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중심의 브레튼우드 체제가 출번한 지 66년쯤 되는 상황에서 미국발 위기는 이 체제에 대해 회의가 들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1945년 얄타회담에서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의 분단이 결정됐다. 참석한 국가는 미국·영국·소련의 3개국이었다. 국제 관계는 힘의 현실 앞에서 이처럼 냉혹하기만 하다.

미국은 이보다 앞선 1944년 소위 브레튼우즈 체제를 출범시키면서 자국 통화인 달러를 전 세계가 다 사용하는 기축통화로 격상시켰다. 당시 이 회의에 참석한 44개국 대표들은 달러를 중심으로 하는 체제에 동의했고 달러의 헤게모니는 이때부터 본격화됐다.

그로부터 66년이 지난 2010년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가 개최됐고 우리나라는 의장국이자 개최국으로서 커다란 역할을 했다. 국제무대에서 본격적인 역할을 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우리로서는 이러한 기회 자체가 매우 의미가 있었다고 보이며 향후 국제무대에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3년 전 외환위기를 당해 힘들어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의 초긴축적 거시경제 정책을 수용하고 과도한 실업과 구조조정을 겪은 우리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국면에서는 이를 잘 견뎌내며 선방한 것이 다른 국가에 매우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우리가 채택해 호응을 얻은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는 그동안 우리의 경험을 잘 농축해낸 주제다. 개발 의제 내지 ‘서울 개발 컨센서스’는 그동안 우리의 경제성장 경험을 담은 주제이고 금융 안정망 주제는 우리가 IMF 위기를 당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의 경험을 담은 주제다.

전자가 개도국 지원에서의 하드에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지원하는 수단들을 담았다면 후자는 IMF의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사전적으로 좀더 쉽게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지원받을 수 있는 근거 마련에 성공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에 합의된 FCL(Flexible Credit Line)과 PCL (Precautionary Credit Line) 제도가 이러한 취지를 담고 있다. 위기를 당하고 나서 수습 과정에서만 도움을 주던 상황에서 위기 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 어려움을 당한 국가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10여 년 전 어려움을 당했고 IMF로부터 혹독한 대접을 받았지만 그래도 IMF를 이용한 지원 제도가 효율적이었다는 주장이 다른 국가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됐다는 지적이다.

브라질은 IMF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의 주장에 합의해 준 것을 보면 상당한 설득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이 밖에도 환율 문제, 경상수지 문제, 금융 개혁 문제, 국제기구 개혁 과제, 그리고 무역 및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주제에 대해 합의가 이뤄져 풍성한 회의가 되었다.

이제 다음 회의는 프랑스가 의장국을 맡아 내년 11월 프랑스 칸에서 열리기로 되어 있다. 그런데 프랑스는 이 회의에서 기축통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지하다시피 달러 중심의 브레튼우즈 체제가 출범한 지 66년쯤 되는 상황에서 미국발 위기는 이 체제에 대해 회의가 들게 만든 것이 사실이다.

사실 과거에도 이러한 움직임이 있었지만 미국의 헤게모니에 눌려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못했는데, 최근에 이 주제에 대해 중국·브라질·러시아가 동조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아 보인다.

당장 내년 초 베이징에서 열리는 세미나에서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로 했고 이 부분이 불씨가 되어 점화되면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워낙 민감한 주제여서 아직 그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만일 진전되면 세계경제의 기본적 틀 변화라는 점에서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G20 회의가 해를 거듭하면서 중요한 주제를 많이 담아갈수록 우리의 역할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의의 중요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져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1960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1995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2004년 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현). 2006년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