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필수품이 된 긴켄(金券)의 인기 몰이

요즘 일본에선 가격만 싼 건 약발이 듣지 않는다. 좀 비싸도 그 이상의 만족을 주는 게 각광받는다. 이런 점에서 2010년 일본의 히트 상품은 ‘프티(Petit) 사치’로 요약된다. ‘프티 사치’는 작은 사치라는 의미로 일종의 탈(脫)절약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세는 엄연히 절약이다. 작은 사치도 1000엔대 밑의 저가 일상품이 주류다.

가계부에 부담을 주는 중·고가 제품은 작은 사치와 무관하다. 오히려 절약 추세는 나날이 폭넓고 깊게 진행된다는 게 중론이다. 틈새 정보를 활용해 생활 속에서 소비 절약을 실천하는 이들이 훨씬 늘었다. ‘긴켄(金券)’이 대표적이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히 전파되고 있는 절약 테크닉 중 하나다. ‘싸게 사는 법’의 최고 경지란 이유에서다. 실제 역세권·상점가엔 이를 취급하는 점포가 상당히 많다.
[일본] 할인티켓·상품권 ‘붐’…취급 점포 급증
‘싸게 사는 법’의 최고 경지

긴켄은 할인 티켓과 상품권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화폐(보조 화폐)는 아니지만 화폐에 준해 유통되는 유가증권을 뜻한다. 이를 액면가보다 저렴하게 매입해 액면가치대로 사용하는 게 기본 구조다.

꼼꼼하게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일본 가계에 제격이다. 세부 종류는 상당히 방대하다. 백화점·슈퍼마켓 등의 상품권과 여행·음료·도서·문구·휴대전화·엽서·증지 등을 비롯해 영화·교통(회수권)·공연티켓 등 셀 수 없이 많다.

당연히 취급 점포도 다양하다. 오프라인에서는 목이 좋은 지역 대부분에 관련 점포가 출점해 있을 정도다. 대형 포털 등이 가세하면서 인터넷 공간에서의 경쟁도 뜨겁다.

최근엔 저가 항공권 등 각종 티켓 위탁 판매와 외화 교환, 금매매 등을 병행하는 곳도 증가세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 유치를 위한 출혈 판매도 적지 않다. 평균 마진은 도쿄는 3~5%인 반면 지방일수록 2%를 내기도 힘든 것으로 전해진다. 1990년대 말 이미 1조 엔 시장에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긴켄이 일반 가계의 관심 품목으로 부각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약간의 정보·수고만으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어 부담감이 적다. 품목이 다양해진 것도 수요 증가에 기여했다. 요즘 취급 점포엔 생활 대부분을 망라하는 다양한 긴켄을 사고팔아 범용성이 높다.

흔히 2% 정도 할인된다는 점에서 역산하면 월평균 5만 엔의 생활비를 긴켄으로 대체하면 1000엔까지 아낄 수 있다. 단점도 있다. 먼저 관심이 늘고 매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덩달아 가격도 뛰는 추세다.

하지만 어디서든 쉽게 저렴한 가격으로 일상 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에 비할 바는 아니다. 게다가 선물 대체 수요로도 좋다. 성의 표시가 필요하다면 현금보다 상품권이 양자 모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근 관심 품목은 주주 우대권이다. 일반 기업이 주주에게 발행하는 주주 우대권은 긴켄 시장의 주요 품목 중 하나다. 업종에 따라 반액 정도에 물건·서비스를 구입·이용할 수 있거나 혹은 무료시식·입장권을 보내주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게 항공사다. ANA의 주주 우대권은 현재 장당 1만1000~1만3000엔에 팔리는 중이다.

인기 절정의 긴켄은 몇 종류로 압축된다. 사용 범주에 따라 구분되는데 음식점·정보통신·레저·쇼핑·교통수단 등에 관심이 많다. 음식점은 ‘제후그루메카드’가 유명하다. 패밀리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점·술집·백화점 식당가 등 전국 3만5000점에서 사용할 수 있어 범용성이 장점이다.

유효기간이 없고 잔돈은 돌려준다. 주식 상장의 대기업 계열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주주 우대권도 인기다. 프랜차이즈가 많아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데다 정가의 70~80% 가격대여서 이득도 높다.

정보통신 계열로 구분되는 긴켄 중엔 단연 도코모의 ‘모바일러스체크’가 필수품이다. 휴대전화 이용료로 지급할 수 있어 찾는 이가 많다. 반대로 예전에 인기였던 전화 카드는 최근 수요가 적어 할인율이 높은 게 특징이다.

NTT의 전화요금(통화료) 지불이 가능하다. 정보통신 관련 품목 중엔 엽서·우표도 빠지지 않는다. 보통 할인되지 않는 상품인 만큼 만족감이 높다. 일본은 여전히 연하장을 비롯한 엽서 문화가 발달돼 있고 수요도 꾸준하다.

