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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12월 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1차 사업 재조정 발표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2월 8일 국회에서 진통 끝에 통과된 LH법 개정안 덕분이다. 추진·보류·취소 등이 아니라 내년 반드시 시행해야 할 사업장 20~30여 개를 일부 공개하는 형식을 띨 것으로 보인다.

LH법이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에서 극적으로 통과함에 따라 연내 발표가 불투명했던 138개 미보상 지구에 대한 사업 구조조정안이 조만간 윤곽을 나타낼 예정이다. LH법은 LH가 보금자리주택, 산업단지 등 공익사업을 추진하다가 결산 손실이 발생하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다.

LH법 개정안은 손실 보전 대상을 보금자리주택·산업단지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공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LH는 임대주택사업에서 발생한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LH는 지난해 임대주택 사업에서만 5800억 원의 손실을 봤다. 그동안 LH법 통과가 늦어지면서 사업 재조정 발표가 9월 말 이후 두 차례 연기된 상태다.

414개의 사업지구 중 보상이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276개는 정상 추진과 시기 조정 두 가지로 분류된다. 아직 보상을 시작하지 않은 138개 사업 지구는 △사업 취소 및 지구 지정 해제 △장기 보류 △규모 축소 △시기 조정 △시행자 변경 △사업 방식 변경 등으로 나눠진다.

LH는 사업 재조정 발표를 앞두고 각종 개발 사업을 일단 중단한 상태다. 138개 미보상 지구 중 60여 곳을 구조조정하기로 하고 주민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의 중이다. 지자체가 인·허가를 조건으로 요구한 기반 시설 설치를 중단하고 ‘U-시티’ 사업도 상당수 취소했다.

LH는 성남시를 포함해 경기도 내 9개 지자체에 최근 U-시티 구축 사업 중단 EH는 축소를 공식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LH ‘U-시티 사업 추진 현황’ 자료에 따르면 LH가 추진 중인 U-시티 사업은 총 26개 지구로 사업비는 1조2531억 원에 달한다.

꽉 막힌 자금 조달에 ‘단비’

LH는 16일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 및 결의대회"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본사에서 개최됐다. 이지송 LH공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노사공동결의문 선포를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6
LH는 16일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비상경영 선포 및 결의대회"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LH본사에서 개최됐다. 이지송 LH공사 사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노사공동결의문 선포를 하고 있다. /허문찬기자 sweat@ 20100816
정부는 LH법 통과로 당장 금융시장에서 LH의 채권 발행이 재개돼 단기 유동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이 재무구조를 직접적으로 개선해 주지는 않지만 정부가 국책 사업에 따른 손실 보전을 약속하면서 LH의 신용도를 보강해 주는 효과가 있어 채권 발행이 쉬워지는 것이다. LH는 지난 하반기부터 국민연금·농협·삼성생명 등 기관투자가들이 채권 매입에 난색을 표하면서 채권 발행이 중단됐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한도가 확대될 여지가 생겨 지난 8월 이후 중단됐던 LH의 채권 발행도 내년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보험·은행 등 일반 금융회사들도 LH 채권 보유에 따른 위험 가중치가 줄어들어 추가 투자 여력이 열리게 된다. 은행과 보험은 LH 채권 보유에 따른 위험 가중치가 각각 20%와 0.8%에 달했으나 앞으로 모두 0%로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임에 따라 보상 지연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세종시·혁신도시 등 국책 사업과 주거 복지 및 주거 환경 개선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LH는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LH가 지속적으로 당기순이익을 올려 온 만큼 손실 보전 조항이 추가되더라도 실제로 손실이 발생해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말했다.

정부의 LH 지원 방안 마련 시기도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녹지율 축소나 학교 용지 부담금 완화, 임대주택 건설 재정 지원 현실화 등 LH 사업성 개선 방안을 찾기 위해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부처 간 의견 조율로 사업 재조정안과 정부 지원 방안 발표 시점이 내년 이후로 늦춰지더라도 LH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마스터플랜’ 정도는 연내 발표할 방침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