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3D 아바트 AR 기술로 가상세계 만든다...도토리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 재탄생 계획

[비즈니스 포커스]
추억의 '도토리·미니홈피', 메타버스 타고 부활 성공할까
한국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시초인 싸이월드가 ‘싸이월드Z’로 부활을 예고했다. 하지만 3월 공개 예정이던 서비스가 5월로 밀리면서 부활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재기에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싸이월드Z가 부활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메타버스’와 완벽한 ‘모바일화’다.

미국 10대, 유튜브보다 로블록스

우선 메타버스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미니홈피’와 ‘미니미’를 증강현실(AR) 기술과 연계해 10대 사용자들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메타버스는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다. 4차 산업혁명의 마중물 정도로 여겨지던 AR과 가상현실(VR) 기술이 콘텐츠와 결합돼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현실에서 벗어나 VR 게임 속에서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10대들 사이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미국 10대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플랫폼은 유튜브가 아니라 모바일 게임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블록으로 구성된 3D 입체 가상 세계에서 아바타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게임이다. 특히 사람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로블록스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국의 16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들 중 약 55%는 로블록스에 가입돼 있고 이들은 유튜브보다 2.5배 많은 시간을 로블록스에서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10대 중 52%는 현실 친구보다 로블록스 내 관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추억의 '도토리·미니홈피', 메타버스 타고 부활 성공할까
한국 10대들 사이에서도 메타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제트의 AR 아바타 애플리케이션 제페토를 선보이며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 중이다. 제페토는 2월 기준 가입자 수가 2억 명을 돌파했고 그중 80%를 10대가 차지하고 있다.

제페토는 가입할 때 사진을 찍어 올리면 이용자의 외모와 똑 닮은 3D 캐릭터가 형성된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가상 세계에서 자신을 투영하며 몰입할 수 있다. 친구들과의 실시간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게임·쇼핑·콘서트 감상·팬 사인회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 경제 활동은 유료 화폐인 ‘젬(Zem)’과 코인을 통해 이뤄진다. 소액 결제를 하거나 퀘스트를 수행하면 젬이나 코인을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 구찌와 협업해 가상 세계에서 구찌 등 명품을 구매해 아바타에 입힐 수도 있게 됐다.

K팝 스타들의 콘텐츠 경험하거나 팬 사인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제페토에서 가상 팬 사인회를 열어 46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만났다. 이들의 제페토 아바타로 만든 ‘아이스 크림(Ice Cream)’ 댄스 퍼포먼스 비디오는 조회 수 1억 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네이버뿐만 아니라 게임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엔씨소프트도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출시하며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유니버스에는 아티스트 아바타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있는데, 팬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아바타를 직접 꾸미고 뮤직 비디오를 제작할 수 있다.

싸이월드Z 측은 이처럼 빠르게 확산되는 메타버스를 공략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와 ‘미니미’가 메타버스의 시초라고 보기 때문이다.

아바타 등 모바일 버전에 어울리는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한국의 AR과 확장현실(XR)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인 에프엑스기어와 함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에프엑스기어는 AR 기반의 3D 가상 피팅 솔루션을 개발한 회사다. 3D 아바타를 생성해 사용자 얼굴과 움직임 등을 바로 반영하고 3D 의상을 렌더링해 옷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는 아바타 피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유통업에 활용되던 AR 기반 기술을 메타버스 속으로 옮기게 된 셈이다. 사진을 찍어 VR 속 자기와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야 하는 메타버스에 꼭 맞는 기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변화는 ‘가상화폐’다. 싸이월드 내에서 화폐로 쓰였던 ‘도토리’를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로 전환한다. 또한 이를 한국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한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싸이월드는 2018년에도 블록체인 열풍에 따라 암호화폐 사업 계획을 밝혔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추억의 '도토리·미니홈피', 메타버스 타고 부활 성공할까
도토리,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로

싸이월드의 또 다른 변수는 완벽한 모바일화다. 한때 3200만 명이 넘던 싸이월드가 쇠락하기 시작한 것은 모바일로 옮겨 가는 변화의 흐름을 따르지 못해서다.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시작한 뒤 2000년대 초·중반 전 국민에게 인기를 끈 ‘토종 SNS’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 하지만 PC에서 모바일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지 못한 끝에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9년 스마트폰이 도입되자 싸이월드 이용자들은 스마트폰 환경에 최적화된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옮겨 가기 시작했다. 2010년엔 강력한 경쟁자 카카오톡이 등장했다.

싸이월드는 뒤늦게 모바일 대응에 나섰지만 한 번 떠난 사용자는 돌아오지 않았다. 악재는 이어졌다. 2011년 SK커뮤니케이션즈 서버가 해킹돼 싸이월드와 네이트 회원 3500만 명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 가입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고스란히 중국 해커에게 넘어갔다. 이는 이용자들이 싸이월드에서 떠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16년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부활을 꿈꿨지만 서비스 개편은 지지부진했다.

전 대표는 기존 싸이월드 기능에 실시간 동영상 메신저 기능을 추가해 부활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었다. 최대 4명까지 영상 통화가 가능한 페이스 채팅, 메신저, 비공개 그룹 라이브, 실시간 라이브 등 영상 소통 기능을 추가하며 글과 이미지 위주의 SNS에서 진화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삼성벤처투자에서 5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재조명 받았지만 서비스는 자리잡지 못했고 폐업 신고했다가 극적으로 새 주인을 찾았다.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스카이이앤엠 등 5개 기업 컨소시엄이 싸이월드의 새 주인이 됐다. 전 대표 체제의 싸이월드 직원들에게 체불 임금 10억원을 갚아 주는 조건으로 최대 주주가 됐다.

싸이월드에는 여전히 100억 장의 사진과 1억 개의 동영상, 5억 개가 넘는 음원이 저장돼 있다. 부활만 외치다 끝났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라는 심폐 소생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