음식점·정보통신·레저·쇼핑 긴켄 ‘인기’

[일본] 할인티켓·상품권 ‘붐’…취급 점포 급증
레저용 할인 품목 중엔 ‘도쿄디즈니랜드 패스포드’가 출품 즉시 매진되는 인기 상품이다. 보통은 할인율이 높지 않지만 유효기간이 임박한 건 그만큼 저렴하다.

현장 창구의 번잡함을 피하는 것도 장점이다. 여행사나 항공사가 발행하는 상품권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국내·해외여행 대금으로 이용할 수도 있어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증정용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화 감상권도 있다. 지정 영화는 상당한 할인율(72%)로 즐길 수 있으며 한편에선 복수 영화를 고를 수 있는 공통권도 있다. 높은 교통비를 감안하면 교통 계열 긴켄도 필수다. ‘센칸센 회수권’은 출장 많은 샐러리맨의 동반 품목이다.

회수권을 사용하면 도쿄~신오사카 신칸센만으로 1000엔 정도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절반 가격에 이용 가능한 ANA 주주 우대권은 경쟁사(JAL)의 제도 폐지로 가격이 뛰는 추세다.

쇼핑 계열에선 ‘전국 백화점 공통 상품권’이 최고 히트 상품이다. 전국의 주된 백화점에서 통용되며 잔돈도 받을 수 있어 편리하다. 백화점 이용도가 높은 중년 이상은 평소에 사뒀다가 사용할 때도 많다.

대신 팔 때(95~96%)와 살 때(98%)의 할인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유통 회사가 발행한 상품권도 관심 대상이다. 생활 밀착형 할인 품목으로 주부들에게 대인기다. 물량이 잘 나오지 않지만 생활비 절약에 직결되기 때문에 목돈이 생길 때마다 일괄 구매로 사 두는 가정이 적지 않다.

신판 회사의 기프트 카드도 같은 맥락에서 권유된다. 백화점·슈퍼마켓·호텔·음식점 등 폭넓게 사용할 수 있어 샐러리맨에겐 현금이나 마찬가지다. 편의점 등 전국 4만3000점의 제휴망을 갖춘 ‘쿠오카드’도 일상생활에선 도움이 되는 긴켄이다. 이 밖에 할인하지 않기로 유명한 신간 도서 구입 때는 도서카드, 술을 즐기는 주당이라면 맥주 공통권이 짭짤하다는 평가다.

할인 카드만으로 절약 생활에 만족한다면 2% 부족하다. 몇몇 전문 사이트와 잡지 특집에선 다양한 사용 조합을 통한 긴켄 활용법을 자주 소개한다. 대표적인 게 범용성이 높은 상품권과 할인율이 높은 주주 우대권을 동시에 사용하는 방법이다.

가령 전국 백화점 공통 상품권과 주주 우대권을 함께 사용하면 두 번의 할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백화점에서 쇼핑했다면 상품권 구입으로 2%(98%에 매입)를, 또 10% 할인되는 주주 우대권까지 내면 모두 12% 할인 효과를 보는 셈이다. 3만 엔짜리 물건이면 3500엔이나 절약하는 셈이다(우대권 구입비용 반영 결과).

또 2~3% 저렴한 연하장·엽서·우표도 대량으로 살수록 할인율이 높아져 유리하다. 잔돈을 주지 않는 상품권이면 금액이 적은 걸 준비해 두거나 현금과 함께 사용하는 것도 좋다. 매월 꼭 사용하는 품목이면 물량이 많이 나오는 월급날 직후 일괄 구매하면 높은 할인율로 구매할 수도 있다.

-------------------------------------------------------------------------------

돋보기 긴켄 업계 대표 주자 다이코쿠야

출발은 전당포…입지 선점 ‘탁월’
[일본] 할인티켓·상품권 ‘붐’…취급 점포 급증
대표적 긴켄 업체는 오프라인인 다이코쿠야(大黑屋)다. 중고 명품 취급 점포로 더 유명한데, 실은 전당포가 원류다.

도쿄 도심의 웬만한 번화가엔 이 회사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귀금속·시계·전기 제품에서부터 골동품·유가증권까지 사실상 돈이 됨직한 고가품은 거의 취급한다.

단순한 전당(典當)에서부터 중고매매·대여도 가능하다. 각종 중고 명품을 20~7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 일본인은 물론 해외 관광객에게도 인기다. 최근엔 무엇보다 각종 티켓을 손쉽고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인기다.

다이코쿠야의 강점은 탁월한 길목 선택에 있다. 평균 마진이 크지 않은 사업일수록 박리다매가 필수다. 적은 마진이라도 많이 쌓아야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도 마찬가지다. 인기 티켓일수록 이득 규모가 적기 때문에 굳이 불편한 점포까지 찾아가는 수고 대신 속편하게 정가에 구입하는 게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1만 엔짜리 철도 티켓을 9900엔에 판다면 발품과 100엔의 교환가치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런 점에서 접근성은 결정적인데 다이코쿠야는 여기서 승기를 쥐었다. 이 밖에 취급 점포는 전국적으로 약 2000개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change4drea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