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교수 겸 펀 경영 강사 신상훈

이 사람, 꽤 웃기다. 한마디를 말해도 위트와 유머로 웃겨준다. 하지만 웃음 속에 담긴 진지함으로 상대를 설복시키는 힘도 갖고 있다. 20년 차 코미디 작가이자 최고경영자(CEO)들을 감복시킨 유머 강사이자 화제의 베스트셀러 ‘유머가 이긴다’의 작가인 신상훈 씨다.
[Professional Life] “유머로 이기는 방법이 궁금하세요?”
“가위바위보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상훈 씨는 대화 내내 이런 식이다. 어떤 질문을 던지건 가벼운 조크로 말문을 열거나 갑작스러운 질문으로 되돌린다. 자연히 그와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정답은 ‘가급적 늦게 낸다’예요. 간단하죠?” 너무 당연한 대답이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답인 만큼 ‘피식’ 웃음이 새어나오거나 ‘아, 그렇지!’라는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다. “유머를 구사하거나 비즈니스를 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조금만 유연하게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보이는 데서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고, 그만큼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죠.”

그래서 그는 강연을 통해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도 늘 첫 머리는 유머로 시작하라고 권유한다고 한다.

“일을 이 정도로밖에 못해”라고 윽박지르며 시작한 회의는 참가자들을 더욱 긴장시킬 뿐이지만 가벼운 유머로 웃음을 이끌어내며 시작한 회의는 회의 참석자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이를 통해 참석자들에게서 더 많은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삶·비즈니스 성공으로 이끄는 웃음 전문가

“유머는 유연성이고, 창의력은 유연성에서 나오죠. 결국 웃으면서 회의하는 회사가 더 창의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이것이 곧 그 회사를 성공으로 이끌어요.”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그 누구보다 유머와 웃음,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본격적으로 ‘웃음’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은 대학 2학년 때의 일이다. “원래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연극영화과에 들어갔는데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일이 바로 방송사 코미디 프로그램 작가였어요.”

용돈과 학비를 벌겠다고 시작한 일이 꽤 적성에 맞았다. 처음 발을 디뎠던 ‘코미디 하이웨이’라는 프로그램부터 시작해 근 20여 년간 ‘시사터치 코미디파일’, ‘일요일 일요일밤에’, ‘폭소클럽’ 등에서 코미디 작가로 맹활약했다.

2004년 KBS 연예대상에서는 ‘작가상’을 받았을 정도로 대내외적인 인정도 받았다. 웃음 제조 능력도 능력이거니와 사람들과의 화합 면에서 그를 따라올 사람은 없다는 평가를 종종 들었다. 하지만 2006년, 뜻밖의 일이 그의 인생행로를 바꾸게 만들었다. 절친했던 개그맨 김형곤의 죽음이었다.

“소식을 듣고 정말 많이 놀랐죠. 죽기 전날에도 통화했었는데 갑자기 그렇게 갈 줄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넋을 놓고 있던 그에게 어느 날 전화가 한 통 걸려왔다. KAIST에서 온 전화였다.

개그맨 김형곤이 하기로 한 특강을 대신해 줄 수 있느냐는 전화였다. KAIST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듣는 이들을 위한 특강이었다.

“그때까지는 정말 단 한 번도 누구 앞에 나서서 강의란 것을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물러설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 제 특강을 들으실 분들의 명단을 달라고 요청했어요.

어떤 이들이 제 강의를 들을지 알면 조금이라도 강의하기가 쉬워질 것 같아서요.” 강의를 듣기로 한 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기본적인 정보가 나왔다.

“마침 그 중의 한 분이 특강 날이 바로 생일이더라고요. 옳다구나 싶었죠.” 특강 날 일부러 그 사람을 지목해 강의의 일부인 양 문제를 내 맞히게 했다. “맞힌 기념으로 꽃다발과 생일 케이크를 선물로 드렸더니 모두 케이크는 먹지 않고 감동만 드시던 데요?”(웃음) 이날 이후 그의 이름은 마치 다단계처럼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다.

한 번 그의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은 다른 이들에게 그의 이름을 알렸고, 그는 어느새 ‘펀(FUN) 경영을 위한 유머 특강’의 일인자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유머는 한 사람의 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예요. 유머를 잘하려면 다양한 단어들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눈치도 빨라야 할뿐더러 타이밍에 대한 감각도 있어야 하죠.”

그뿐만이 아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유쾌한 웃음을 줄 수 있으려면 상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야 한다.

이렇게 본인도 잘 웃고, 남도 잘 웃기는 사람은 결국 높은 업무 효율을 이끌어 내고 조직과 그 스스로를 좋은 결과로 이끌 수밖에 없단다. “실제로도 비즈니스맨들을 상대로 한 몇몇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머를 구사하는 횟수와 연봉이 비례한다고 해요.”

