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안보를 위해 군 전력을 보강하듯이 우리의 경제 안보를 위해 우리의 경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 연평도에 대한 북한의 충격적인 도발이 있은 지 약 2주가 지나가고 있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국가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고, 대한민국의 경제학자로서는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된다.

국가 안보가 대한민국의 국민과 영토와 재산을 지켜내는 일이라면, 경제 안보는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과 지속 가능성을 지켜내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이 산재하듯이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인들도 사방에 널려 있다.

한국 경제의 경제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요인은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다. 막대한 해외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은 국내 경제를 교란해 환율의 급변동을 유발하고 경제성장률의 진폭을 확대하며 대내외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한국 경제에 치명적인 해독을 끼칠 수도 있다. 이미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과다한 중국 의존이다. 이미 중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이며 가장 많은 인적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다. 과거에는 한국 경제와 세계경제와의 커플링을 논의할 때 주로 한국과 미국 관계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미국 경제의 부침에 따라 한국 경제의 부침이 좌우된다는 의미에서 한미 경제의 커플링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미 간보다 한중 간의 경제 동조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금은 중국 경제가 비교적 순항하고 있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만약 중국 경제가 경착륙이라도 한다면 한국 경제는 중국 경제 이상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대내적 요인은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다.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입이나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마치 거대한 폭탄처럼 한국 경제호를 일시에 침몰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라면 인구문제는 마치 한국 경제호의 밑바닥에 구멍을 만들어 서서히 한국 경제를 침몰시킬 수 있는 위협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구의 절대수가 줄어들고 노인 인구가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장기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일본이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제 안보를 위협하는 또 다른 내부 요인은 경제적 야성(野性)의 상실이다. 한국이 세계 최빈국의 하나에서 세계 13위권의 경제 규모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경제적 야성이 있었다.

경제적 야성은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최선을 다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제 갈 길을 묵묵히 가는 기질을 의미한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정부와 기업, 국민 각자가 국가 경제, 기업 경제, 가계 경제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경제적 야성이 있었다.

부강한 국가를 만들겠다,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겠다, 그리고 더 잘사는 가족을 만들어보겠다는 한국인들의 경제적 야성이 오늘의 한국을 만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 경제에는 경제적 야성이 거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할 수 없다’는 패배론, ‘해서 무엇하느냐’는 무용론, ‘내 책임이 아니다’라는 책임 회피론이 득세하고 있다. 경제적 야성의 없어진 국가의 경제에 희망 찬 미래는 없다.

우리는 연평도 포격 사건을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연평도에 예기치 못한 포격이 올 수 있듯이 우리 경제에도 예기치 못한 포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군 전력을 보강하듯이 우리의 경제 안보를 위해 우리의 경제 전력을 보강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의 확충, 재정 건전성의 유지, 경제적 야성의 복원, 글로벌 금융 안정망 강화 등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만 연평도에서 당한 일이 경제에서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산책] '경제 안보'를 지키려면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1964년생. 86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91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92년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97년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현). 2002년 기획예산처 기금평가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