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 순간 옛것을 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이한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나날이 새롭게 하라는 대학의 가르침처럼 신생(新生)의 의미가 아니겠는가. 어느덧 2010년 경인년도 그 끝자락에서 신묘년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올해 사십대를 마지막으로 새해에는 쉰을 맞게 된다. 새해를 맞는 경이로움에 더해 십년을 새로 맞이하는 감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쉰 살 언저리에서 비로소 소명감에 대해 생각하고 따르게 됨을 공자는 일찍이 간파했나 보다.

직업관을 이야기할 때 직업 의식(job mind)보다 소명감(calling mind)을 요구하곤 한다. 살아가는 수단보다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된다는 뜻이다. 오십대에는 밥을 구하는 일보다 밥값을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될 때 진정으로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삶을 산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건강이다. 건강은 단순히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은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개개인의 건강지수가 곧 행복지수라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다. 자기 주도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가족과 인류를 위해 이로운 일을 하면서 신체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면 최고의 행복이 아니겠는가.

건강지수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국가는 물론 인류에까지 범위를 넓혀 생각할 수 있다. 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국가 경제 단위의 하나로 정의되지만, 기업의 존재 가치 인식이 전제돼야만 비로소 건강한 기업의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잠재 욕구(unmet needs)를 채워줄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때 기업의 존재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건강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성장률과 수익률은 물론 지속 성장이 가능한 미래 가치와 기업 내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함께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건강지수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국민소득 2만 달러가 되기까지는 성장이 주요 가치가 된다.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고자 한다면 경제력은 물론 정치·사회·문화 전반에서 안녕한 상태에 놓여 있어야 한다.

세계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는 한국의 잠재력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작금의 한반도 정치·군사적 긴장 상태와 양극화 현상 등은 우리 세대가 풀어야 할 당면한 건강 과제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 5단계설을 통해 생리적·안전적 욕구를 넘어서면 소속감과 존경의 욕구를 넘고 다시 자아실현의 욕구를 추구하게 된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하는 기업의 자아실현 역시 기업관을 충실히 실현시키려는 욕구이며, 기업의 존재 가치에서 보람을 찾고 아름답고 풍요로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화 선진국의 미래가 보이는 대한민국 기업의 건강지수가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다.

이와 함께 국가의 건강지수도 높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풀어야 할 킹핀(king-pin: 근본적인 문제이자 문제 해결의 실마리)이 있다.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오는 한국인의 정신이 살아 있는 대한민국, 바로 자신의 조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가관·민족관이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와 공조하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각 개인의 존재 가치와 역할을 다할 때 국가의 건강지수는 자연히 높아질 것이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에 이르기까지 신바람 나고 건강한 세상을 세밑에 꿈꾸어 본다.


[CEO 에세이] 건강지수를 높이자
조운호 (주)얼쑤 사장

약력 : 1962년 전남 해남 출생. 연세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9년 웅진식품 사장. 2006년 세라젬 부회장. 2009년 (주)얼쑤 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