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달러 과잉유동성

지난해 11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2011년 6월까지 총 6000억 달러 규모의 2차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을 시작하기로 했다.

양적 완화는 더 이상 정책금리를 낮출 수 없을 때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중에 돈을 뿌리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금리를 통해 경기를 조절하지만 금리가 사실상 제로인 상태에서 더 이상 인하 여지가 없으니 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FRB는 750억 달러씩 8개월 동안 미국의 장기 국채를 사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도 모자랐는지 미국은 2010년 12월 말 2011년 한 해 동안 8580억 달러(약 990조 원)에 달하는 감세 정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감세 연장안에는 장기 실업자 실업수당 13개월 연장, 미국 전 계층에 대한 감세 혜택 2년 연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기 부양에 사활 건 미국
<YONHAP PHOTO-0599> WASHINGTON - SEPTEMBER 2: Federal Reserve Chairman Ben Bernanke speaks during a hearing of the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on Capitol Hill September 2, 2010 in Washington, DC. The commission called Bernanke and and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 Chairman Sheila Bair to testify about the recent financial crisis and the concept of too big to fail.   Brendan Smialowski/Getty Images/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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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03 07:44:0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WASHINGTON - SEPTEMBER 2: Federal Reserve Chairman Ben Bernanke speaks during a hearing of the Financial Crisis Inquiry Commission on Capitol Hill September 2, 2010 in Washington, DC. The commission called Bernanke and and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 Chairman Sheila Bair to testify about the recent financial crisis and the concept of too big to fail. Brendan Smialowski/Getty Images/AFP ==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 /2010-09-03 07:44:09/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이처럼 미국이 강도 높은 양적 완화 정책을 펼치는 까닭은 다름 아닌 ‘경기 활성화’ 때문이다. 양적 완화가 이뤄지면 시중은행은 잉여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다시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로 이어져 기업의 투자 재원 확보와 가계 이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양적 완화 정책의 효과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면 오히려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유동성 함정(Liquidity trap)’에 빠져드는 것이다. 유동성 함정은 정부가 통화량, 즉 유동성을 늘려도 금리가 매우 낮은 상태에서는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하려고만 하고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런 국면에서는 정부가 아무리 통화 공급을 늘려도 경기가 부양되지 않고 투자자들은 여유 자금을 단기 금융 상품에만 투자하는 행태를 보인다.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수출’이다.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관건은 내국민 수요든, 외국 수요든 뿌려진 돈을 투자해 수요를 창출해 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가계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있고 기업들은 낮은 생산성으로 구조조정 중이다.

결국 대안은 외국 수요, 즉 미국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출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아쇠는 달러화 절하다. 이것이 미국이 유동성 함정을 피하기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다.

지나친 양적 완화가 부담이 된다. 당장 달러화의 절하로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 한국이 금융 위기를 비교적 무난하게 비켜갈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수출의 힘이었다. 하지만 달러화가 절하되면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와 함께 풀린 과잉 자금이 수출을 위한 생산 활동에 투자되지 않고 안전 자산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와 주식, 채권의 대규모 매집에 사용되며 또 다른 부작용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초저금리 상태에서 과잉 유동성이 금융자산을 넘어 원자재 등 실물 자산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늘어난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주요 원자재 가격이 꿈틀대는 것은 과잉유동성과 인위적인 달러 약세의 후유증이다. 만약 금융자산뿐만 아니라 원자재 가격까지 동시에 상승한다면 어렵게 찾아온 세계경제 안정세가 순식간에 악화될 수도 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