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알볼로’ 이재욱 대표 & 이재원 본부장
형제는 아직 젊다. 두 사람의 겉모습만 보고 대표와 본부장이라는 직책을 떠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젊은 만큼 두려움 없이 오직 목표 하나만을 향해 돌진해 온 이들 형제가 바로 ‘피자의 달인’이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한 ‘피자알볼로’의 이재욱 대표와 이재원 본부장이다.원래 테이블 두 개 정도의 조그만 배달형 피자 점포로 시작한 ‘피자알볼로’가 창업 5년여 만에 수도권에 3개의 직영점을 비롯해 30여 개의 프랜차이즈를 거느린 탄탄한 피자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통 이탈리아 요리가 부럽지 않은 뛰어난 피자 맛도 맛이려니와 서로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을 맡아 책임감을 십분 발휘한 덕분이기도 하다. 호흡이 빚어낸 결과다.
형은 관리·경영, 동생은 메뉴 개발 담당
“형인 제가 전반적인 관리나 경영을 담당하고 동생이 매장 관리와 메뉴 개발 등을 담당하죠.”(이재욱) “형이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인데 비해 제가 좀 속박받기 싫어하는 편이라(웃음) 서로가 가장 잘하는 일을 맡은 셈이죠. 형이 경영을 맡아 준 덕분에 저는 오히려 자유롭게 맛을 탐구할 수 있고요.”(이재원)
패스트푸드로서의 피자가 아니라 하나의 요리로서 웰빙 수제 피자를 선보이고 있는 형제가 요리에 입문하게 된 것은 각자 군대에서 제대했을 즈음이었다.
“왜 하필 요리였느냐고 물으면 딱히 드릴 말씀은 없어요. 처음에는 멋있고 근사해 보여서 선택했죠.(웃음) 하지만 진지하게 요리를 마주보게 되면서 요리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었죠.”(이재욱)
“형이 요리를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형의 영향을 받아 요리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런 건 아니에요. 제대해 보니 이미 형은 조리학과에 다니고 있었고 저 역시 진작부터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워보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뿐이죠.”(이재원)
‘한 분야에 몸담다 보니 언젠가는 막연히 함께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정작 이렇게 함께 사업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다는 형제다. 학교도, 졸업 후 취업처도 달랐지만 형제가 둘 다 피자와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것은 인연에 가까운 우연이었다.
형인 이재욱 씨가 학교 졸업 후 식품회사에 다니며 피자 도우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을 때 동생인 이재원 씨는 ‘미스터피자’의 피자 달인으로 유명세를 탔다. 미스터피자가 개최하는 콘테스트인 ‘도우 매직쇼’에서 2회 연속 대상을 수상하는 한편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요리하고 있던 동생에게 먼저 피자 사업을 제의한 건 형 재욱 씨였다.
“학교에서 양식 요리를 전공하고, 또 사회에 나와 피자 도우를 연구·개발하면서 깨달은 건 제가 피자를 참 좋아한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의미도 있고 비전도 있는 일이 뭘까 고민하다 보니 답은 한 가지밖에 없더군요. 바로 피자였죠.”(이재욱)
시중에는 크고 작은 다양한 피자 브랜드가 있지만, 또한 많은 레스토랑이 저마다 최고를 자처하며 피자를 선보이고 있지만 고급 웰빙 콘셉트를 접목한 피자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제대로 잘만 만들면 승산이 있어 보였다.
