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위안화

<YONHAP PHOTO-0323> A U.S. one dollar note is seen among other foreign currencies at Foreign Currency Express in downtown Los Angeles, Wednesday, Feb. 27,  2008. The dollar sank Wednesday to its lowest level ever against the euro after markets took comments from the Federal Reserve chairman as a sign that yet more U.S. rate cuts are on the way. (AP Photo/Nick Ut)/2008-02-28 06:57:58/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 U.S. one dollar note is seen among other foreign currencies at Foreign Currency Express in downtown Los Angeles, Wednesday, Feb. 27, 2008. The dollar sank Wednesday to its lowest level ever against the euro after markets took comments from the Federal Reserve chairman as a sign that yet more U.S. rate cuts are on the way. (AP Photo/Nick Ut)/2008-02-28 06:57:58/ <저작권자 ⓒ 1980-200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위안화가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G20 서울 회의 전까지 가파르게 오른 위안화 가치가 다시 뒷걸음질 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전년 동기의 2배를 웃돈 것으로 나타나 위안화 절상을 놓고 미국 등과의 마찰이 커질 전망이다. 외화보유액도 3분기에만 1073억 달러 늘어나 실제보다 위안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환율을 조작했다는 방증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그러나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한 국제화에는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와 무역 결제 통화로 달러를 배제하고 위안화와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게 대표적이다. 외국 기업의 잇단 위안화 표시 채권 발행도 위안화 국제화에 힘을 실어준다.

위안화 2보 절상 1보 절하

위안화 가치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10월 말부터 회의 개막일까지 불과 2주일 새 1.1% 절상됐다. 하지만 인민은행은 11월 25일 위안화 기준 환율을 달러당 6.6557위안으로 고시했다. G20 회의 이후 위안화 가치가 0.47% 떨어진 것이다.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관리 변동 환율제로 복귀시킨 지난 6월 이후 절상 폭이 한때 3%를 넘어섰지만 다시 2.6%로 축소됐다. 시장에서의 위안화 절상 기대도 크게 꺾였다. 지난 11월 25일 홍콩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1년 만기 위안화 선물은 달러당 6.5275위안으로 1년 뒤 1.9%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이 같은 절상 기대치는 9월 이후 가장 낮은 폭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내년 말까지 위안화 가치가 시장의 기대보다 3배 이상 높은 6%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이 17명의 이코노미스트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위안화 가치가 향후 1년간 6.2% 절상돼 달러 대비 6.26위안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UBS 등 11개 투자은행을 상대로 집계한 결과 향후 1년간 위안화 가치는 평균 4.9% 절상될 것으로 예상됐다. 지금의 위안화 절하는 일시적인 속도 조절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글로벌 불균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3분기 1023억 달러로 전 분기(729억 달러)보다 급증하면서 위안화 절상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스톤앤드매카시리서치어소시에이츠의 톰 오리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중이 줄고 있다고 얘기해 왔지만 다시 오르고 있다”며 “중국이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3분기 경상수지 흑자 비중은 GDP 대비 7.2%로 1분기 4.5%, 2분기 5.5%에 이어 다시 높아져 중국의 과도한 경상 흑자가 글로벌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다. 중국은 내년 1월 후진타오 국가주석 방미를 앞두고 다시 절상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스탠다드차타드 로버트 미니킨 수석스트래티지스트가 3개월 만기 위안화 선물을 사라고 권고한 이유다. 미국은 G20 서울 회의 이후에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까지 나서 위안화 절상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11월 19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자국 경제를 과열시키고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를 막고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경기 회복 격차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스스로도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해 위안화 절상을 가속화해야 한다(장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중국은 지난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4%로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자 금리 인상과 잇단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 등 인플레 억제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황이다.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 위해서도 미래 통화가치를 신뢰할 수 있도록 하는 물가 안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중국이 지난 10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다시 들어선 것도 위안화 절상을 예고한다. 최근의 금리 인상 사이클인 2006년 4월부터 2007년 12월까지 위안화는 선물시장에서 평균 5.1% 절상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돼 거래됐다.

