었다.

홍영식 한국경제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