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가 떴다-그룹사 지분 보유 중소기업에 관심’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대우증권 강수연·이규선·황주호 애널리스트가 펴낸 ‘패밀리가 떴다-그룹사 지분 보유 중소기업에 관심’을 선정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가 이뤄진 한국의 산업구조상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수혜를 봐야만 고성장이 가능할 때가 많다. 이 리포트는 바로 이런 아이디어에 출발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에 대한 지분 취득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지분 인수에 그치지 않고 출자 회사에 그룹명을 부여하는 사명 교체나 기업 이미지(CI) 통합 작업을 통해 소속감 및 일체감을 주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심어주기도 한다.

각 그룹사들이 협력 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첫째, 그들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중요 기술을 보유한 중소기업의 지분을 취득함으로써 기술 유출을 막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둘째, 그룹사는 주력 사업 분야에 대한 원가절감과 품질 향상을 위해 안정적인 원료 조달, 그리고 제조 및 유통 단계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기 위해 계열사를 다양화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핵심 원자재인 냉연강판의 원활한 조달을 위해 현대하이스코를 필요로 했고 현대하이스코는 냉연강판을 만들기 위해 열연강판을 생산해 줄 현대제철이 필요했다.

이러한 자체 조달 시스템은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BMW나 폭스바겐, 렉서스와 도요타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삼성그룹은 신성장 사업의 본격 추진을 앞두고 수직 계열화를 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정밀화학이 폴리실리콘, 삼성코닝정밀소재가 잉곳과 웨이퍼, 삼성전자가 태양전지 셀과 모듈, 삼성에버랜드가 발전 시스템, 삼성물산이 수출을 맡는 역할 분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처럼 그룹사의 수직 계열화는 비용 축소와 기술 보호에 효과적이며 빠른 의사소통과 결정에 따라 사업의 진출과 퇴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셋째, 대기업 쪽에서는 신성장 동력 확보가 가능하고 중소기업은 성장 모멘텀을 얻을 수 있다. 융합(convergence)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산업 모델로 등장하면서 조선과 정보기술(IT), 자동차와 IT, 의료기기와 IT 등의 결합이 보편화되고 그룹 집단이 보유하지 않은 사업 분야에 속해 있는 중소기업의 힘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그룹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린다면 중소기업은 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는 그림 도구가 되어 ‘윈-윈(Win-Win)’ 전략을 꾀하고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정부는 대기업의 자발적 상생을 강조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정부 정책에서 탈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 협조를 강조하고 나섰다. 더욱이 2012년에는 국회의원 선거(총선)와 대통령 선거(대선)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중소기업은 살리고 대기업은 압박하는 정책이 예상된다.
<사진->삼성전자 금형기술센터 개소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에 위치한 협력업체 에이테크솔루션(주)에서 이현봉 생활가전총괄 사장과 관련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금형기술센터 개소식을 가졌다.//경제/   2006.3.5  (서울=연합뉴스)
<사진->삼성전자 금형기술센터 개소 삼성전자는 지난 3일 경기도 화성시 정남에 위치한 협력업체 에이테크솔루션(주)에서 이현봉 생활가전총괄 사장과 관련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금형기술센터 개소식을 가졌다.//경제/ 2006.3.5 (서울=연합뉴스)
하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 정부가 이처럼 강조하는 상생 정책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대기업이 지분을 보유한 중소기업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현대차의 지분이 투자돼 있는 계열사와 지분 투자가 없는 비계열의 부품 업체 간의 영업이익률을 비교해 보면, 지난 10년 동안 평균적으로 현대차 계열 부품 업체의 영업이익률이 비계열 부품 업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대형 업체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기업 중에서도 ‘내 식구 챙기기’, 즉 지분 구조로 얽혀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그룹사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각 그룹사별 다양한 상생 협력 방안을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까지 우수 협력업체 50개를 선정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1조 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기아차는 2, 3차 협력업체까지 고려한 상생 강화 협약을 체결했으며 포스코는 상생 경영을 통해 얻은 이익을 다시 협력사에 재분배하는 성과공유제도(Benefit Sharing)를 실천하고 있다.
[화제의 리포트] 상생 정책 ‘수혜’…대기업도 적극 투자
에스에프에이, 아바코 등 주목

이 같은 분위기를 볼 때 2011년 시장의 새로운 화두는 ‘상생(相生)’이 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와 대기업의 투자로 중소기업은 따뜻한 2011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며 그 가운데 각 그룹사가 지분 투자한 중소기업에 대한 관심을 확대할 때다. 그중에서 아이마켓코리아·에스에프에이·에이테크솔루션·아바코·유비벨록스를 관심 종목으로 제시한다.

에스에프에이는 올해부터 전공정 장비 개발 완료로 본격적인 사업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에스에프에이의 내년 매출액은 올해 대비 91% 증가한 8354억 원에 이를 전망이며 영업이익은 173% 증가한 996억 원을 예상한다. 또 현재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1300억 원이며 무차입 경영을 실현하고 있다.

에이테크솔루션은 삼성전자가 지분 15.92%를 보유한 금형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의 금형사업부에서 분사된 후 2001년 법인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09년 10월 삼성전자가 재차 지분을 인수해 삼성전자가 지분을 투자한 첫 번째 중소기업이다. 삼성전자의 수직 계열화 추구 및 중요 기술 보호에 대한 전략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아바코는 2000년에 대명ENG 진공 사업 부문이 분리돼 설립된 장비 업체다. 2008년 LG디스플레이가 2대 주주(지분율 19.9%)로 참여하면서 급격한 실적 개선이 이뤄졌다. 투자 포인트는 첫째, LG디스플레이 내 스퍼터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신규 발주에서 아바코의 스퍼터 점유율이 50%를 웃돌았다. 또 강한 수주 모멘텀이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28% 증가한 195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산업재 중심의 B2B 상거래 전문 기업이다.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 등 삼성 계열사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관계사로 각각의 기업들이 주주이자 고객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 계열사의 매출 성장과 MRO(기업에 필요한 소모성 자재) 서비스의 확대, 삼성 외 기업에 대한 서비스 제공이 확대되면서 빠른 매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유비벨록스의 투자 포인트는 첫째, 현대차의 지분 참여로 현대차그룹과의 동반 성장이 기대된다. 유비벨록스는 현대차가 2006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지분 5.69%를 취득한 이후 현대차의 ‘모젠’ 개발에 이어 2012년 차량용 메인 플랫폼 프로젝트까지 잇따른 수주를 받고 있다.

둘째, 시장 트렌드인 컨버전스(융합)를 잘 활용한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 셋째, 82개의 매출처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모바일 플랫폼은 40개의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어 성장하는 산업의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강수연 대우증권 애널리스트

1981년생. 2005년 성신여대 경영학과·일어일문학과 졸업. 2005년 일본 도요타ENG. 2006년 대우증권 애널리스트(현).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