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배럴당 90달러 이하에서 거래되던 국제 유가(두바이유)가 연일 급등하더니 최근에는 2년 7개월 만에 최고치인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는 등 예기치 못한 에너지 위기에 세계가 깜짝 놀라고 있다.

산유국을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계속 확산되면 배럴당 150달러 선까지 순식간에 도달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어 국제 유가가 언제 안정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포함한 세부적인 실천 방안을 수립하고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 시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물·기념탑·분수대·교량 등의 경관 조명을 전면 소등하고 있다. 민간 시설은 백화점, 대형 마트, 자동차 판매업소, 유흥업소, 실외 골프장의 심야 시간대 옥외 야간 조명을 강제 소등 조치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조명을 끄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명의 소등은 일시적인 처방일 뿐 장기적인 에너지 절감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일시적인 처방에는 항상 부작용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도시의 밤거리를 어둡고 으슥하게 만들어 범죄가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조명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에는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있다. LED 조명을 경관 조명으로 사용하면 기존 경관 조명과 비교해 약 10분의 1의 전력만을 사용하고 수명도 20년 이상 오래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수명이 다한 램프의 교체로 발생하는 비용까지 아낄 수 있다.

또한 LED 조명을 가로등으로 사용하면 기존 메탈 헬라이드 가로등 대비 4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여기에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따라 빛의 밝기를 서서히 조절할 수 있는 조도조절(Step-Dimming) 기능까지 사용하면 도시의 치안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50%의 에너지를 추가로 절약할 수 있다.

중국 정부 청사와 주거 지구가 밀집돼 있는 옌타이 친유안 거리에 LED 가로등을 적용해 약 45%의 에너지를 절감했다는 보고가 있었으며, 영국 버밍엄에 있는 유럽 최대 쇼핑몰인 불링 센터(Bullring Centre) 내부에도 색상 재현력이 우수한 LED 조명 솔루션을 적용해 기존 조명 대비 약 85%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LED 조명의 가치는 가정에서도 빛을 발한다. 가정에서 LED 조명으로 바꾸면 에너지 절감 외에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가정용 인테리어 조명으로 할로겐등이나 백열 촛대 램프가 샹들리에 등에 설치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필라멘트를 태워 빛을 내는 과정에서 열도 함께 발생하는 백열 계열의 광원은 전력 소모가 많을 뿐만 아니라 발열이 심해 여름철에는 조명으로 달궈진 실내 온도를 내리기 위해 추가적인 냉방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발생해 잘 사용하지 않는 가정이 많다.

이를 각각 할로겐램프와 백열 촛대 대체용 LED 램프로 교체하면 여름철 보조 조명 활용만으로 실내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발열이 적어 실내 온도를 높이지 않고 전기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LED는 에너지 효율이 높고 빛 품질이 우수해 미래의 광원으로 일찍부터 주목받아 왔다. 아직까지는 LED 광원의 단가가 비싸 대중적인 보급이 더딘 상황이지만 에너지의 중요성이 부각되면 될수록 LED 조명은 점점 더 확대 보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CEO 에세이] 고유가 시대, 해답은 LED
김태영 필립스코리아 총괄대표이사

약력 : 1952년생. 76년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2년 필립스전자 입사. 94년 미국 필립스 메디컬 시스템즈 전략사업 이사. 2000년 필립스전자 부사장 겸 필립스 메디컬 시스템즈 아시아태평양 경영위원. 2006년 필립스코리아 총괄대표이사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