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얼마 전 중국 인민은행이 환율 체제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혀 글로벌 금융시장에 커다란 파장을 미쳤다.

달러화도 아닌 위안화의 유연성 확대에 금융시장이 이처럼 반색하는 이유는 과거의 역사적 경험도 일정 부분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1985년 일본의 엔화는 플라자 합의라는 국제적 공조를 통해 엔화의 가치를 급격히 절상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은 1, 2차 오일쇼크 이후 경기 부양책과 강(强)달러에 따른 막대한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가 커다란 부담이 됐다.

이러한 글로벌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역수지 흑자국이었던 일본은 엔화의 급격한 절상을 받아들이면서 글로벌 불균형 해소에 나섰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엔화 강세에 따른 수출 둔화를 상쇄하기 위해 공격적인 내수 부양에 나서면서 1990년대 초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가 발생하기 이전까지 강력한 내수 붐이 일어났다. 내수 붐은 궁극적으로 버블 붕괴로 막을 내렸지만 주가 및 부동산 등 각종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졌다.

엔화 강세는 한국을 비롯한 이머징 아시아 국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1980년대 중·후반 아시아 NICs(한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신흥공업국)가 고성장을 유지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자주 얘기하곤 하지만 이번 위안화 절상 확대 조치가 과거 플라자 합의와 같은 현상을 재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공교롭게도 현재 미국은 심각한 경상 및 재정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글로벌 차원의 공조를 통한 불균형 해소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반면 중국 경제는 내수 부문의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수출이 타격을 받고 있어 고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내수 부문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위안화 절상은 대외적·대내적 필요성을 모두 충족시키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인 것은 내수 부양의 적절한 환경이 중국 내부에서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소비 시장의 장기적 성장을 예상하는 근거로 첫째, 임금이 올라 가계소득이 꾸준히 향상되고 중산층 인구가 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둘째, 신용시장이 팽창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급증하는 등 레버리지(차입)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은 전형적인 소비 확대의 전조라고 할 수 있다.

셋째, 인구구조다. 주력 소비 계층으로 구매력을 동반하고 있는 35~59세 인구 비중이 2015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주력 소비 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세대는 중국 내에서 소위 소황제(小皇帝) 세대로 일컬어지고 있다.

소황제 세대는 ‘한 가정 한 자녀’ 정책 아래 태어난 세대로 이전 세대와 달리 소비성향이 높은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 경제구조가 생산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탈바꿈해야 할 시점에서 위안화 절상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중국 경제구조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위안화가 시장이 기대하는 것처럼 당장에 급격히 절상되지는 않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위안화가 추세적으로 절상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과거 플라자 합의 이후 경험들을 재연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대중국 무역수지 흑자가 국내 총무역수지의 절대액을 차지하면서 국내 경기 사이클과 중국 경기 사이클 간 연동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위안화 절상 효과는 국내 경제나 금융시장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산책] 플라자 합의로 본 위안화 절상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약력 : 1964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학사·석사. 91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94년 대우경제연구소 지역경제팀. 98년 대우증권 루마니아은행. 2002년 대우증권 투자분석팀. 2004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