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트 라인’

‘폴트 라인(fault line)’은 지질학에서 서로 다른 지각 판들이 충돌해 벌어진 틈을 가리킨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글로벌 금융 위기라는 대지진의 원인이 된 단층선들을 섬세하게 추적해 간다.
[서평] 세계경제에 드리운 어둠의 심연
그가 위기의 원인을 단층선에 비유한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이번 위기의 책임을 특정 인물이나 특정 제도의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다. 월스트리트의 탐욕스러운 금융가를 비난하고 단죄하는 것은 손쉬운 일이지만 그런 피상적인 조치로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대지진을 유발한, 그리고 앞으로 또 다른 참사를 유발할 수 있는 단층선들이 전 제도에 걸쳐 포진해 있다.

라잔 교수의 독창성은 이번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소득 불평등 심화를 꼽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최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의 소득 격차는 매년 악화돼 왔다. 1976년 미국 최상위 1%의 가구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한 비중은 8.9%에 불과했는데, 2007년 이 비율은 23.5%로 껑충 뛰었다. 교육의 불평등이 주요인이다.

주머니가 갈수록 두툼해지는 부자들에 비해 소득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는 중산층들의 불만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이때 정치인들이 교육 개혁이라는 힘든 길 대신 유권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사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선택하면서 위기가 잉태된다.

정치인들은 중산층이 원래 하던 소비 패턴을 계속 유지할 수만 있으면 월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사실을 눈치 챈 것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겨냥한 대출 확대와 소비 촉진 정책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흥청망청 파티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에 더 의미심장한 것은 수출 지향적 경제구조를 가진 국가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대목이다.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은 이제 거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 수출에 목을 맨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막대한 상품들이 소비처를 찾아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인구 고령화로 이들 나라의 자체적인 정책 변화는 더 힘들어지고, 수출 의존도는 더 심화된다. 라잔 교수는 거대 중국이 이들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경제에는 엄청난 악재라고 진단한다.
[서평] 세계경제에 드리운 어둠의 심연
히든 챔피언에게 길을 묻다
한국거래소 지음/376쪽/형설라이프/1만5000원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형 히든 챔피언을 골랐다. 주력 제품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3위 이내이며 미래 성장 가능성과 재무 안정성이 높고, 빼어난 기술력을 갖춘 19개 기업이 그 자리에 올랐다.

이 책은 이들 19개 기업의 성장 스토리와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성공 코드 분석으로 구성돼 있다. 반도체 장비업체 주성엔지니어링은 1551개에 달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체 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서평] 세계경제에 드리운 어둠의 심연
신화를 만든 정주영 리더십
전도근 지음/236쪽/북오션/1만3000원

올해로 타계 10주기를 맞는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리더십을 해부했다. 정 회장의 삶은 ‘끝없는 도전’과 ‘마르지 않는 열정’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86년 생애 동안 잠시도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만약 정 회장이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면 그는 한국 현대사에 거목으로 자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보리를 이용해 한겨울 황량한 유엔군 묘지를 초록의 풀밭으로 바꾸는 기지를 발휘했으며 한국의 농사법에 착안해 ‘비닐하우스 공법’을 개발하기도 했다.


[서평] 세계경제에 드리운 어둠의 심연
거짓말을 읽는 완벽한 기술
잭 내셔 지음/송경은 옮김/232쪽/타임북스

최근 심리학 연구를 바탕으로 거짓말을 간파하는 다섯 가지 기술을 찾아냈다. 진실의 단서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행동과 얼굴 표정, 감정 표현, 목소리, 대화 내용들을 꼼꼼히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진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만 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상대방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보는 것만으로도 거짓말을 알아낼 확률은 70~ 80%로 올라간다. 목소리 변화와 몸짓까지 감안한다면 정확도를 90%까지 높일 수 있다.


경제·경영 베스트셀러 (2.24~3.2)

1.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김희정 외 옮김/부키/1만4800원
2. 리딩으로 리드하라/이지성 지음/문학동네/1만5000원
3. 실행이 답이다/이민규 지음/더난출판/1만4000원
4. 아웃라이어/말콤 글래드웰 지음/노정태 옮김/김영사/1만3000원
5. 나쁜 사마리아인들/장하준 지음/이순희 옮김/부키/1만4000원
6. 디퍼런트/문영미 지음/박세연 옮김/살림Biz/1만5000원
7. 스토리를 팔아라/김창국 지음/21세기북스/1만3000원
8. 쥬라기 투자법/쥬라기 지음/팍스넷/1만6500원
9.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니콜라스 카 지음/최지향 옮김/청림출판/1만5000원
10.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지음/리더스북/1만2000원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