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고집스러운 가르침
명절 때만 되면 우리 집은 고향이 된다. 지난 명절에도 외지에 흩어졌던 수십여 명의 가족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아버지·아들·딸·형제·친척들이 앞 다퉈 집으로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까지 심심했던 마음도 금방 사라진다.

가족들이 집 안을 가득 채울 때 아버지는 가장 흐뭇해하신다. 이렇게 한 집에 대가족이 모이는 것은 요즘 같이 바쁜 현대사회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가족과의 화목을 가장 중시하시는 아버지의 생각은 다르다.

아버지는 “아무리 각박한 세상에 살더라도 가족과 함께 모이는 명절만큼은 따뜻하게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언제나 가족애를 강조하신다. 아버지는 부모와 자녀·친척들이 오랜만에 한곳에 모여 전통 음식을 서로 맛보고 지난 얘기와 안부를 물으면서 명절의 따스한 정을 느끼고 가족 간의 화목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신다.

그렇게 명절을 대가족과 함께 보내신 것도 벌써 33년이 됐다. 그러다 보니 가족 간에 싸우거나 험담하는 일은 절대 없다. 이렇게 가족의 화목을 사랑하는 아버지는 5대까지 함께할 수 있는 ‘가족묘’도 미리 결정하셨을 정도다.

자주 얼굴을 익히고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4촌·6촌들도 서로 친근한 가족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지방에 계시는 아버지와 매일 한 번씩 안부를 물으며 전화 통화를 하지만, 단 한 번도 형식적으로 통화를 하지 않으신다.

그것이 바로 가족과의 대화이기 때문에, 가족을 사랑하는 애틋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먼 미국에 있는 딸과 자주 통화하고 형식적인 대화를 하지 않는 것도 아버지가 전수해 주신 깊은 가족애 때문이다.

광주에서 공무원으로 살아오신 아버지는 화목한 가정, 철저한 자기관리, 근검절약, 이 세 가지를 꼭 실천하시며 84년을 살아오셨다. 그런 아버지를 보고 자란 어린 시절의 나는, 아버지가 엄하지는 않으셨지만 때로는 무섭기도 하고 실수할까봐 때로는 가슴 졸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는 “자기 자신에게 엄격해져라. 대신 남에게는 부드럽게 대해라. 실패하더라도 네가 결정하고 결정한 것에는 후회하지 마라”라고 말씀해 주셨고 한걸음씩 내가 이겨낼 수 있도록 인생의 훈장님이 되어 주셨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해외 근무 시절, 중동 쿠웨이트에 있을 때도, 미국 지사와 태국 지사에 있을 때도 아버지는 “주변 환경을 신경 쓰지 말고 원리원칙과 신념을 믿어라”라고 말씀하시며 성공한 인생을 갈 수 있도록 자주 통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아버지의 말씀이 회사를 경영하는 지금도 큰 도움이 된다. ‘진인사대천명’이라는 신념이 강해졌고 강한 리더십을 갖기 위해 지금도 아버지의 충고를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

아버지는 근검절약이라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낮에 거실 전등이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걸 그냥 보아 넘기지 않으신다. 지금도 집 안을 돌아다니며 직접 끄실 정도니 근검절약이 몸에 배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는 “근검절약은 실생활을 꾸려가고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라며 근검절약을 언제나 강조하신다.

근검절약, 아버지께 어린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온 얘기여서 항상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회사를 경영하면서 전기를 아끼기 위해 근무시간 이외에 에어컨이나 난방은 자제하고 집에서도 낮에는 특별한 때가 아니면 절대 불을 켜지 않고 생활한다.

아버지에게 전화로 안부를 자주 여쭈며 가까이 지낸다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아버지가 그리운 것은 누구나 매한가지일 것이다. 다시 아버지의 인생을 돌아보면 ‘가족애’와 ‘철저한 자기관리’, ‘근검절약’ 등 훈장님 같은 아버지의 가르침이 내게 큰 선물이 되었듯이, 나 역시 자식들에게 좋은 인생의 선물을 줄 수 있도록 아버지가 주신 고집스러운 가르침을 끝까지 지켜 나갈 것이다.

[아! 나의 아버지] 고집스러운 가르침
안규문 밀레코리아 대표

1951년 광주 출생. 국민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주)쌍용에 입사해 종합상사맨으로 세계를 누볐다. 쌍용 쿠웨이트 지사장과 태국 지사장을 역임했다. 2005년 독일 명품 가전 밀레의 한국법인 밀레코리아를 맡아 국내 수입 가전 1위 브랜드로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