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트’

전향을 선언한 한 러시아 정보원이 CIA 요원 에블린 솔트(안젤리나 졸리 분)를 미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이중 첩자로 지목한다. 졸지에 동료들 앞에서 배신자로 몰린 솔트는 남편을 보호하고 암살 위기에 처한 미국 대통령을 구하기 위해, 그리고 CIA 요원으로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도주한다.

그동안 요원으로서 익힌 기술을 동원해 동료들의 추적을 따돌리던 솔트는 불현듯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톰 크루즈가 욕심내던 시나리오였지만 결국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의 유사성 때문에 하차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남자 배우들이 죄다 이 영화를 탐냈지만 결국 안젤리나 졸리가 기회를 거머쥐었다.

총을 겨누고 열차에서 뛰어내리고 인정사정없이 목표물을 향해 돌격하는 여성 배우로 안젤리나 졸리 외에 대안이 있을까.
Angelina Jolie stars as "Evelyn Salt" in Columbia Pictures' contemporary action thriller SALT.
Angelina Jolie stars as "Evelyn Salt" in Columbia Pictures' contemporary action thriller SALT.
그녀가 조연으로 출연했던 ‘원티드’가 졸리의 이름을 가장 앞에 내걸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결과, 미국 내에서만 1억32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걸 떠올려보시길.

한때 ‘007 시리즈’의 본드 걸 역할을 제안 받았을 때 정중하게 고사하면서 “나는 본드걸보다 본드를 연기하고 싶다”고 답했다는 전설적인 풍문답게 졸리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리플리만 하더라도 원래 기획상으로는 남자 주인공이었다. 나는 그저 최근 스크립트 중 최고의 액션 스크립트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며 ‘솔트’를 받아들였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는 2002년 ‘본 아이덴티티’ 이후 영원히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의 과장된 영웅주의, 1990년대를 휩쓸었던 마이클 베이나 제리 브룩하이머풍의 화려함, 혹은 동양에서 건너온 맨몸 리얼 액션 장르는 2002년 ‘본 아이덴티티’ 이후 완전히 해체되고 재구성됐다.

‘본 아이덴티티’는 대부분 일상적인 소품들을 도구로 이용하지만 그 전체적인 액션 안무 자체는 놀랄 만큼 정교하고 뛰어나며 엄청난 컷 수의 잘디잔 편집 때문에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스피드의 쾌감을 선사했다.

‘솔트’ 역시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를 능가할 만큼 현란한 액션 안무의 스펙터클을 과시한다. 여기에 미국·러시아·중동·북한을 넘나드는 국제 첩보전과 잔존하는 냉전 시대의 유산을 뒤섞으며 관객의 숨통을 조인다.


테이킹 우드스탁
[Movie] ‘본드걸’보다 ‘본드’를 원했던 졸리
‘브로크백 마운틴’, ‘색, 계’의 이안 감독이 이번에는 1969년 우드스탁 페스티벌과 함께 돌아왔다.

부모님의 파산 때문에 전 재산이었던 모텔을 넘겨야 하는 처지가 된 엘리엇(디미트리 마틴 분)은 록 페스티벌을 유치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수천 평의 농장을 축제 장소로 제공하고 부모님의 낡아빠진 모텔을 페스티벌의 공식 숙소로 내놓으며 50만 명의 인원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아수라장을 이룬다.


크랙
[Movie] ‘본드걸’보다 ‘본드’를 원했던 졸리
1930년대 영국의 외딴 기숙학교. 카리스마 넘치는 다이빙 교사 미스 G(에바 그린 분)는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다.

그녀를 추종하는 여섯 명의 소녀들은 스페인에서 온 아름다운 전학생 피아마(마리아 발레르드 분)에게 질투를 느낀다.

특히 미스 G가 피아마에게 기이한 집착을 보이자, 여섯 소녀의 리더 디(주노 템플 분)는 위험한 욕망에 빠진다. ‘007 카지노 로얄’, ‘몽상가들’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에바 그린이 오랜만에 선택한 작품이다.


고死 두 번째 이야기: 교생실습
[Movie] ‘본드걸’보다 ‘본드’를 원했던 졸리
명문 사립 우성고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전교 1등부터 30등까지 생활관 특별 수업을 받게 된다. 전교 1등 지윤(최아진 분), 고교 야구선수 킹카 관우(윤시윤 분), 내성적인 세희(지연 분) 등 엘리트 학생 30명, 그리고 담임 차선생(김수로 분)과 교생 은수(황정음 분)가 학교에 남는다.

그리고 누군가 교내 스피커로 시험문제를 제출하면서 맞히지 못하면 한 명씩 죽이겠다고 선언한다. 2008년 히트작 ‘고死: 피의 중간고사’의 두 번째 이야기.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