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의 경쟁력 입체 분석

농협의 신용 사업은 전체적으로 자산 규모가 국내 금융회사 중에서 5위를 차지하고 전국적으로 국내 최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농협 상호금융의 자산 규모는 2010년 말 기준으로 230조 원에 달한다.

2000년 말 100조 원 수준이던 것이 5년 만에 두 배로 성장해 지난 2005년에 200조 원을 돌파했다. 농협의 여신 및 수신 규모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되기 이전인 2000년 말까지는 1위를 유지했으나 두 대형은행이 합병된 후 2위로 하락했고 현재 5위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110304
신경훈기자 nicerpeter@..........
20110304 신경훈기자 nicerpeter@..........
농협 점포 수 국민은행보다 많다

하지만 농협의 고객들은 농민을 포함해 대부분 지방에 거주하며 충성도가 타 은행 고객에 비해 매우 높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농협에 따르면 거래 고객 수는 농협중앙회 1900만 명, 지역농협 2700만 명, 합쳐서 4600만 명(중복 포함)에 이른다.

그리고 농협은 국내 최대 금융 네트워크를 보유, 전국적으로 1158개 지역농협과 4300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농협의 점포 수는 시중은행 1위인 국민은행의 1138개보다 많다. 전국 농촌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게 농협 간판이다.

또한 전국 2300여 개에 이르는 하나로마트 유통 매장도 상당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드 사업에서 하나로마트와 연계해 마케팅을 시도하면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지주사로 바뀌면 그동안 계열사별로 갖고 있던 고객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영업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대되는 것이 농협금융지주의 위협적인 힘이다. 농협은 지역 밀착형 금융회사로서 전국 네트워크의 이점과 금융지주회사의 제도적 장점을 적극 활용해 시너지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자회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통해 교차 마케팅, 복합 상품 개발, 복합 금융 점포(BIB) 운영 및 후선 업무를 공동 이용할 계획이다. 또한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지주회사가 자금을 차입하고 계열사 투자에 활용함으로써 그동안 협동조합의 금융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시중은행에 비해 미약했던 서울 등 수도권에 점포를 신설 및 이전해 영업망을 확충할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수도권은 농협신용 사업의 취약지로 이곳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지상 과제”라며 “금융지주회사가 출범하고 경영 성과가 나와 투자 여력이 생기면 서울 및 수도권의 영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금융 서비스 외에도 시중은행과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는 부분이 농업금융이다. 농협상호금융은 1970년대부터 농촌지역의 계·사채 등 사금융을 흡수하며 자금 부족 시대에 농촌 저축의 동원 역할, 영농자금 지원과 같은 각종 정책 자금의 공급 채널로 성장했다.

상호금융은 흔히 협동조합 금융이라고도 하며 자금 융통에서 소외된 농민이나 도시 서민을 위해 협동조합이 금융업으로 인가받으면서 19세기 독일에서 시작됐다. 농협은 농업인 조합원에 대한 혜택 등을 강점으로 햇살론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민금융 제도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넘버5' 농협금융 생존 해법은] 고객 충성도 높지만 생산성은 뒤처져
외국인 지분 전혀 없는 순수 토종 자본

지난해 7월 출시된 대표적인 서민금융 상품 햇살론은 대출금액 기준 1위를 기록하며 햇살론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농협상호금융은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이 36.62%(대출금액 3633억 원)로 햇살론을 판매하는 금융회사 6곳 중 가장 높다.

농협상호금융의 예수금 및 대출금 성장세는 타 새마을금고·수협 등 경쟁 회사와 비교할 때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농협상호금융의 예수금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8.4% 성장했다. 같은 기간 대출도 135.6% 늘어나 수신과 같이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일반은행과 저축은행에 비해 낮은 상황이며 점포당 생산성도 타 금융회사에 비해 뒤처지는 상황이므로 수익성 및 생산성의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향후 상호금융 예금에 대한 이자소득세 감면 폐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소매금융 업무 확대, 지방도시의 대도시화에 따른 고객 기반 약화, 전자통신을 이용한 금융 업무 확대 등에 따라 농협 상호금융의 경쟁력 저하가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농협은 신개념 농업금융으로 ‘농업 전문 펀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대출이 전부로만 알려졌던 농업금융을 투자 부문으로까지 확대하자는 취지다. 농협이 신(新)농업 금융 기법 개발 및 국제적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세계적인 농업금융 리딩 뱅크로 도약하겠다는 것이다.

농협은 해외 영업망 구축의 일환으로 미국 뉴욕 및 중국 상하이 사무소 개설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10월 농협은 오랜 준비 끝에 농협 50년 역사상 첫 해외 사무소를 세계금융의 중심지 뉴욕에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태영 농협 신용부문 대표는 “뉴욕 사무소 설립을 계기로 뉴욕에 먼저 진출해 있는 다른 나라 협동조합 은행들과 실질적인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단계적인 해외 진출 액션 플랜에 따라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 신흥 시장에 농업금융을 진출시키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하나로마트와 농업 컨설팅을 결합한 독특한 모델을 개발, 농산물 수출을 위한 해외 농업 시장 개척을 구상하고 있다.

농협은 외국인 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 토종 자본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이번 신·경 분리의 가장 큰 의미는 순수한 토종 자본이 독립하게 됐다는 점”이라며 “국민에게 큰 신뢰를 얻고 국내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업 관련 협동조합은행인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네덜란드 라보뱅크가 자국 내 토종 자본을 육성하려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 하에 오늘날 세계 5위와 14위의 선도 은행으로 발전한 사실에 농협은 주목하고 있다.

두 은행은 단순 협동조합 은행에서 출발했지만 사업을 다각화하고 규모화를 추진하면서 정부의 지원까지 받아 세계적 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협이 규모화와 사업 다각화를 통한 종합 경쟁력 강화에 온 힘을 쏟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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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의 발자취

1961년 농업은행·구 농협 통합으로 탄생

1945년 8·15 광복 직후 전형적 농업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농업협동조합의 설립은 농지개혁과 함께 국민의 큰 관심사였다. 오랜 논란 끝에 정부는 1958년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설립했지만 활동이 적었다.

이 상황에서 5·16 군사정변 직후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1년 6월 15일 농업은행과 구 농협을 통합해 같은 해 8월 15일 도지부 8개, 시·군조합 140개(지소 383개), 특수조합 257개로 현재의 농협을 발족시켰다.

농협은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뿐만 아니라 공제사업·지도사업 등을 겸영하는 종합 농협의 형태를 취했다. 1970년대에는 대단위 합병 운동을 벌여 2만1000여 개의 이동조합을 1500여 개의 읍면농협으로 통합했다.

신용사업에서 1978년 1조 원이었던 자본은 2005년 200조 원(예금 117조 원, 대출 83조 원)으로 늘어났다. 지난 2006년 세종증권을 인수해 NH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면서 현재 NH CA자산운용·NH캐피탈·NH선물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농협을 신용과 경제 사업으로 분리하는 개혁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94년께다. 김영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마련한 ‘농어업·농어촌 발전 대책’에서 처음 언급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인 2004년, 이명박 정부 출범 후인 2008년 분리 방안이 논의됐지만 진전을 보이지 못하다가 2011년 3월 10일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50년의 역사 끝에 두 사업이 분리될 수 있게 됐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