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데 배움(지식)도 중요하지만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엄격히 표현하면 배움은 필요조건이요, 지혜는 충분조건이다. 주식시장 역시 고수가 되기 위해선 항상 현상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안목)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은 투자자라면 올해의 주식시장을 반성하고 2011년에는 이를 악물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불행한 것은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돈을 또다시 잃을 수 있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보니 이쯤 되면 미칠 노릇이다. 그런 분들을 위해 주식시장 접근 방식을 설명해 보기로 한다.

필자가 전에 얘기한 것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해 보자. 2010년 주식시장을 두 문장으로 요약하면 첫째, 저금리와 약 달러,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시기였다. 둘째, 중국의 인프라 투자와 소비 확대에 베팅하는 시기였다.

그러면 2011년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투자자들도 이 시점에서 생각해 보기 바란다. 아직 그런 큰 그림에 대한 전망이 서 있지 않다면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돈을 또 잃을 수 있으니 더욱 고민해 보기를 권한다.

먼저 2011년 경제 상황과 주식시장 전망 역시 세계 2대 경제 축인 중국과 미국에서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이므로, 국내 요인보다 대외 요인이 항상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부터 살펴보자. 중국은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부분이 긴축인데, 지면 관계상 긴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중국의 긴축 이슈는 일회성이 아닐 것으로 판단한된다. 즉 중국의 긴축정책은 2011년 상반기 내내 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2010년에 브라질과 인도가 계속 금리를 인상한 것처럼 중국의 통화정책 역시 그 길을 따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한 가지 팁은 중국 소비 확대를 염두에 두고 투자했던 종목들은 2011년에 주가 상승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다음은 미국을 살펴보자. 미국의 이슈는 경기 회복 여부다. 그런데 미국 경기 회복은 내수에 달려 있으며 내수가 증가하기 위해선 고용 개선→소득 증가, 주택가격 상승→소비 증가 등이 맞물려 있다.

고용은 기업 실적과 연동돼 있으며 미국 기업들의 실적은 당연히 수출 경기와 내수 경기에 맞물려 있다. 그런데 미국 역시 수출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들의 실적이 증가 추세로 전환되고 있다(S&P500 기업 기준, 2011년 영업이익 증가율 11%로 과거 2002~2003년 수준으로 회복). 물론 약 달러의 힘이자 이머징 마켓 소비 확대의 결과다.

따라서 고용이 개선될 소지도 커지고 있다. 물론 매주, 매달 발표되는 고용 지표를 보면 일희일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항상 통계를 중요시 여기는데, 그래프 추이로 보면 분명 개선되고 있다.

개선의 대표적 지표는 미국 비농업 취업자 증감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다. 두 선행지표가 개선됨에 따라 실업률 역시 2011년에 하락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택지표는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구조적 문제이므로 시간이 좀더 걸릴 것 같다.

하지만 소비 지표는 증가할 소지가 많은데, 이미 이번 홀리데이 시즌의 소매 판매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동 시즌 9.2% 증가, 전년 0.4%). 미국인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는 청신호다.

지나가고 있는 2010년에는 중국에 낚싯줄을 드리워야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면 2011년은 중국보다 미국이 더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 구체적으로 미국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두고 베팅한다면 사야 하는 주식은 단 하나다. 삼성전자다.

미국 경기가 회복되고 소비가 증가하면 미국 사람들이 가장 먼저 구매하는 내구재가 가전제품과 PC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2010년에 중국 모멘텀으로 자동차주·화학주·조선주가 많이 상승한 가운데 한국 주식시장에 아직도 저평가돼 마지막으로 재평가(re-rating)를 기대할 수 있는 주식은 삼성전자와 은행주다. 결론적으로 2011년 한국 주식시장 전망은 전적으로 미국 경기와 삼성전자 주가에 의한 2차방정식일 수밖에 없다는 소신이다.
[경제산책] 美 경기와 내년도 주식시장
조병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1964년생. 87년 연세대 수학과 졸업. 93년 연세대 경제학 석사. 99년 현대증권 기업분석팀. 2003년 LG투자증권 기업분석팀. 2006년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09년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