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스코 3.0 현장을 가다② - 중국 편

포스코 차이나가 중국에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됐다. 포스코 특유의 ‘우향우 정신’으로 지난 1991년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직수출과 현지 투자를 시작, 현재 40개 법인에서 53억4100만 달러(2009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자라났다.

동북아의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에서 올해 성년이 된 포스코 차이나는 또 한 번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포스코를 상징하는 말 중 하나는 ‘우향우 정신’이다. 40여 년 전 포항에 제철소 를 지으면서 생겨난 말이다.

당시 박태준 회장이 “만일 제철소를 제대로 짓지 못해 실패한다면 모두가 우향우해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우향우 정신’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불굴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세계 톱10 철강사 절반이 중국 기업
[Special ReportⅢ] 제2 도약 갈림길…파이넥스 공법 추진
포스코 차이나가 중국에 진출한 지 꼭 20년이 됐다. ‘우향우 정신’으로 지난 1991년 베이징에 사무소를 설립한 뒤 직수출과 현지 투자를 시작, 현재 40개 법인에서 53억4100만 달러(2009년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거대 기업으로 자라났다.

중국 진출 20년이 지나 성년이 된 지금 포스코 차이나는 위기이자 기회를 맞고 있다. 중국 철강 업체들의 구조조정, 기술적 격차 축소,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우대 축소, 자국 기업 육성 노골화 등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과거와 180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세계 철강 생산의 42%, 철강 소비의 48%를 점유하는 철강 생산과 소비의 대국이다. 지난 1996년 연간 1억 톤을 소비했지만 작년엔 5억4000만 톤이 시장에 팔렸을 정도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도 하다.

작년 기준으로 연산 4000만 톤의 허베이강철을 비롯해 3800만 톤의 바오산강철, 우한강철(3000만 톤) 등 세계 10대 철강 회사 중 5개가 중국 국적의 회사다. 중국 전체적으로는 연산 200만 톤 이상 회사가 71개, 500만 톤 이상은 22개, 2000만 톤 이상은 22개사가 포진해 있다.

중국 정부는 철강 회사의 구조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목표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10개 회사가 전체 생산량의 60%를 담당하게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오는 2020년에는 이 비중을 7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복안도 갖고 있다. 중소 철강 회사나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를 인수·합병(M&A)을 통해 정리하겠다는 것.

덩치를 키워 힘을 배양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실천으로 옮겨지고 있다. 예컨대 중국 최대 철강 그룹인 허베이강철은 탕산·한단·우양·선화강철 등이 최근 몇 년 사이에 합해져 탄생한 ‘M&A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연산 1억 톤급 1~2개사, 5000만 톤급 3~4개사를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포스코 차이나는 이 같은 경영 환경 변화에 대응, 제2의 도약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핵심은 ‘중국 속으로’이다. 단순히 중국 시장에 철판을 팔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중국의 국가 개발 프로젝트에 적극 동참, 함께 성장한다는 것.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과 제품을 공급하고 개발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등 ‘중국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게 제2 도약 프로그램의 골자다.

대표적인 게 파이넥스(FINEX) 공법의 중국 진출 추진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꿈의 제철소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첨단 친환경 기술이다. 종전의 용광로 공법과 달리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직접 넣어 그대로 쇳물을 뽑아내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용광로 공법에서는 반드시 원료를 덩어리로 만드는 소결 공장과 코크스 공장을 거쳐야 했다. 파이넥스 공법으로 쇳물을 생산하면 기존 제철 설비보다 작업 공정을 2단계 줄여 경제성을 35% 높이고 제조원가를 15~17%가량 절감할 수 있다.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포스코 차이나가 파이넥스 공법의 제철소를 중국에 짓는다면 파이넥스의 첫 해외 진출이 된다. 사실 중국에선 그동안 파이넥스 공법 제철소 건설에 대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10여 개 회사가 포스코 차이나에 합작을 요청하는 등 여기저기서 포스코에 대한 구애가 터져 나오자 중국 정부가 지정한 충칭강철·사강강철 등 네 곳으로 교통정리를 해야 했다.