“흔히 피자를 그저 손쉽게 먹을 수 있는 패스트푸드라고 생각하지만, 좋은 재료를 선별해 정성껏 만들면 피자만한 웰빙 음식이 없거든요. 저평가되고 있는 피자를 다시 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이재욱) “그때 마침 저도 계속되는 일상에 조금 지쳐있을 때여서 형의 제안에 솔깃하더라고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함께한다는 게 너무 좋았죠.”(이재원)
형의 제안에 동생이 흔쾌히 합류함으로써 피자 사업에 대한 형제의 자신감이 더욱 커졌다. “시간은 좀 걸리더라도 정성 들여 요리한 피자, 신선하고 몸에 좋은 재료들을 이용해 직접 만드는 ‘슬로푸드식 웰빙 피자’,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피자’를 만들자는 목표로 다양한 메뉴들을 개발했죠.”(이재원)
개량제나 첨가제를 전혀 넣지 않고 100% 천연 효모로 발효한 수제 도우, 조미료나 첨가제가 들어간 인스턴트 소스가 아니라 100% 토마토로 만든 수제 소스, 최고급 향신료를 이용해 직접 담가 숙성한 수제 피클 등의 자연산 재료로 주문 즉시 만드는 수제 피자는 재료 선별에서부터 레시피 개발에 이르기까지 형제가 머리를 맞댄 결과였다. “자본금이라고 해야 아버지가 전세 자금으로 주신 2500만 원이 전부였죠.”(이재욱)
그 돈으로 목동에 20㎡(6평)짜리 작은 점포를 빌렸다. 점포가 작은 만큼 테이블 수는 1~2개로 제한하고, 배달을 전문으로 했다. 함께 피자를 만들다가도 일손이 부족하면 직접 배달을 나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 하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정성이 가득 들어간 수제 피자는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월 매출만 수천만 원에 달했다. 때마침 요리 방송이 붐을 타고 있던 시절이어서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모으게 됐다.
맛을 겨루는 요리 프로그램에서 이긴 적도 많았고, 대한민국 최고의 피자 달인이라고 소개되기도 여러 차례였다. “아무래도 형제가 함께 피자를 만든다는 사실이, 그리고 몸에 좋은 웰빙 피자를 요리처럼 만든다는 게 남달라 보였던 모양이에요.”(이재욱)
그 덕분에 따로 광고를 하지 않고도 ‘피자알볼로’의 이름이 점점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피자 가게를 오픈한 지 2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가맹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도 우리 피자 맛을 인정하고 찾아주신 분들이 많아서죠.”(이재원)
대부분의 가맹점주들보다 젊은 대표와 본부장이긴 하지만 형제의 진심을 알고 형제가 도전해 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신뢰를 보내주었다. 그 덕분에 ‘피자알볼로’는 가맹 시작 3년여 동안 폐업률 0%를 자랑하며 순탄한 항로를 날고 있다.
“일본의 장인들 닮고 싶어”
세심하고 꼼꼼한 형과 자유분방하고 활달한 동생이 함께 사업을 하다 보니 가끔은 부딪치는 일도 많다. “서로 요리에 대한 고집도 세고 일하는 스타일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정말 많이 싸웠던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아니까, 또 함께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제는 서로의 의견을 더 잘 수용할 수 있게 됐죠.”(이재욱) “처음에는 ‘같이 일하는데 왜 형만 사장이지?’ 하고 불만도 가졌었는데(웃음) 이제는 형이 사장인 게 당연하다 싶어요.”(이재원)
형제가 만든 피자 브랜드 ‘피자알볼로’의 ‘알볼로(ALVOLO)’는 이탈리아어로 ‘비행하다. 비상하다’를 뜻한다. 형제가 모두 하늘을, 비행기를 좋아해 붙인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비행기를 세상에 알린 라이트 형제처럼 자신들만의 피자 맛을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형제의 소망과 열정을 담고 있는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 형제는 당장의 사업 확장이나 성공이 아닌 더 큰 꿈을 꾼다.
“점점 프랜차이즈를 늘려 언젠가는 국내에서 빅4 안에 드는 피자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기도 하죠.”(이재원)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꿈은 따로 있어요. 바로 정직한 재료로, 정직한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피자로 일본의 장인들처럼 100년, 200년을 이어갈 수 있는 그런 피자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다는 것이죠.”(이재욱) 약력:
이재욱(오른쪽) 1977년생. 세종대 호텔조리학과 졸업.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프랜차이즈 전문과정 수료. 경희대 외식산업 CEO과정 수료. 피자알볼로 대표(현).
이재원 1979년생. 신흥대 호텔조리과 졸업. 미스터피자 도우 매직쇼 2회 연속 대상 수상. 피자모레, 일치프리아니 등 이탈리아 레스토랑 근무. 피자알볼로 본부장(현).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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