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세계경제는 가벼운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우려되던 불안 요인들은 대부분 현실화하지 않았다.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5% 가까이 늘었다. 중국 경제는 경착륙하지 않았고 미국은 더블딥 침체에서 벗어났다.

한국은 놀라운 저력으로 ‘위기 이후’의 가장 큰 승자가 됐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2011년에도 계속될 것이냐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지만 낙관보다 비관론이 우세하다. 경기 부양의 약발이 다해가는데 엉킨 실타래가 아직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한국 경제를 좌우할 핵심 키워드 10개를 살펴본다.
2011년 핵심 경제 이슈 10
지난해 ‘한경비즈니스’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뉴밀레니엄 10년’의 최대 사건으로 중국의 부상을 꼽았다. 뉴밀레니엄 두 번째 10년에도 중국의 질주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의 호황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나라들과 느리게 성장하는 나라들 사이의 구분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 2011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제조 국가로 올라선다.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2011년에는 ‘구’ 신흥시장과 ‘신’ 신흥시장의 구분이 필요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신흥시장의 중요성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향후 10년간 신흥 경제국들이 세계경제 성장의 50%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분석된다.

신흥 경제국에서 7억 명에 이르는 새로운 중산층이 등장할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브릭스(BRICs)라고 이름 붙인 ‘구’ 신흥 경제국들은 생산요소를 추가 투입할 때 생산물의 증가분이 점점 감소하는 수확체감의 법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면 관심은 새로운 ‘신’ 신흥 시장으로 모아진다.

2008년 금융 위기의 여파는 201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 없이 갈수록 새로운 문제가 중첩되는 모양새다. 2011년은 세계적인 국채 위기의 해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경고도 나온다. 고개를 드는 유가 상승도 위험 요인이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45달러를 돌파했던 2008년의 기억이 되살아날 조짐이 보인다.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한 해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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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2011년 주의 깊게 봐야 할 핵심 키워드를 정리했다. 뉴 노멀과 달러 과잉유동성, 재정 위기, 차이나플레이션, 자유무역협정, 미래 경영, 미디어 빅뱅, 사회 책임 경영, 북한 리스크, 국제회계기준 등이 그것이다.

뉴 노멀은 ‘저성장 시대’의 도래를 예고한다. 금융 위기의 후유증으로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부채를 상환함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시대를 의미한다. 이는 한국에는 위협이자 기회다.

미국은 부동산 버블로 붕괴된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공격적으로 달러화를 풀고 있다. 달러 과잉유동성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주식, 채권시장을 뒤흔드는 복병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남유럽과 아이슬란드가 재정 위기로 홍역을 치렀다. 최근에는 스페인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다. 그 어느 나라도 재정 위기의 위험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없다는 뜻이다.

차이나플레이션은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중국의 물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내에서 중국 수입품의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미국·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한국은 세계 최고의 ‘FTA 허브’로 부상했다. 미국과 EU는 세계 1~2위의 경제권이다.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은 창업한 지 60년이 넘으면서 3세 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그룹별로 새로운 도약을 위한 미래 경영 채비로 부산하다. 2011년 미디어 빅뱅이 예상된다. 스마트 TV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과 플랫폼의 다양화를 이끌어갈 전망이다. 새로 등장할 종합 편성 채널의 생존 전략도 관심거리다.

사회 책임 경영(CSR)은 이제 세계 모든 기업이 따라야 할 국제표준이 되었다. 기업들은 CSR 전략 수립에 비상이 걸렸다. 2010년은 남북 관계에서 최악의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북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부터 상장사와 금융회사에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이 의무화된다. IFRS의 두드러진 특징은 ‘연결재무제표’ 중심의 공시 체계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장승규 기자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