중국 철강사 합작 러브콜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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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차이나는 이 네 곳에 대한 실사를 마쳤으며 이 중 두 곳과 파일럿 제철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바오산강철은 파이넥스와 비슷한 코렉스 기술을 사용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져 포스코에 파이넥스 기술이전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차이나 관계자는 “한국 정부의 승인이 전제돼야 하지만 중국이 원하는 기술을 제공해 중국과 함께 성장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지난 6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나 “안산강철 등 4개 철강사와 파이넥스 합작 사업에 대해 협상을 벌였다”며 “파이넥스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돼 있어 한·중 협력을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승인과 중국 정부의 비준,기술 보호에 대한 지지 등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창지투(長吉圖) 개발 프로젝트에 포스코가 참여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지투 개발 프로젝트는 두만강 연안에 대한 종합 개발 사업으로 중국 정부가 낙후된 동북지방의 산업화를 본격 추진한다는 국가적 개발 사업이다. 창지투의 주체 중 하나인 지린성 정부는 최근 포스코에 철강 공급은 물론 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포스코는 창지투 개발 프로젝트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특히 지린성 정부와 성내 제철소의 지분 인수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린성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의 제철소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있지만, 특별 케이스로 이를 허용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북지역 개발 계획의 핵심이 낙후된 산업 시설의 현대화인 만큼 철강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선 포스코와 같은 선진 기업과의 합작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포스코 차이나는 지린성에 제철소 합작법인을 갖게 될 경우 동북지역 진출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대북 사업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실무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 차이나는 베이징 인근 다왕징 지역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다. 상하이 녹지그룹과 공동으로 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기로 하고 총 11억 달러의 투자비 중 3억5000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여기에 포스코 차이나 중국 본사 건물을 건립한다는 방침이다. 다왕징 개발은 베이징시 차오양취(朝陽區) 정부가 포스코 차이나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러브콜이 잇따르는 것은 포스코 차이나에 대한 깊은 신뢰에서 비롯됐다. 포스코 차이나는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드는 장가항(張家港) 공장을 통해 이미 경쟁력을 입증했다.

지난 1997년 설립된 장가항제철소는 당시 1억3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작년엔 28억6400만 달러로 매출 규모가 21배나 커졌다. 특히 중국 스테인리스 스틸 시장이 공급과잉에 처해 대부분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였지만 장가항 공장은 적자를 내본 적이 없다. 품질 경쟁력에서 앞서기 때문에 꾸준한 주문이 들어왔고 덕분에 단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포스코 차이나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 업체와의 제품 경쟁력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 주력, ‘포스코 프리미엄’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한다는 전략은 광둥성 순더 지역에 자동차용 도금 강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오는 10월 착공할 이 공장은 연산 40만 톤 규모로 총투자비는 4억 달러에 달한다.

자동차 강판을 중국에서 직접 생산, 가공해 중국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공급하겠다는 것. 중국에 자동차 및 가전용 철강가공센터는 여러 곳이 있지만 자동차 강판 생산 공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강판 생산에 필요한 소재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등에서 가져온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는 중국~인도~베트남을 잇는 ‘동남아 자동차 강판 삼각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이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복안이다.
[Special ReportⅢ] 제2 도약 갈림길…파이넥스 공법 추진
동남아 자동차 강판 삼각 벨트 완성

동남아 자동차 강판 공략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순더 자동차 강판 공장은 인근에 있는 도요타 공장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의 요구를 현지에서 즉시 수용해 고품질의 자동차 강판을 공급할 수 있어 유리하다.

특히 광둥성은 중국 자동차 산업의 요충지다. 일본 3대 자동차 제조 기업인 도요타·닛산·혼다의 광저우 완성차 생산 기지가 밀집해 있다.

사실 자동차 강판 시장은 주요 철강사들의 각축전이 가장 치열한 분야다. 이미 중국 바오스틸·신일철자동차강판(BNA) 등 외자 합작계와 우한강철 등 중국 현지 업체가 자동차 강판으로 쓰이는 냉연강판(985만 톤), 용융아연 도금 강판(150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자동차 생산·소비 모두 1300만 대를 돌파, 세계 1위의 자동차 생산 소비국으로 부상했다. 시장 규모도 오는 2020년 최대 5070만 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 차이나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외국인의 제철소 보유 지분 제한 규정을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며 “기회가 된다면 중국의 제철소를 사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내 법인의 현지화도 강력히 추진 중이다. 현지인 중심의 채용은 물론 현지 채용인의 한국 본사 파견 근무제도 역시 강화할 예정이다. 포스코 차이나는 중국인 직원을 각 법인별로 한국 본사의 유관 부서에 보내 실무를 익히도록 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1년간 연수를 받는 것은 물론 포스코 문화 교육을 이수하도록 해 쌍방향 소통이 원활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각 법인별로도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장자장제철소의 경우 2주간의 합숙 교육과 1주간의 군부대 위탁 교육을 시킨다. 한국어 교육도 필수다.

고객사에 대해선 단순한 생산 및 판매 업체가 아니라 서비스 업체가 되도록 노력 중이다. 홍콩법인을 통해 고객사의 자금 조달 등을 지원해 주는 한편 고객의 제품 클레임 등에 대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리기 위한 프로젝트로 사회 공헌 활동도 강화 중이다. 진라영 소학교 등 자매결연 학교에 학습용 기자재를 지원하는가 하면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 우수 대학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지난 2003년부터 681명에게 42만 달러를 지원했다. 또 올 초 위난성에 가뭄이 발생했을 때 광천수 5만 병을 공수하는가 하면 해마다 5월에 식목 행사를 개최하고 있기도 하다.

조주현 한국경제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