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이변이 많았습니다. 올 한 해 가파른 주가 상승을 보였던 LG화학을 이끈 김반석 부회장이 ‘종합 대상’에 올랐고 아이폰을 도입해 한국 정보기술(IT)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준 KT의 이석채 회장이 ‘비제조업 부문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금융업 부문 대상’은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지주의 김승유 회장이, ‘성장 기업 부문 대상’엔 바이오시밀러로 주목받고 있는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이 선정됐습니다. ‘CEO 중의 CEO’로 뽑힌 이들과 함께 올 한 해 한국 산업 지형의 주요 포인트를 돌아봤습니다. 의외의 결과였다. 그러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결과였다. LG화학의 CEO가 최초로 종합 대상에 오른 것은. ‘올해의 CEO’ 선정은 총 94명의 평가위원이 1인당 5명의 CEO를 추천하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94명 중 제조업은 45명이 평가를 담당했는데 김반석 LG화학 부회장과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똑같이 25명의 추천을 받아 투표 수에서 동률을 이뤘다. 그러나 세부 평가 항목에서 김 부회장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부회장은 ‘종합 대상’에, 차점자인 최 부회장은 ‘제조업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2차전지·스마트폰·바이오’가 키워드
LG화학은 이미 순수 화학 업체가 아니다. 전통적인 화학업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소재 산업으로 발 빠르게 변신해 현재 매출의 35%를 전기·전자 소재에서 올리고 있다. 올해 업계의 핫 이슈였던 아이폰·아이패드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납품하고 있고 LG화학은 LG디스플레이에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더욱이 10년 전부터 준비한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축전지) 분야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 10여 곳과 납품 계약을 하며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꾸준히 이익을 내는 가치주이면서도 미래 전망도 밝은 성장주의 성격을 동시에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반면 삼성전자에 2010년은 악전고투의 한 해였다. 순이익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도체 사업에서는 꾸준히 이익을 냈지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분야에서는 미국 업체인 애플이 치고 나오면서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갤럭시S가 선전하면서 ‘역시 삼성’이라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석채 KT 회장이 ‘비제조업 부문 대상’에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스마트폰과 개방형 소셜 네트워크 분야에서 ‘우물 안 개구리’였던 한국에 전격적으로 아이폰을 도입하면서 국내 전자 업계와 인터넷 업계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비제조업 부문 2위가 된 것 역시 트위터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이슈를 주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이슈의 한복판에 섰고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매각 주간사로 핫 이슈가 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듯하다.
코스닥 업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어 ‘성장 기업 부문 대상’에 오른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 역시 바이오시밀러로 시장의 관심에 서 있다. ‘2010 올해의 CEO’의 전 부문 대상을 살펴보면 ‘2차전지’, ‘스마트폰’,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대의 흐름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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