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리그 수입으로 본 미국의 체감경기

미국 프로스포츠 리그들의 수입과 경기(景氣)는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미국의 경기는 프로스포츠 리그의 수입 현황을 보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리그 수입은 기업들의 광고비와 팬들의 입장권 판매 및 기념품 매출에 달려 있기 때문에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가장 최근 시즌을 끝낸 미국프로농구(NBA)는 2009~2010년에 3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고 미국의 스포츠비즈니스저널이 보도했다.

NBA는 이번 시즌에서 입장권 판매로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뒀다.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대략 1억 달러 정도 줄어든 것이다. 게임당 관중 수는 1만7165명으로 지난해보다 2%가량 떨어졌다.

NBA는 당초 20% 이상의 수입 감소를 우려했지만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NBA의 데이비드 스턴 커미셔너는 시즌 초만 하더라도 올해 4억 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공공연히 발표하기도 했다.
Fireworks soar over the Fenway Park pressbox before the opening game of the baseball season between the Boston Red Sox and New York Yankees Sunday, April 4, 2010, in Boston. (AP Photo/Elise Amendola)
Fireworks soar over the Fenway Park pressbox before the opening game of the baseball season between the Boston Red Sox and New York Yankees Sunday, April 4, 2010, in Boston. (AP Photo/Elise Amendola)
ABC와 ESPN, TNT 채널이 중계한 시청률은 시즌 중에 열린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NBA는 리그 30개 팀 가운데 28개 팀이 입장권 가격을 동결하거나 인하하는 등 고통을 분담한 데다 그룹 티켓 판매가 증가하고 개인들의 티켓 구입이 늘어나면서 손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7% 정도 늘어난 기업들의 후원도 수입 확대의 효자 노릇을 했다.

NBA에 앞서 시즌을 종료한 아이스하키리그(NHL)는 총 27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액수다. NHL은 ‘샐러리캡(한 팀 선수들의 연봉 총액이 일정액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 도입 문제를 놓고 구단 측과 선수 노조 측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프로스포츠 사상 첫 시즌 취소의 불명예를 기록한 지난 2004~2005년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5년 전에 비하면 리그 수입은 28.6% 늘어났다.

‘큰손’ 스폰서 자동차사 회복세

7월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구단주 모임에서는 수입이 증가한 요인으로 기업 후원 확대, 시장 글로벌화, 온라인과 중계 수입 증대 등이 꼽혔다. ‘윈터클래식(Winter Classic)’ 수입도 한몫 거들었다.

윈터클래식은 실내에서 열리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실외에서 개최하는 이벤트 경기다. 지난 2008년부터 시작돼 올해는 보스턴 펜웨이파크에서 열렸다.

보스턴 브루인스와 필라델피아 플라이어스 간의 경기에 NHL의 평균 관중 수인 1만7000명보다 두 배가 넘는 총 3만8112명의 팬들이 몰려들었으며 기업들의 후원도 지난해에 비해 66%가 늘어나는 대박을 터뜨렸다.

메이저리그 축구도 올해 열린 117경기의 평균 관중 수가 1만6627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7.7% 늘어나며 2억 달러 수준의 리그 수입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프로스포츠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미식축구(NFL)는 2009~2010 시즌에 78억 달러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올해 메이저리그는 68억 달러의 수입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긴축 경영을 부르짖던 프로스포츠 리그들의 수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미국의 소비가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제 위기 여파로 올해 34년 만에 총상금 규모가 줄어든 미국 남자프로골프협회(PGA) 투어도 내년에는 소폭 증가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PGA 투어는 지난해에 48개 대회가 열리면서 총 2억7900만 달러의 상금 액수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총 47개 대회에 2억7500만 달러의 총상금으로 집계돼 지난 1972년 이후 첫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 여파 이후 투어를 떠나거나 떠날 조짐을 보였던 스폰서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보험 회사인 파머스 인슈어런스(Farmers Insurance)는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GC에서 열리는 대회를 4년간 후원하기로 했고 코카콜라도 투어 후원을 6년 연장했다.

향후 미국 프로스포츠의 시장 전망도 밝은 편이다. ‘큰손’ 스폰서인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회생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동차 산업의 성장 동력으로 기대되는 전기자동차는 애플의 스마트폰처럼 일본 기업들에 빼앗긴 미국 자동차 시장을 되찾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뉴욕(미국)= 한은구 한국경제 문화부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