이 때문에 위안화가 당장은 절하되고 있지만 장기적인 절상 모드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이 과거 10년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의 통화가치를 분석한 결과 위안화 가치가 25% 올라 브라질의 헤알화(13%), 인도 루피화(2.9%), 러시아 루블화(11%)보다 절상 폭이 훨씬 컸다.
<YONHAP PHOTO-1524> Norman Chan, right, Chief Executive of Hong Kong Monetary Authority and Hu Xiaolian, Deputy Governor of the People's Bank of China shake hands after signing a supplementary memorandum of cooperation on renminbi (yuan) business Monday, July 19, 2010 in Hong Kong. Hong Kong and China have loosened restrictions on yuan banking in a move that's expected to prompt banks in the Asian financial center to offer a wider range of financial products in the national currency. (AP Photo/Vincent Yu)/2010-07-20 16: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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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man Chan, right, Chief Executive of Hong Kong Monetary Authority and Hu Xiaolian, Deputy Governor of the People's Bank of China shake hands after signing a supplementary memorandum of cooperation on renminbi (yuan) business Monday, July 19, 2010 in Hong Kong. Hong Kong and China have loosened restrictions on yuan banking in a move that's expected to prompt banks in the Asian financial center to offer a wider range of financial products in the national currency. (AP Photo/Vincent Yu)/2010-07-20 16:53:03/ <저작권자 ⓒ 1980-201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빨라지는 위안화의 국제화

그러나 위안화가 일방적으로 절상 행보만은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위안화 절상 기대감에 핫머니가 유입돼 부동산과 증시에 거품이 생기고 외화보유액이 급증한 것(겅샤오 브루킹스칭화공공정책센터 소장)”이라는 인식에 근거한다.

2보 절상에 1보 절하를 반복하면서 장기적으로 절상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 ‘절상’ 대신에 ‘유연성 확대’에 나서겠다만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과 무역 결제 통화 사용 등을 통해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에서 위안화 표시 채권 유통을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중국 재정부는 11월 30일 홍콩에서 8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국채를 발행한다. 지난해 10월 60억 위안의 국채를 발행한데 이어 2번째다.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금융공사(IFC)도 1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 표시 채권을 홍콩에서 발행할 계획이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인 딤섬본드에 대해 셰쉬런 중국 재정부장은 “위안화를 이웃 국가에 소개하고 위안화의 국제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딤섬본드 시장에 지난해부터 해외 금융사와 기업들도 가세했다. 지난해 HSBC와 동아은행이 해외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홍콩에서 딤섬본드를 발행한데 이어 지난 8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 업체인 맥도날드(2억 위안)에 이어 세계 최대 건설장비 업체인 캐터필러가 10억 위안 규모의 딤섬본드를 발행했다.

기존 중국 기업들이 발행한 딤섬본드에 해외 기업까지 가세하면서 내년 말이면 딤섬본드 하루 거래량이 지금의 6배인 3억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스탠다드차타드가 전망했다.

더욱이 인민은행과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7월 홍콩에서 보험·펀드 등 위안화 표시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위안화 국제화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 온 위안화 투자 다원화 문제 해결에 나섰다.

외국의 중앙은행과 은행이 보유한 위안화로 중국 내 은행 간 채권시장 투자를 허용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위안화를 들고 있어도 쓸 데가 없으면 위안화의 수요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위안화 절상 기대로 위안화 예금 잔액이 9월 말 현재 1490억 위안으로 6개월 만에 2배로 뛰었다. 중국은 홍콩·대만·상하이 등을 역외 위안화 센터로 육성해 해외에서 위안화를 들고 있는 중앙은행이나 기업이 손쉽게 위안화로 투자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든다는 구상을 숨기지 않고 있다.

중국은 또 무역 결제통화로서 위안화의 위상 제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최근 러시아를 방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연간 500억 달러가 넘는 양국 무역 결제 때 달러 대신 위안화와 루블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미국발 금융 위기 이후 자국 통화를 무역 결제통화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왔지만 달러를 배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의 노력으로 위안화 무역 결제 규모는 3분기에 1265억 위안으로 전 분기 대비 160% 급증했다. 중국은 지난해 독일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수출 국가로 올라 선 만큼 위안화 무역결제는 갈수록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조달 시장에서 국제입찰과 해외 원조에도 위안화를 사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진정한 위안화의 국제화에는 안정적인 경제성장 지속, 시장 수급에 따르는 환율 결정 메커니즘 구축, 국내 금융시장의 발달이 충족돼야 하기 때문에 최소 20년은 더 필요하다(장빈 연구원)”는 지적이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