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하이투자증권 박상현·이승준 이코노미스트가 펴낸 ‘재스민 혁명 확산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선정했다. 최근 국제 유가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유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 확산 중인 ‘재스민 혁명’ 때문이다.

유가 상승은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한국의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과연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역사적으로 오일쇼크는 언제나 글로벌 경기 침체를 동반했다.

실제로 1, 2차 오일쇼크, 걸프전 및 2008년 고유가 당시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는 침체 혹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최근 중동 지역의 재스민 혁명 확산으로 또다시 중동발 유가 급등 리스크가 고조 중이다.

이 중 튀니지 및 이집트와 달리 리비아가 금융시장에 충격을 준 배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리비아의 원유 매장량은 전 세계 매장량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원유 생산 규모는 전 세계 16위 수준이다. 더욱이 리비아산 원유는 주로 유럽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럽 지역 내 수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랍권 후계 구도도 잠재적 불안 요인

설상가상으로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의 열기는 글로벌 경제의 주된 원유 공급처인 아라비아반도 국가 즉, 바레인·이란·사우디아라비아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정치 및 경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FILE - In this Feb.2, 2011 file photo, stones fly through the air as supporters of President Hosni Mubarak, foreground , fight with anti-Mubarak protesters, rear, standing on army tanks in Cairo, Egypt. (AP Photo/Ahmed Ali, File)
FILE - In this Feb.2, 2011 file photo, stones fly through the air as supporters of President Hosni Mubarak, foreground , fight with anti-Mubarak protesters, rear, standing on army tanks in Cairo, Egypt. (AP Photo/Ahmed Ali, File)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민주화의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원인이다. 일부 산유국을 중심으로 소득수준이 매우 높지만 평균적으로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소득수준은 3000~4000달러 수준으로 정치적 욕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소득수준대에 근접했다. 참고로 1987년 국내 민주화 항쟁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 수준도 3500달러 수준이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청년 실업률이 20%대에 이르는 등 빈곤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변화의 욕구를 분출시키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애그플레이션 압력 역시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후계 구도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이다. 카타르 및 쿠웨이트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사우디·오만·바레인 등은 후계 문제를 둘러싼 정치 불안 요인이 잠재해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동 사태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면 첫째, 민주화 시위가 장기화되거나 혹은 내전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우디·이란 등 아라비아반도로 민주화 열기가 계속 확산되는 것이다. 민주화 시위가 점염되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원유 수급 불안에 따른 유가 급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수니파와 시아파 간 분쟁이 격화되거나 이스라엘과의 분쟁이 재확산되면 유가 추이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리비아와 함께 알제리의 원유 생산 중단이 장기화되면 원유 수급상에 불안을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현재 OPEC 내 유휴 생산능력을 지니고 있는 국가는 사우디가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다. 다만 현재 상황에서 사우디 왕정 등이 일부 민주화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3월을 고비로 민주화 시위가 일단락되면서 유가가 하향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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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 민주화 시위 확산도 당분간 주시해야 할 변수다. 중국 역시 소득수준 향상과 함께 민주화 욕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내로 민주화 열기가 확산되면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진압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중국이 급격한 정치 불안에 따른 경기 침체 국면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원유 수급 측면에서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중동발 수급 불안 요인을 제외하고 선진국 원유 재고 수준과 OPEC의 유휴 원유 생산능력 등을 고려할 때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에 따르면 2011년 원유 소비 증가 규모도 수급에 부담을 줄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애그플레이션 및 원자재 가격 급등이 이머징 경제에 점차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한국의 GDP 대비 원자재와 원유 수입 비중을 살펴보면 원유 수입액은 2008년 수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그러나 전체 원자재 수입액 비중으로 보면 2008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원자재 가격 상승 추세가 이어진다면 1분기 중 원자재 수입 비중이 2008년 고점 수준까지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전 세계 GDP 규모에서 원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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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상대적으로 유가 리스크에 빠르게 노출되고 있다. 2009년 글로벌 주요국 명목 GDP 대비 원유 소비액을 보면 한국은 태국에 이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메릴린치가 분석한 유가 급등에 따른 국가별 경상수지 축소 민감도에 따르면 한국은 유가 급등에 의해 경상수지가 가장 큰 폭으로 축소되는 국가다.

모건스탠리의 최근 자료에서도 신흥 아시아 국가 중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한 국가가 한국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 시 국내 무역수지가 GDP 대비 1% 정도 악화되고 유가 상승에 따른 국내 연료 가격 10% 상승 시 국내 물가는 0.9%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국내 경제에는 이미 고유가 리스크가 연초부터 반영되고 있다. 유가 급등 충격은 국내 금융시장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외국인 매도 확대가 ‘두바이-텍사스산 원유(WTI)’ 가격 간 스프레드가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본격화된 것이다.

이는 애그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두바이산 유가를 중심으로 한 유가 급등이 물가 압력은 물론 경기 펀더멘털, 기업의 이익 사이클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고유가 리스크 연초부터 반영 중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예상해 보면, 지난해 원유 도입 단가가 배럴당 78.7달러(두바이 기준)임을 고려할 때 100달러 수준을 유지하면 유가가 약 30% 증가한 수준이다.

이때 국내 GDP 성장률은 약 마이너스 0.84%포인트 둔화, 경상수지는 약 80억 달러 축소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뿐만 아니라 여타 원자재 가격 상승을 동시에 감안하면 성장률·경상수지·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압력은 더욱 클 수 있다.

물론 중동발 고유가 충격에도 불구하고 3월 말까지 조정 국면이 이어진 후 2분기 들어 주식시장이 다시 추세 상승 국면으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동 내 민주화 열기가 추가 확산되지 않으면 중동발 리스크는 3월을 정점으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긴축 역시 2분기 중반부터는 점차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단 고유가가 장기화되면 교역 조건의 추가 악화 등으로 주가 조정 기간과 폭이 확대될 수 있다. 만약 연말 유가를 배럴당 140달러까지 상승한다면 이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증시는 약 30%까지 조정받을 수도 있다.
[화제의 리포트] 사태 장기화 땐 주가 30% 폭락 가능성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

성균관대 국제경제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루마니아은행. 대우증권. 하이투자증권(현). 애널리스트 20년.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