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부동산 시장

“집 언제 사야 돼?”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아오자 지인들이 ‘집을 사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며 부동산 전문가니 좀 알려 달라고 아우성이다. 부동산 칼럼과 기사를 쓰고는 있지만 말해줄 수 있는 건 “글쎄요”다. 솔직히 고려할 변수가 많은 데다 시장 상황이 복잡해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지런히 새해 집값을 전망한다. 언론도 이들의 입을 빌려 집값을 예측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하지만 콕 찍어 맞힐 수는 없는 일. 지난해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장 전망도 대부분 빗나갔다. 선거철만 되면 점집이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하는데 새해 집을 사거나 팔려면 점이라도 봐야 할 판이다.

새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뭐니 뭐니 해도 집값 회복 여부일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집값이 안정을 되찾고 회복세로 돌아설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모델하우스 스케치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00117
신동백 롯데캐슬 에코 모델하우스 스케치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00117
거래량과 미분양 물량 잘 살펴야

지난해는 부동산 시장에 사상 최악의 해였다. 지난해 11월 현재 전국의 아파트 값은 2009년 말에 비해 2.3% 하락했다. 수도권은 2.9% 떨어져 지방에 비해 하락 폭이 컸다. 부동산 시장은 거래가 끊겨 그야말로 꽁꽁 얼어붙었다.

지난해 연말께 전셋값 상승으로 일부 급매물이 사라지면서 집값이 올랐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바닥론’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반짝’ 상승했을 뿐 바닥론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대세다.

새해 집값 전망도 국내외 변수 때문에 쉽지 않다. 우선 글로벌 환경이 만만치 않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주목해야 한다. 가팔라지고 있는 중국의 물가 오름세가 국내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뛰면 부동산 값이 오른다는 일반적인 이론이 요즘에는 잘 들어맞지 않지만 집값을 자극할 소지는 충분하다. 미국은 경기 회복으로 주택 가격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택 가격 폭락을 예견했던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뉴욕 맨해튼의 고급 아파트를 구입해 이목을 끌고 있다.

국내 상황도 잘 살펴야 한다. 새해에는 분양 및 입주 물량이 부족하다. 부동산 정보 회사 부동산114가 상위 100위권 민간 건설사 중 현재까지 새해 아파트 분양 계획을 집계한 결과 총 18만8485가구에 그쳤다.

2009년에 조사한 2010년 분양 계획 물량(25만8466가구)에 비해 27% 감소한 것이다. 이는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공급으로 신규 주택 사업을 중단했거나 보류한 건설사가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새해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 물량은 총 18만8727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입주 예정 물량(30만401가구)에 비해 37% 감소한 수치다. 민간 건설사들이 글로벌 금융 위기로 2년간 주택 분양 물량을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아파트를 짓는데 2년 반에서 3년가량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급 감소에 따른 영향은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의 거래량과 미분양 물량을 살펴볼 때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부동산 시장이 더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올해 집값을 전망해 줄 꾀돌이 토끼는 어디에 있을까. 올해도 바닷속 깊은 용궁에 머무르고 있을지, 아니면 새집을 마련하려고 뭍으로 올라올지 궁금하다.

김문권 편집위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