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 실감케 하는 인프라 개선

2008년 두산그룹이 중앙대 학교재단을 인수한 후 가장 먼저 한 것은 교내 도로포장 공사였다. 기존 학교 재단의 재정난으로 학교의 많은 시설들이 노후화돼 있었다. 한 달 만에 도로 공사를 끝낸 중앙대는 이후 각 건물 화장실 양변기 교체 및 비데를 여름방학 기간 동안 설치했고 9월부터는 기숙사 신축 공사, 12월부터는 중앙도서관 리모델링과 증축 공사를 시작했다.

총면적 1만2254㎡, 열람석 1700석 규모인 중앙도서관은 중앙대의 상징으로 1959년 준공될 당시만 해도 동양 최대였다. 학교 측은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총 공사비 149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 및 증축 공사를 완료해 총면적 1만4258㎡, 열람석 3401석 규모로 늘렸다.

도서관 2배, 기숙사 3.4배로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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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개선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당연히 호의적이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3학년 김정연 학생은 “기존에는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열악했었는데 도서관에 자리가 많아지고 새로운 시설이 설치되어 쾌적해졌다.

고시반을 위한 건물도 새로 지으면서 학교 전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또 기존에는 도서관에 매점이 없었는데 편의점이 생겨 시험 때 학교 밖으로 멀리 나갈 필요가 없어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영학과 2학년 윤태익 학생은 “도서관에 세븐일레븐(편의점)이 들어왔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도서관 자체도 시설 개선이 이뤄져 반응이 좋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가 신설돼 학생들이 글을 올리는데 빠르면 1시간, 늦어도 하루 이내에 학교 측의 답변이 달리고 불편 사항이 개선된다. 법학관의 의자 쿠션에 못이 삐져나오는 것도 금방 개선됐고, 또 문과대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들어와 친구들이 좋아하고 있다”고 학생들의 반응을 전했다.

학생들의 또 다른 바람이었던 기숙사 신축도 마무리돼 8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학교가 위치한 흑석동에 뉴타운 개발이 진행되면서 하숙할 공간이 줄어들자 2008년 9월부터 365억 원을 들여 교내에 총면적 1만9113㎡,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의 신기숙사를 지었다. 수용 인원은 기존 278명보다 3.4배 늘어난 955명이다.

일부 사립대의 경우 대기업 투자를 유치해 기숙사를 지은 뒤 기숙사비로 투자액을 회수하려는 바람에 학생들의 반발이 있기도 하다. 중앙대 측은 “민자 유치 고속도로처럼 외부 투자로 지은 기숙사는 비싼 기숙사비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는 100% 학교 재원으로 지은 것이기 때문에 기숙사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이 밖에 △약학대학 연구·개발(R&D)센터 신축 △봅스트홀 및 창업보육센터 증축 △계단식 강의실 조성 △승당관(고시실) 및 남자 기숙사 환경 개선 △루이스홀 로비 인테리어 및 극장 방염 공사 △서라벌홀(문과대) 승강기 설치 △병원 증축 △에듀하우스(신고시실) 신축 △교수연구동 증축 등 총 1709억 원의 공사가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

막대한 시설 개선비용을 위해 재단 측은 재단 전입금을 크게 늘렸다. 기존 재단의 전입금 규모는 120억 원 이하였지만 두산그룹이 재단을 인수한 후 2009년 441억 원, 2010년 847억 원으로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시설 공사가 마무리된 뒤에는 재단 전입금이 예전 규모로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우려에 대해 학교 측은 “서울 캠퍼스 전체를 순차적으로 리모델링할 계획이고 또 하남과 인천에 신캠퍼스를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향후 10년 동안 재단 전입금은 지금보다 늘면 늘었지 줄진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중앙대는 하남의 옛 미군기지 캠프콜번 터와 주변 지역 및 인천 검단신도시 내에 새로운 캠퍼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하남시와는 2007년, 인천시와는 2010년 2월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다.

관료적 행정, 고객 지향 마인드로 싹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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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개선 작업과 동시에 소프트웨어에 해당되는 학교 행정의 변화도 가속화되고 있다. 방만하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학교 행정을 글로벌 기업에 맞먹는 시스템으로 바꾸려는 것이다.

앞서 교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학생들의 민원을 즉각 해결해 주려는 노력은 소비자에게 민감한 기업적 마인드를 심어준 결과다.

우선 효율적으로 예산을 관리하기 위해 월별 예산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연도별 예산 마감제도 및 기중(期中) 예산 통제 시스템이 없어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어려웠지만 2009년부터 각 부서별 목표 예산을 사업 개시 전에 월별로 수립하고 목표 대비 실적도 월별로 점검했다. 실제로 시행한 결과는 놀라웠다. 사업 개시 전 목표 절감 예산 76억 원 외에 별도로 98억 원을 추가 절감할 수 있었다.

자금 집행 및 구매 절차의 투명성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운영비 집행과 구매 행위의 상당 부분이 관리부서의 통제를 받지 않고 이뤄져 금전 사고 위험 및 절차의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 2009학년도부터는 기업이 사용하는 펌뱅킹 시스템을 도입해 금전 사고 예방 등 자금 집행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2009년 1학기부터는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제도를 도입해 구매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했다.

이 밖에도 각 기관별(법인·대학·병원·부속학교)로 보험 가입 및 관리가 이뤄지던 것을 통합해 보험료는 기존 4억5500만 원에서 3억2200만 원으로 29.2% 절감하고 보장 한도는 4398억 원에서 5467억 원으로 24.3% 늘었다.

정보기술(IT) 인프라도 최첨단으로 바뀌었다. 외부 위탁으로 별개로 이뤄지던 메일 시스템, 근태 관리 시스템, 인터넷 뱅킹에 의존한 결제 시스템을 두산그룹의 지원을 받아 MS익스체인지 기반의 메일 시스템, 전자 결재 확대를 위한 그룹웨어로 바꿨다. 금년 내 학내 정보 시스템을 포털 시스템 인프라로 바꾸고 2011년까지 차세대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또 학생들의 수강 신청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고성능 서버 시스템을 도입했고 3년 이상 노후된 PC를 전량 교체(2008년 8월)하고 그에 따른 인터넷 회선을 증설해 최신 사양의 컴퓨터 수업 실습 환경을 마련했다.

두산그룹이 재단을 맡은 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대학의 자본 종속, 순수학문의 위기, ‘두산대’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학생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김정연 학생은 “학문 단위 구조조정 때 시끄럽기도 했는데 총학생회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면서 나중에는 학생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일단 가시적으로 확연히 변한 것이 보이니까 (두산그룹의 재단 인수를)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태익 학생은 “‘두산 효과’로 입시 커트라인이 오르고 학교 위상이 높아지니까 학생들도 좋아하고 있다. 또 특수플랜트학과가 생긴다는 소문도 도는 등 두산에 대한 기대가 높다. 어쨌든 기존 재단보다 더 좋아하고 있다”고 반응을 전했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