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천진의 남성 upgrade⑨

우리는 인간의 성적 신호를 남성의 근육, 얼굴의 아름다움, 특정 부위에 집중된 여성의 체지방, 여성의 허리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성의 확실한 성적 신호를 하나만 선택하라면 많은 인류학자들은 서슴없이 음경이라고 말한다.

우리 남성에게는 몸길이의 2배에 달하는 수컷 천인조의 생식깃과 같은 과장된 신호 구조물은 없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신체의 전면 중앙에 돌출된 그 무엇이 바로 그와 같은 수컷의 성적 신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고 인류학자들은 얘기하고 있다.

여성의 유방이 신호 기능과 생식 기구로서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처럼 남성의 음경도 강력한 성적 신호다. 실제로 발기한 음경의 길이는 고릴라가 3cm, 오랑우탄이 4cm인데 비해 인간 남성은 자그마치 13cm나 된다.

남성들이 진화의 산물인 자신의 음경 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의 음경을 새로 설계할 수 있게 됐을 때 과연 어떤 음경을 만들어 낼지 관찰해 보면 남성의 음경이 일종의 신호 기관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뉴기니 고원의 원주민들은 팰로카프(Phallocarp)라고 부르는 칼집과 비슷하게 생긴 장식 덮개로 음경을 감싸고 다닌다. 이 덮개는 길이 60cm, 직경이 10cm에 이르며 많은 경우 원색의 야한 색을 띠고 있고 끝은 모피나 나뭇잎, 끝이 갈라진 장식물 등으로 꾸며져 있다.

이 남성들은 팰로카프를 속옷처럼 항상 착용하고 매일 아침 우리가 셔츠와 넥타이를 선택하듯 기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팰로카프를 골라 착용한다.

“왜 팰로카프를 착용하느냐”고 묻자 그들은 “팰로카프를 착용하지 않으면 벌거벗은 느낌이라고 하면서 “팰로카프는 남성의 자존심”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남성들에게 팰로카프는 남성들이 내심 선망하고 눈에 잘 띄게 발기한 유사 음경이고 남성의 성적 신호인 것이다.

고릴라·오랑우탄보다 3~4배 커
[Medical Column] 인간의 음경이 유난히 큰 까닭은
그러나 실제 성교 시 음경의 길이는 불행하게도 여성의 질의 깊이에 제한을 받는다. 팰로카프는 그와 같은 제한이 없을 경우 음경이 어떠했으면 좋겠다는 남성들의 속내를 보여준다.

지난 수백만 년 동안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추정된 음경 크기보다 4배나 더 확대된 인간 음경은 오늘날의 고릴라나 오랑우탄과 비슷한 3cm의 길이에서 출발해 진화, 현재에 이른 것이다.

대부분의 남성들은 커다란 음경이 여성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여성들은 남성의 다른 기질에 더 마음이 끌리며, 솔직히 음경 자체의 모습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크기에 정말로 매료되는 쪽은 남성이다. 남성들은 공동 샤워실에서 흘끔거리며 서로의 음경 크기를 가늠해 본다.

물론 여성들 중에 커다란 음경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거나 커다란 음경이 여성의 음핵과 질에 주는 자극에 만족감을 느끼는 여성이 있을 수도 있다. 이렇듯 남성의 성적 장식물은 이성의 잠재적 배우자를 유혹하고 동성의 잠재적 경쟁자에 대한 자신의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인류학자들은 어떤 자연 선택의 힘이 인간의 역사에서 남성의 음경을 확대하고 그 크기를 유지해 왔는지 연구하고 있다. 음경의 기능이 소변과 정액을 방출하고 성교 시 물리적으로 여성에게 자극을 가하는 것이라는 사실에는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른 종의 포유동물들과 비교해 볼 때 훨씬 작은 음경으로도 그와 같은 기능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현대사회에 살고 있는 남성들은 많은 비용과 고통을 감수하고서라도 음경에 인조 피부를 이식하고 길이를 크게 하는 음경 확대 수술을 서슴지 않는다.

필자는 남성들의 음경이 진화론적으로 커진 이유를 추론해 봤다. 기린이 높은 곳의 새순을 먹기 위한 갈망으로 목이 길어진 것처럼 큰 성기를 열망하는 수컷들의 잠재적인 마음과 생각이 음경의 크기 진화로 표현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Medical Column] 인간의 음경이 유난히 큰 까닭은
박천진 원장


1991년 연세대 졸업. 비뇨기과 전문의(전립선·남성의학). 미국·대한비뇨기과학회·남성과학회·전립선학회 정회원.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외래교수. 연세대 총동문회 이사. 전 수도통합병원 비뇨기과과장. 강남J비뇨기과 대표원장(현).

박천진 강남 J비뇨기과 원장 www.manclini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