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론의 오해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통닭 값과 집값으로 본 PIR 분석의 모순
요즘 한 대형 마트에서 통닭을 5000원에 판매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비록 3일 만에 판매를 접긴 했지만 기존의 프랜차이즈 통닭 값에 비해 3분의 1에 불과한 가격 파괴 선언은 여러 말들을 낳기 충분했다.

원가 이하에 팔고 있다는 둥, 다른 상품을 팔기 위한 미끼 상품이라는 둥 말들이 많아지자 급기야 판매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국내의 한 경제 연구소가 프랜차이즈 통닭은 물론 “L마트에서 파는 통닭 값도 거품이 왕창 끼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자.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 마켓에서 판매되는 통닭은 4.99달러다. 이를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5600원이 된다. L마트와 같이 미국에서도 치킨무나 콜라 등을 끼워 팔지 않기 때문에 L마트의 통닭 값 5000원보다 비싼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통닭은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통닭은 3파운드(1361g)짜리이고 L마트에서 판매하는 통닭은 900g짜리다. 그러므로 무게를 감안한 통닭 값은 L마트가 미국 마켓보다 오히려 35%나 더 비싼 것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연구소의 비교는 어느 정도 타당한 것 같다. 그런데 이 연구소는 한발 더 나간다.

여기에 국민소득을 대입한 것이다. 소위 PIR(Price to Income Ratio)라는 것으로, 소비 주체의 소득 대비 물건 값을 비교하는 개념이다. 2009년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구매력 기준)은 4만6000달러이고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2만8100달러로 미국의 국민소득이 우리나라보다 64%나 더 많다.

이를 통닭 값에 반영하면 L마트의 통닭 값은 미국 통닭 값 대비 두 배 이상(121%) 비싼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L마트에 비해 세 배 정도 비싼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통닭은 소비자의 구매 수준을 감안할 때 6~7배의 거품이 끼었다는 것이다.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에서 파는 통닭 값은 1마리에 2262원이 적당하다는 것이 그 연구소의 결론이다.

미국 통닭이 한국보다 싸다?

이 논리가 맞는 것일까. 물론 수치상 계산은 정확하다. 소비자의 실질 구매 능력을 반영한 국민소득을 감안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는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 수요자 쪽에서만 본 논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공급자 쪽에서 본다면 터무니없는 논리다. 통닭 값을 2262원에 맞추자면 생닭을 600~700원 정도에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닭을 미국에서 키우거나 한국에서 키우거나 들어가는 사료 값은 비슷할 테니 생닭 값을 600~700원에 맞출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한국 사람의 국민소득이 낮다는 이유로 닭에게 먹이는 사료의 양을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PIR라는 개념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연구소가 문제다. 더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2년 치 국민소득인 9만2000달러 정도면 최고급 기종의 승용차를 살 수 있다.

그런데 1인당 국민소득이 연간 1000달러라는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고 하자. 그러면 미국에서는 9만2000달러에 팔리는 최고급 승용차를 아프리카의 나라에서는 2000달러에 팔아야 거품이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통닭 값과 집값으로 본 PIR 분석의 모순
시장가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감안하면 통닭 1마리에 2262원 정도나 그 이하라면 더 좋겠지만 그 가격에 통닭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므로 시장 가격은 그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매 능력만을 감안해 통닭 값이 2262원을 넘으면 무조건 거품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런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다. 앞에서 예로 든 연구소는 다행히도 가상의 연구소다. 한쪽의 일방적인 논리로 통닭 값이 2262원이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정신 나간 연구소는 없다.

그런데 집값에 대해서는 이런 PIR를 인용한 어설픈 논리가 당연한 것처럼 퍼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 올해 H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 집값이 거품이며 그 논거로 구매력(국민소득) 대비 비싸다는 논리를 편 적이 있다. 이를 수치적으로 검증해 보자.

미국 부동산협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집값은 2010년 10월 말 기준 21만8700달러다. 이를 10월 평균 환율 1122.23원으로 환산하면 2억4543만 원 정도다. 한편 국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집값은 2억4417만 원 정도다.

