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패터슨 미국 뉴욕 주지사가 공짜표 5장을 얻어 측근과 아들을 데리고 프로야구 월드시리즈를 구경했다가 6만2125달러(약 7175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다.

뉴욕 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야구 구단은 구장 개발과 부동산·세금 문제 등에서 주정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공짜표를 제공하는 것은 뇌물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처럼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미국 공직 사회에서 요구되는 청렴성과 도덕성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이번 보도에 감탄과 부러움을 감추기 어려운 것은 우리나라와 너무나 대조적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구속된 이대엽 전 성남시장의 사례만 봐도 이런 차이는 한눈에 파악된다.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그가 재임할 당시 성남시는 그야말로 비리의 백화점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만큼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 시장 본인은 물론 측근들과 친인척들까지 각종 이권 사업과 공무원 인사에 개입해 주머니를 부풀렸다.

이 전 시장은 판교신도시 택지 분양 등의 대가로 억대의 뇌물을 챙겼고 업무 추진비 등 2억5900만 원의 시 예산을 횡령하기도 했다. 자택에서는 1200만 원짜리 50년산 로얄살루트 위스키, 150만 원짜리 루이13세 코냑, 포장도 뜯지 않은 명품 넥타이 300여 개와 핸드백 30여 개 등이 쏟아져 나왔고 8000만 원 상당의 현금 다발도 발견됐다.

호화 청사라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던 성남시 청사 또한 건립 과정에서 이 전 시장 일가의 뱃속을 채우는데 이용됐다. 조카는 시공 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해 3억 원을 받았고 조카의 아들은 17억5000만 원 규모의 조경 공사를 맡았다.

이들은 공무원 17명으로부터 1억5500만 원을 받고 인사에도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런 식으로 재임 8년 동안 챙긴 뇌물이 드러난 것만 21건, 15억여 원에 이른다고 한다. 지자체장이 이처럼 제 주머니 채우기에만 급급했으니 지자체 살림이 제대로 굴러갔을 리 만무하다.
[이봉구의 뉴스&뷰] 지자체는 비리·부패의 소굴인가
더욱 한심한 것은 이 전 사장의 사례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자체라는 지자체는 거의 대부분 온갖 비리에 만연돼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지난 2006년 당선된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비리나 위법 행위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이 무려 43.9%인 101명에 이를 정도다.

더욱이 민종기 전 당진 군수는 위조 여권을 만들어 해외 도피를 시도했을 뿐만 아니라 경찰과 쫓고 쫓기는 고속도로 추격전까지 벌여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출범한 민선 5기 지자체장들 가운데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자체장들이 지방 건설업자를 비롯한 토호 세력과 공생(共生) 관계를 형성한 결과다.

철저한 견제·감시 장치 갖춰야

지자체장들이 이처럼 제사보다 젯밥에만 관심을 쏟고 있으니 지자체의 곳간 사정이 갈수록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전국 지자체의 2009년 말 현재 재정 자립도는 평균 53.6%에 그쳐 2000년 대비 5.8%포인트나 추락했다. 서울을 비롯한 광역시는 72.7%를 나타냈지만 도(道)는 대부분 20~30%대에 머무르고 있다.

더구나 군(郡) 지역은 17.8%에 불과하다. 부족분은 중앙정부의 교부세와 국고 보조금으로 채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자체장들의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 때문에 발생하는 적자에까지 국민 혈세를 쏟아 붓고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 아니고 보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지자체장을 비롯한 공직자 비리에 대해선 이중삼중의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윤리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지자체에 대한 감사 활동도 대폭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방의회와 시민 단체 등의 견제 및 감시 기능도 크게 늘려야 함은 물론이다. 사법부 또한 공직자 비리에 대해선 최대한 엄격히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이봉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