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성장 동력
롯데그룹은 2009년 ‘비전 2018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롯데는 2018년 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고 그룹 전체 매출의 30%를 해외에서 올릴 계획이다.기존 사업이 꾸준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성숙 산업인데다 내수 업종이라는 한계 때문에 새로운 분야로의 진출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연평균 17%대 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매출은 성장세에 한계가 있는 이상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외형 성장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올해도 지난해 수준인 10여 개의 회사를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한통운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이미 신동빈 회장이 그룹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2004년부터 롯데는 KP케미칼(2004년, 이하 인수 연도), 우리홈쇼핑(2006), 대한화재(2007), 코스모투자자문(2008), 두산주류BG(2009), 기린(2009), AK면세점(2009), 바이더웨이(2010), 파스퇴르유업(2010) 등 7조1052억 원을 들여 27개사를 M&A했다. 그룹 부채비율은 46%대에서 50%대로 다소 늘었지만 다른 그룹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M&A 여력이 아직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올해의 가장 큰 M&A 이슈는 대한통운이다. 당초 롯데와 포스코의 양자 구도로 예상됐던 인수전에는 신세계가 참여하면서 3파전으로 확대됐다. 롯데와 신세계가 대한통운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글로벌 진출에 따른 해외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대한통운의 해운 물류부문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원활한 물류 역량을 바탕으로 유통 파워를 높이고 유통업을 이용한 다양한 사업에 진출할 수 있고, 대한통운은 그룹 물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롯데그룹은 인수 대상이 아무리 매력적이라도 적정 금액 이상 가격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에서도 포스코에 매물을 양보했고, 과거 진로 인수전 때도 하이트맥주가 주인이 됐다.
그러나 롯데는 2009년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BG를 인수하면서 결국 소주 사업에 진출했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 무리한 가격을 지불하기보다 자금을 비축해 뒀다가 금융 위기를 틈타 좋은 조건으로 나온 매물을 인수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에서는 라이벌 신세계가 참여함으로써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이보다 앞서 롯데는 베트남 하노이의 대우호텔 인수전에 뛰어든 상태다. 대우건설 측과 사실상 세부 협상을 마무리하고 베트남 정부의 최종 승인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양적인 M&A의 확대와 달리 업종 선택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것이 롯데의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인수 사례를 보면 기존 유통·호텔·음식료·화학 업종과 연관이 있거나 또는 꾸준히 소비가 발생하는 안정적인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식 종목 선정과 비슷하다. 현금입출금기(ATM) 업체인 케이아이뱅크, 버스교통카드 업체인 마이비가 그 예다. 정보기술(IT) 업종이더라도 매출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손을 대지 않겠다는 것이다.
유일하게 새로운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종은 금융업이다. 노무라증권 출신인 신동빈 회장은 오랫동안 금융업에 관심을 가져 온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는 2002년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2007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를 인수한 바 있다. 이미 카드와 손해보험 부문을 보유한 만큼 다음 수순은 증권·생명보험순이 아니겠느냐는 예상도 가능하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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