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타결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을 둘러싸고 극단적으로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와 경제계는 “양국에 커다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 “세계 최대 시장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미국에 일방적으로 밀린 협상”, “퍼주기 협상”이라며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미국 여야와 경제계가 일제히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봉구의 뉴스 & 뷰] 한미 FTA, 그래도 얻는 게 더 많다
한국의 반응이 미국과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추가 협상 타결 내용이 지난 2007년 6월 양국이 합의했던 내용보다 한국에 불리해졌기 때문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추가 협상을 강력히 요구해 왔던 미국은 이번 협상의 성과에 대해서도 만족해하는 모습이 완연하다.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큰 호재를 만들어낸 셈이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얼마 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협정문의 점 하나도 고칠 수 없다고 천명해 놓고 결국 재협상이란 결과로 이어진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공식 사과 발언을 한 데서도 우리 측이 밀린 협상이란 측면은 충분히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유의해야 할 것은 타결 내용이 미국에 유리하게 됐다는 것은 3년 전의 협상 내용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지 한미 FTA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협상의 내용이 다소 후퇴했다고 해서 우리가 한미 교역에서 손해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협상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은 더욱 무리가 있다. 이번 추가 협상의 핵심 내용은 이렇다. 국산 자동차에 대해 미국 측이 물리고 있는 관세 2.5%의 철폐 시기를 3년(3000㏄ 이하는 즉시)에서 배기량에 관계없이 4년 후로 늦추고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또 미국 안전 기준을 만족시키는 자동차는 국내 기준도 만족시키는 것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미국 측의 최대 관심 사안인 자동차 부문에서 과감히 양보한 것이다. 자동차 업계로선 손해임이 분명하다. 대신 우리 측은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 철폐를 2년간 연장하고 복제 의약품 시판 허가와 특허 연계 의무 이행을 3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자동차 부문 양보에 대한 대가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비관적일 이유 없어

야당 등에서 굴욕적·매국적 협상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이렇게 주고받은 내용이 균형에 어긋난다는 점 때문이다. 당장의 수지 타산만 계산한다면 물론 틀린 지적이 아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본다면 결코 비관적일 이유가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가장 피해를 본다는 자동차 업계가 추가 협상 타결 내용에 대해 오히려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완성차 업체도 그렇고 부품 업체도 마찬가지다. 승용차 관세 철폐 시한이 늦어지는 데서 오는 이익 감소보다 조속한 협정 발효로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업계는 미국 자동차와의 경쟁에서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갖고 있다. 미국산 자동차가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자신감은 결코 근거 없는 게 아니다.

협정 발효와 함께 관세가 대폭 내려간다고 하더라도 미국산 자동차가 우리 시장에서 갑자기 잘 팔리는 일은 일어나기 힘들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따라서 자동차 업계를 지나치게 걱정하기보다 이번에 추가로 양보 받은 부분의 혜택을 잘 살려 의약 등 국내 산업의 선진화를 앞당기는데 힘을 쏟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이제 남은 것은 양국의 의회 비준 절차다. 정부 여당은 적극적으로 야당 의원 설득에 나서야 하고, 야당 또한 정략적 차원에서 무리하게 반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길인지 정치권은 냉철하게 판단해 주기 바란다.

이봉구 한국경제 수석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