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별 순위-일본

일본 경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경제를 이루고 있는 주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전자·전기 기업 외에 대표적인 기업들의 이름과 사업을 잘 알고 있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오늘날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창업해 이미 최소한 60~7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다. 한중일 100대 기업 중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도 일본 기업으로 1885년에 설립된 도쿄가스는 12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세계 선진 기업의 경영 방식을 모방하기보다는 독특한 일본식 경영을 추구해 왔고 이를 통해 급속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보편성과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완전경쟁 시장에 속하는 일본에서 탄탄한 내수 시장에만 올인했던 일본 기업들은 장기불황을 거치며 업종 간 ‘헤쳐 모여’식의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100대 기업 내 53개사 포함

산업별로 10위권 외의 일본 기업들을 살펴보면 우선 11위를 차지한 NTT도코모는 NTT의 이동통신 사업자다. NTT도코모는 이동전화 계약 건수가 약 5695만 건으로 시장점유율이 49.1%(2010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소프트뱅크(27위)의 아이폰 공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주춤했고 아이폰의 대항마로 삼성 갤럭시S를 내세워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한국계 손정의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 소프트뱅크는 위에서 언급한 이동통신 사업 외에 인터넷 관련 기업과 출판사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지주회사다.

프로야구팀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모회사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의 출판사업부는 컴퓨터 관련 잡지·서적에서 예능·음악·소설 등 일반서로 영역을 확대해 가며 콘텐츠 사업의 핵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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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T의 최대 라이벌 기업인 KDDI는 20위에 올랐다. KDDI는 2000년에 제2전전(DDI)·케이디디(KDD)·일본이동통신(IDO) 3개사가 합병해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이동통신 사업에서 ‘au’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전화, 위성전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무역 업종으로 분류된 기업 중에서는 미쓰비시상사(12위)·미쓰이물산(19위)·스미토모상사(42위)·이토추상사(44위)·마루베니(49위) 5개사가 100위권 안에 들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종합상사 7개사 중 도요타통상과 소지쓰가 빠졌다.

미쓰비시상사는 일본의 첫 주식회사라고 볼 수 있는 가이엔타이가 99상회, 미쓰비시상회로 이어지는 역사를 갖고 있다. 미쓰비시상사는 무역 중개가 주요 사업이었지만 최근 10년간 천연가스·원료탄 등 자원 개발 사업 투자, 식료품 유통 체인, 편의점 로손, 부동산 개발 사업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미쓰이물산은 메이지시대 초기 외국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던 무역을 일본인의 수중에 넣기 위해 처음으로 ‘종합상사’라는 일본 특유의 기업 형태로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대일본맥주(현재 아사히·삿포로 맥주), 다이쇼해상화재보험(현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 오지제지 등 핵심 사업을 전개했지만 전후 일시적으로 해체됐다가 14년이 지난 1959년 재결집했다.

가정용 게임·제약 등 업종 ‘다양’

13위에 오른 JT는 1985년 설립된 담배·의약품·식품·음료 제조·판매사다. 특별법 ‘일본담배산업주식회사법’에 근거해 JT의 주식 중 절반은 재무성이 보유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어서 JT인터내셔널을 포함한 세계 점유율은 세계 3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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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위 도쿄전력은 수도권 1도 7현과 시즈오카 현의 일부 지역에 독점적으로 전력을 공급한다. 판매 전력량은 독일 E.ON, 프랑스전력공사, 독일 RWE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다. 2010년 10월에는 국제원자력개발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지역에 따라 간사이전력(32위)·규슈전력(88위)·일본동북전력(97위)도 순위권 안에 들었다.

은행 중에서는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그룹 외에 미쓰이 스미토모 파이낸셜(17위), 미즈호 파이낸셜그룹(21위), 리소나 홀딩스(74위)가 포함됐다.

전기전자 업종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기업이 많이 눈에 띈다. 18위 캐논, 39위 후지쯔, 68위 미쓰비시전기, 92위 리코, 95위 스미토모전기공업 등이 이에 속한다. 캐논은 카메라와 비디오를 시작으로 영상 기기, 프린터, 복사기를 등 사무기기, 디지털 멀티미디어 기기나 반도체 노광 장치(스태퍼) 등을 제조하는 세계적 기업이다.

후지쯔는 정보 시스템 및 하드웨어를 주력 상품으로 하며 후지쯔컴퓨터는 세계시장에서 상위권이다. 2010년 10월 휴대전화 사업을 도시바와 통합해 새로운 회사인 후지쯔 도시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을 설립했다.

89위 가오는 가정용·업무용 세제, 화장실 용품·화장품·식품 등의 제조사다. 최근에는 체지방을 에너지로 태우게 하는 음료 ‘헤르시아’ 등 기능성 음료가 인기를 끌었고 반려동물 용품도 판매하고 있다.

90위 이온은 일본 내 180여 개의 기업으로 구성된 대규모 유통 그룹이다. 창업자인 오카다 다쿠야가 “너구리나 여우가 나오는 장소에 출점하라”는 말대로 교외와 지방, 혹은 역전이나 중심가를 중심으로 소매점 다이에를 출점해 소매 업계를 견인하고 있다. 국내 슈퍼슈퍼마켓(SSM) 논쟁처럼 지방 도시에서 현지 자본의 슈퍼마켓과 백화점 등이 쇠퇴하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국내에 혁신적인 의류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유니클로의 지주회사 패스트 리테일링이 91위에 올랐다. 캐주얼 의류 브랜드인 유니클로를 중심으로 신발 등 소매 점포 기업군을 갖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