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점포 입지 탐구 -‘홈메이드 샌드위치’
간단한 빵과 음료를 겸하는 커피 카페나 샌드위치 전문점은 여름철 매출이 다른 계절과 크게 차이가 나는 업종 중의 하나다. 홀 규모가 작은 소규모 커피점들은 심지어 하루 중에서도 점심시간에 하루 매출의 절반이 집중되는 등 시즌과 타임에 집중도가 큰 편이다.이 때문에 특정 시즌이나 집중 매출 시간대 외에도 골고루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사이드 메뉴 개발에 자연히 힘을 쏟게 되는 것. 물론 역으로 도넛이나 베이커리점들이 음료를 추가해 카페형으로 변신한 덕분에 업종 간 구분이 낮아져 이러한 사이드 메뉴에 대한 선택은 더더욱 신중해야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여의도 중소기업청 별관 1층에 있는 ‘홈메이드 샌드위치’는 샌드위치와 커피, 음료를 판매하는 전문점이다.
소스 없애고 사과·파인애플로 맛내
홈메이드 샌드위치는 중소기업청 별관 1층에 자리를 잡고 있다. 입지만 놓고 보면 흔히 말하는 로드숍(거리에 노출된 일반적인 점포)보다 유동 인구가 적은 편이지만 구매 목표 고객 비율은 더 높아 운영하기가 수월한 입지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층 바로 몇 걸음 옆에 대기업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 무시무시한(?) 입지 조건이기도 하다. 점주는 무슨 배짱으로 대형 브랜드점 옆에서 상대적으로 인지도도 없는 점포를 운영하고 있을까. 점주인 이해경 씨는 “경쟁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아 무서운 줄도 몰랐다”고 말한다.
“우리 가게는 이름도 홈메이드 샌드위치니까. 무슨 브랜드나 이미지로 손님을 끌 욕심이 없어요. 집에서 먹는 맛처럼 입에 편하고 먹어서 뱃속도 편한 그런 게 우리 가게의 콘셉트이니까 손님들이 편하게 좋아하길 바라죠.”
실제로 홈메이드 샌드위치는 전반적으로 특별히 간이 세서 입맛을 잡는 특별 소스가 전혀 없다. 기본적인 BLT(베이컨·양상추·토마토) 샌드위치의 재료는 평범하고 불고기나 데리야키 샌드위치에도 줄줄 흐르는 소스는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오픈 초, 젊은 아가씨 손님 한 명이 “소스가 빠진 거 아니냐? 다른 데보다 너무 심심하다”며 쓴소리를 뱉은 적도 있단다. 그래도 고집스러운 사장은 소스를 더 뿌리는 대신 호밀빵에 진짜 겨자씨가 들어있는 디종머스터드를 바르고 얇게 썬 사과와 통조림이 아닌 생파인애플을 아침마다 손질해 저며 넣는다. 아침마다 해장으로 샌드위치를 먹는다는 한 단골손님이 무얼 더 넣고 무엇은 뺀 샌드위치를 먹는지도 주인인 이 씨와 점원들은 잊는 법이 없다.
“사무실마다 간식비가 다르니까 식권 값도 조금씩 다르고…. 그래서 거기에 맞게 세트 메뉴를 만들어 놓아요. 우리끼리는 ○○은행 세트 이렇게…. 그래서 주문 전화가 오면 그 사무실 식권값이나 간식비에 맞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추천해 주면 주문하기 편하니까 좋아해요.”
세련된 샌드위치 전문점처럼 어려운 이름의 샌드위치나 다양한 재료가 담긴 기다란 바도 없지만,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달걀을 부치고 베이컨을 매번 바로 튀기는 촌스러운 고집이 단골손님들에게는 특별한 재료이자 양념인 듯하다.
들어서자마자 만들어진 샌드위치를 집어 나올 수 있는 대형 브랜드 카페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주문해야 바로 만들기 시작하는 느린 점포에 고객의 발길이 쏠리는 것은 아이러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뭔가 특별한 것, 이슈가 되는 것을 찾기에 혈안인 프랜차이즈 본사나 개인 점주도 한 번쯤은 한발 뒤로 물러난 느림으로 오히려 경쟁력을 가진 ‘홈메이드 샌드위치’에서 무언가 찾을 것이 있을 법하다. 이재영 김앤리컨설팅 대표 jy.lee200@gmail.com
덕성여대 심리학과 졸업. 한국광고연구원(KADI) AE. 중소기업청 소상공인 컨설턴트. 김앤리컨설팅 대표로 각종 언론에 창업 관련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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