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미집’

보통 맛있는 집들의 대표 메뉴는 한두 가지가 대부분이다. 맛 좀 안다고 하는 미식가들이나 요즘 인터넷에서 한창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맛집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메뉴들도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그 집의 대표 메뉴 한두 가지로 압축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논현동의 ‘절구미집’만큼은 다르다.
[맛집 & 멋집] 절인 돼지고기 맛이 절묘하네~
이 집은 전체 메뉴가 고작해야 대여섯 가지 정도에 불과한데, 놀라운 건 이 대부분의 메뉴들이 전부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체 규모라고 해야 1, 2층을 합쳐 100여 석 정도밖에 안 되는 곳인 데다가 인테리어도 블랙 원목 테이블이 깔끔하긴 하지만 이렇다 할 것이라고는 없는 평범한 고깃집에 불과하다. 메뉴의 단품 가격도 1만 원대를 넘는 요리가 없다.

그야말로 소박하기 짝이 없는 고깃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뉴 하나하나의 맛에 반한 사람들의 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입소문을 모으고 있는 메뉴는 역시 이 집의 이름과도 같은 ‘절구미 구이’다. ‘절구미’는 ‘절이다’를 뜻하는 충청도 사투리인 ‘절구다’에서 따 온 이름이다. 이 절구미 구이의 소문난 맛의 비결은 바로 닭이나 오리고기를 절일 때 주로 사용하던 텀블러(진공 숙성기)와 부추다.

텀블러를 이용해 맛 좋기로 유명한 강경 새우젓으로 돼지 앞다리를 절인 후 숙성하면 더 쫄깃하고 부드러운 육질을 자랑하게 된다. 이 고기를 숯불 위에서 익힌 후 부추와 함께 이 집만의 비밀 특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돼지고기 맛과 알싸한 부추 향과 사각거리는 부추 맛이 어우러져 기존의 돼지고기와는 전혀 다른 고기 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좀더 매콤한 맛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 새우젓 대신 고추장 양념으로 구운 게 바로 ‘절구매 구이’다.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보통 입가심으로 주문해 먹는 ‘간장국수’ 맛에 더 반한 이들도 많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냉국수인데, 똑 떨어지는 듯한 깔끔한 간장 국물 맛은 냉국물의 맛을 한결 더 시원하게 느껴지게 한다.
[맛집 & 멋집] 절인 돼지고기 맛이 절묘하네~
한편 돼지국밥을 좋아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 집은 서울에서 맛있는 돼지국밥을 선보이는 몇 안 되는 맛집으로 더 유명하다.

하루 동안 푹 우려낸 사골 육수에 삶은 돼지고기를 푸짐하게 넣어 끓여낸 이 집의 돼지국밥은 흔히 돼지국밥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마련인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고 진하지만 감칠맛이 나는 산뜻한 국물로 여성 손님들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따로 건져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욱 맛있는 고기 맛과 청양고추 및 부추 무침을 듬뿍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하면 더욱 삼삼하고 개운한 국물 맛에 반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양념돼 나와 더욱 맛있는 돼지껍질이나 쇠고기와 갖은 야채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낸 쇠고기 고추장 찌개인 ‘깡통찌개’ 등은 시원하게 목을 적셔주는 소주와 어우러져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이렇듯 메뉴 하나하나가 뛰어난 맛으로 소문이 자자한데 비해 가격 부담은 거의 없는 편인 것도 이 집을 찾는 이들의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든다.


영업시간 : 24시간, 연중무휴
메뉴 : 절구미 구이 6000원, 절구매 구이 6000원, 돼지국밥 5000원, 깡통찌개 5000원, 간장국수 3000원, 돼지껍질 5000원.
위치 :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논현동 영동시장 먹자골목 안
예약 문의 : (02)543-3964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