미국 집값의 99% 수준으로 거의 비슷하다. 오히려 미국 집값이 한국 집값보다 1% 정도 싸다. 그런데 여기에다 PIR 개념을 도입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앞서 통닭의 예에서 보듯이 미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64%나 많으므로 국민소득을 감안한 집값 수준은 미국 대비 63%나 비싸게 나오는 것이다. 이 부분을 H경제연구원이 거품이라고 정의했던 것이다.

통닭이나 자동차의 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PIR라는 개념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 PIR 개념이 맞으려면 원가를 구성하는 모든 조건이 미국보다 64%나 싸야 정상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판매하는 철근 값이나 시멘트 값이 미국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64%나 싸야 한다.

이를 위해 호주나 브라질이 철광석 값을 64%나 싸게 한국에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무역 거래는 현실 세계에 없다. 선진국에는 원유를 비싸게 팔고 우리나라에는 싸게 판다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이런 행위 자체가 불공정 무역 행위라고 해서 국제사회에서는 금지되고 있다.

결국 한국에서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비나 미국에서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재비는 같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집값을 낮추려면 땅값을 낮춰야 한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 한국의 땅값은 미국의 땅값보다 훨씬 비싸다. 이유가 뭘까.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통닭 값과 집값으로 본 PIR 분석의 모순
아래 표에서 보듯이 미국은 한국보다 95배나 큰 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국민총생산(GDP) 측면에서는 그 차이가 10배에 불과하다. 미국이 세상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인 것은 틀림없지만 한국도 세계에서 12번째에 이르는 경제 강국이기 때문이다.

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를 그 나라 땅의 면적으로 나누면 미국은 ㎡당 1.54달러밖에 안 된다. 14.05달러인 우리나라 땅값의 11%에 불과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 나라 땅의 면적이나 GDP를 고려해 보면 우리나라 땅값이 미국보다 9배 정도 비싼 것이 정상인 것이다.

인구로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다. 2010년 현재 미국에는 3억1023만 명이 살고 있으며 한국에는 4864만 명이 살고 있어 미국이 한국보다 6.4배나 인구가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땅덩이가 우리보다 95배나 크기 때문에 인구밀도 면에서는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15배나 조밀하게 살고 있다. 결국 한국의 땅값이 비싼 이유는 너무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고 있고 그 사람들의 경제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통닭 값이나 자동차 값에 단순히 PIR를 적용하면 심각한 모순이 발생하듯이 집값에 PIR만 적용하면 모순이 발생한다. 수요자 쪽에서는 가격이 쌀수록 좋겠지만 공급자 측면에서는 싸게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PIR 단순 적용은 위험

국가 간의 물가를 비교하는 지수 중에 ‘빅맥지수’라는 게 있다. 빅맥지수는 각국에 진출한 맥도날드 햄버거의 대표 메뉴인 빅맥의 가격을 비교해 각국 통화의 구매력과 환율 수준을 비교 평가하기 위해 만든 지수로, 이코노미스트지가 1986년부터 분기마다 1차례씩 발표하고 있다. 이 지수에서도 그 나라의 GDP는 참고하지 않는다.

그러면 PIR의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소비자의 구매 능력 대비 물건 값을 비교하는 유용한 지수가 바로 PIR다. 하지만 PIR는 같은 조건 하에서 기간별로 어떻게 지수가 변화하는지를 알아보는 지수이지 통닭 값이나 집값과 같이 서로 다른 조건을 지닌 나라끼리 비교하는 지수는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H경제연구원은 심각한 오류를 범한 것이다. 통닭 값이든 집값이든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이지 연구원의 어설픈 리포트가 아니다.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통닭 값과 집값으로 본 PIR 분석의 모순
아기곰 부동산 칼럼니스트
a-cute-bear@hanmail.net

국내 최대 부동산 동호회인 ‘아기곰동호회’의 운영자, 부동산 칼럼니스트.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 의한 과학적 분석으로 부동산 투자 이론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