게다가 작가 생활도 오래 했지만 스튜디오나 라디오 방송국 등 사업체를 운영해 본 적도 있었던 만큼 유머 감각이 현장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다.

이런 다양한 경험들과 코미디 작가로서 오랫동안 갈고닦아 온 유머 감각들을 잘 조합해 ‘잔소리 백 번보다 효과 좋은 한마디의 호통 개그, 웃으며 화내는 기술, 오락 프로그램 MC처럼 회의하는 회의 진행 기법’ 등을 가르치다 보니 그의 강연이나 책은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날 수밖에 없었다.

유머 앱 개발과 유머 카페 오픈까지

그 덕분에 그는 요즘도 1주일이면 적어도 10여 회 이상 강연을 다니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랴 바쁘기 짝이 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코미디 작가에서 유머 강사로 화려하게 변신한 그는 이제 또다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한창 유머 관련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에요. 데이트할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어록들이나 문장, 이벤트들을 담은 ‘Talking about Love’를 제공하고 2탄으로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적절한 개최사나 건배사, 회의 시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유머 등을 제공하는 ‘Talking about Biz’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또한 얼마 후에는 유머 칼리지 기능을 할 오프라인 카페를 개업할 예정이기도 하다. “웃음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 웃음을 배우고 싶은 많은 분들, 웃음으로 성공하고 싶은 많은 분들을 도와드리고 싶어요. 유머만 갈고닦으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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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유머를 통해 유쾌한 리더가 될 수 있는 실천 노하우

● 유머감각 키우는 방법

H : ha ha ha. 일단 자신이 먼저 웃어야 한다. 자꾸 웃다 보면 표정도 밝아지고 회사 사정도 밝아진다.

U : 유유상종. 유머 있는 사람끼리 모이자. 그러면 웃음소리는 더욱 커지고 유쾌함은 배가된다. 만나면 기분 좋은 모임·공연·클럽에 자주 가는 건 어떨까?

M : 매일매일. 유머는 호흡이다. 자연스러운 호흡처럼 유머도 매일 읽고 외우고 써먹어 자신의 몸에 익혀야 한다. 1만 시간 이상 노력해야 성공한다는 ‘1만 시간 성공의 법칙’은 유머에도 적용된다. 매일 연습해 보자.

O : Oh yes!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리고 긍정적인 표현을 하라. 긍정이 곧 유머이고 유머가 곧 긍정이다. 긍정의 힘은 이미 많은 기적을 만들어 낸 바 있다.

R : 알기만 하면 뭐하나. 실천하자. 유머 관련 서적도 읽고 짧은 조크라도 외워서 회의 때 사용하고 문자라도 보내서 친구들에게 웃음을 줘 보자.

유머는 리더십을 위한 필수 요소다. 유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다음 바로 지금 당장 옆 사람부터 웃기려는 노력해 보자. 옆 사람을 웃기는 게 행복과 성공의 지름길이다.

● 재미있게 회의(Meeting)를 진행하는 방법

M-Main Issue를 확실히 잡아라. 회의를 시작할 때 오프닝 조크를 통해 제일 먼저 메인 이슈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면 회의가 산으로 갈 일이 없다.

E-Ear(귀)를 열어 경청하라. 특히 회의를 주재하는 상사는 가급적 귀를 열고 경청하고 가급적 질문형으로 말함으로써 직원들에게 적극적인 의견 개진의 기회를 준다.

E-회의 중엔 Eating 하는 것도 좋다. 딱딱한 분위기도 씹으면 부드러워진다. 음식을 씹는 행동은 혈액 공급을 촉진해 뇌를 건강하게 하고 심리적인 정화 작용도 만들어낸다.

T-의견이 대립되는 딱딱한 분위기의 회의라면 찬반 팀으로 나눠서 Team Paly를 하는 것은 어떨까? 회의를 게임처럼, 미팅을 쇼처럼 한다면 자연스럽게 다양한 의견이 쏟아질 것이다.

I-Post It을 활용하라. 훨씬 버라이어티하고 재미있는 회의 진행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자신의 의견을 적어서 보드에 붙여놓고 하나씩 떼면서 진행하는 방법도 있다. 좋은 건 남기고 별로인 건 버리면서 진행하는 식이다. 포스트잇이 사라지는 걸 보면 회의에 가속도가 붙어 의사결정도 점점 빨라지고 지루함도 줄어들어 아이디어도 풍성해진다.

NG-회의가 NG로 끝나지 않게 하기 위해 짧게 하라. 회의는 시간을 정해놓고 빨리 끝내는 것이 좋다. 데드라인은 죽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살기 위한 마지노선임을 명심하자.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