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결과

올 상반기 자문형 랩어카운트 열풍으로 자문사들이 집중적으로 투자한 이른바 ‘자문사 7공주’ 종목들이 있었다. LG화학·기아차·하이닉스·제일모직·삼성전기·삼성SDI·삼성테크윈이 그들이다.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CEO’ 제조업 부문에서는 이들 ‘7공주’의 부상이 반영된 모습이다. 주가는 회사의 실적과 시장 참여자의 기대를 한꺼번에 반영한다는 점에서 ‘올해의 CEO’ 선정 과정과 비슷한 속성을 지녔다.
[2010 올해의 CEO] ‘실적·시장 참여자 기대’ 동시에 반영
‘7공주·4대 천왕’의 인기 그대로 이어져

12월 15일을 기준으로 2009년과 2010년의 주가를 비교하면 LG화학은 23만4500원에서 38만5000원으로 1.64배 올랐다. 삼성전자는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지만 1년간의 주가 변화는 77만7000원에서 91만6000원으로 1.17배 상승에 그쳤다.

기아자동차는 보다 극적이다. 1만9800원에서 5만1600원으로 2.6배 올랐다. 기아차는 올해 제조업 부문 3위로 당당히 순위에 올랐다.

지난해 순위에 오르지 못했던 하이닉스도 올해 제조업 부문 6위에 올랐다. 7공주에 이어 ‘자문사 4대 천왕(현대제철·고려아연·한진해운·OCI)’으로 꼽혔던 현대제철도 제조업 부문 11위로 처음 순위에 올랐다. 주가도 지난해 8만3400원에서 올해 11만6000원으로 1.39배 상승했다.

반면 주가가 59만6000원에서 47만4000원으로 하락한 포스코는 제조업 부문 1위(종합 대상)에서 올해 5위로 내려앉았다. 스마트폰 경쟁을 따라가지 못해 고전했던 LG전자도 전년 4위에서 올해 14위로 내려갔다.

비제조업 부문에서는 KT가 1위에 오르면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이석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광고로 인터넷·집전화·IPTV 통합 상품인 ‘쿡(Qook)’을 내놓았고, 이어 애플의 아이폰을 출시하며 폐쇄적이던 국내 통신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통신 시장의 기득권 때문에 스마트폰 출시에 소극적이던 SK텔레콤은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라는 인터넷 기득권에 연연했던 NHN도 순위에서 사라졌다.
[2010 올해의 CEO] ‘실적·시장 참여자 기대’ 동시에 반영
항공사 뜨고, 건설사 지고

비제조업 분야에서는 항공사 최고경영자(CEO)의 부상이 눈에 띈다. 올해 경기 회복과 함께 경영 지표가 빠르게 회복된 아시아나항공이 3위에, 대한항공이 7위로 컴백했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로 주목을 받았던 한전KPS도 10위에 자리했다.

한편 지난해 비제조업 부문 대상이었던 현대건설은 올해 9위로, 삼성물산은 4위에서 11위로 내려앉았다. 금융업 부문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자로 나서면서 김 회장은 ‘승부사’라는 명성을 다시금 확인시켰다.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도 지난해 3만5500원에서 올해 4만1700원으로 올랐다.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의 박종원 사장은 올해 갑자기 유명해졌다. 올해 창립 기념일을 계기로 금융계에서 유일한 5연임 전문 경영인으로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한편 올해 상장한 삼성생명의 이수창 사장은 7위에 랭크됐다.

코스닥 상장 기업 중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기업의 CEO에게 주어지는 ‘성장 기업 부문 대상’은 바이오시밀러 업체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에게 주어졌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개척해 현재 코스닥에서 서울반도체에 이어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코스닥 스타다. 주가는 전년 1만5050원에서 올해 3만5100원으로 2.33배 올랐다.

-------------------------------------------------------------------------------

돋보기 이렇게 선정했다

기업 규모보다 CEO의 역량을 평가

‘2010 올해의 CEO’ 선정은 2009년 7월 1일부터 2010년 6월 30일까지(1년 간)의 매출액·시가총액·순이익을 기준으로 코스피 상장 업체 상위 120개, 코스닥 상장 업체 40개 기업의 CEO를 대상으로 했다. 160개 기업을 선정하는 과정은 한국신용평가정보와 한경비즈니스가 매년 6월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기업’과 동일하다.

각 기업 공시에 명목상 대표이사가 여러 명 등재됐다면 실제 ‘대표이사’로 대외적 활동을 하는 사람을 리스트에 올렸다. 삼성물산처럼 상사부문과 건설부문이 독립적 대표 체제를 갖춘 경우에는 해당 회사가 지정하는 한 명만 대상자로 정했다.

이미 데이터를 통해 160개 기업의 순위가 나온 상황이지만 그와 별도로 ‘최우수 CEO’를 뽑는 것은 기업 규모에 구애받지 않고 CEO의 역량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 설문은 단순히 투표 수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양적·질적·개인 역량 평가로 세분화된 8개의 문항에 대해 1~5점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평가자에게는 기본적인 재무제표가 제공됐다.

설문에 참여한 평가자들은 한국의 경제와 산업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경제연구소의 연구원, 경제·산업부 기자, 잡 컨설턴트, 주요 증권사 센터장이다. 투표의 편향성을 방지하기 위해 한 단체당 투표자 수를 5명 이하로 제한했다.

평가자 1명이 제조·비제조·금융의 3분야를 모두 답하는 것이 아니라 평가자를 세 그룹으로 나눠 1명이 한 분야에만 답하도록 했다. 평가자 1인당 5명의 CEO를 추천해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