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솔그룹이 함박웃음 짓는 이유
#1. SK증권은 지난 6월 18일 한솔제지에 대해 펄프 가격의 안정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면 투자 의견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도 기존 1만3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렸다.이 증권사 김기영 애널리스트는 “6월 펄프 가격이 지난 5월 수준인 870달러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유럽에서 톤당 20~30달러의 펄프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그동안 국제 펄프 시장의 수요 증가를 이끌었던 중국 시장이 안정된 움직임을 보여 펄프 가격 안정세에도 도움을 줬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제 펄프 가격이 안정되면서 그동안 펄프 가격 상승에 따른 원재료 부담이 해소됐다”며 “내년 상반기 말까지 한솔제지의 안정적인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6월 22일 한솔제지에 대해 견조한 판매가 인상 흐름이 펄프 가격 인상분을 상쇄하고 있으며 4월 이후 고지 가격 상승세가 멈춘 것으로 추정돼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 의견 ‘매수’와 목표 주가 1만8000원은 종전대로 유지했다.
이 회사 윤효진 애널리스트는 “판매 물량 확대, 판매가 인상에 따른 견조한 마진 유지의 영향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2분기 매출액을 3970억 원, 영업이익을 420억 원으로 추정했다.
한솔제지의 인쇄용지 내수 판매 물량은 4~5월 2개월 동안 8만 톤을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산업용지 내수 판매 역시 2개월 동안 4만7000톤으로 21% 증가했다고 우리투자증권은 분석했다. 판매가 역시 4월과 5월 두 차례 인상됨에 따라 6월 현재 인쇄용지 내수 가격은 약 10%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1위 인쇄용지 업체인 한솔제지가 칠레산 펄프 파동 등 불안정한 국제 원자재 시장 여건 속에서도 예상보다 좋은 경영 실적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한솔제지를 투자자들에게 추천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적지 않다.
올 1분기 순이익 852% 급증
회사 측이 발표한 올 1분기 한솔제지의 매출액은 3744억 원. 여기에 영업이익은 382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04%와 24.85% 증가했다. 순이익 역시 852%나 급증한 232억 원을 기록했다. 한솔제지 측은 칠레산 펄프 파동으로 국제 펄프 가격이 연초 710달러에서 820달러(4월 기준)까지 지속적으로 오른 상황에서 이같이 좋은 실적을 올린 것은 펄프 값 상승과 수급 불안에 대비해 지난해 미리 확보해 놓은 펄프를 1분기에 주로 투입,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6월 2일 치러졌던 지방선거도 수익성 개선에 한몫 톡톡히 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커져가는 상황에서 지방선거에 따른 종이 수요가 겹치면서 국내 인쇄용지 소비량은 금융 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지난해 1분기 37만 톤에서 올 1분기 47만 톤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쇄용지와 산업용지(백판지), 특수지로 구성된 이 회사의 안정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시장 변동성의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데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호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린다. 상반기의 경우 지난해 미리 확보해 둔 펄프를 투입해 원가 부담을 줄일 수 있었지만 7월부터는 값이 인상된 국제 펄프 가격을 원가에 반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솔제지 김진만 부장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 주는 것은 좋지만 하반기에는 솔직히 상반기보다 실적이 좋지 않게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펄프 가격이 내림세를 보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미연 유진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들어 중국의 펄프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칠레의 펄프 업체들도 속속 공장을 정상 가동하고 있다”며 “수요공급 불균형을 초래해 펄프 값 상승을 부추겼던 가장 큰 요인이 해소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펄프 가격이 6월을 정점으로 고개를 숙이기 시작해 제지 업체들의 이익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제지 업체들의 인쇄용지 1톤 판매가에서 원재료비를 뺀 제조 마진은 지난해 3분기 48만6000원에서 올 1분기에 32만2000원으로 줄었지만 올 4분기에는 40만 원 가까이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한솔제지의 목표 주가를 1만93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솔제지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던 그룹 계열사 리스크가 줄어든 것도 한솔에는 호재다. 한솔건설이 지난해 말 부실 자산을 정리한 게 대표적이다.
한솔제지는 실질적으로 한솔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회사다. 한솔그룹 관련 계열사가 좋은 실적을 올리면 한솔제지의 주가에도 어떤 식으로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아트원제지와 시너지 효과도
지난 2008년 11월 한솔제지에 인수된 아트원제지는 지난해 4년 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흑자 경영의 성과를 올리며 한솔제지와의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아트원제지의 올 1분기 매출액은 1332억 원, 영업이익은 39억 원이다. 이는 한솔제지와의 펄프 공동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 유통 채널 개선, 경영 혁신 노하우 공유 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되고 있다.
한솔제지와의 신수종 개발 및 연구를 통해 각 사업장별로 지종 전문화를 이룬 점도 수익성 개선에 큰 몫을 했다. 이를 통해 아트원제지는 타사와 차별화된 다양한 지종을 공급하고 고수익 지종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한솔제지가 49%의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한솔라이팅의 경우 삼성전자 발광다이오드(LED) TV로의 부품 공급이 증가하면서 지분법 평가 이익이 지난해 28억 원에서 올해는 상반기에만 5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김지효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쇄용지 마진율 상승과 자회사 지분법 이익 등이 향후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솔제지는 또 지류 유통 업체인 서울지류유통과 일진페이퍼를 인수하면서 생산과 유통의 수직 계열화를 구축, 종이 유통망을 강화,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최근 서유럽이나 일본의 선진 제지 업체들이 생산과 유통을 결합해 제지 산업을 발전시키고 외국사와 경쟁을 벌이는 사례처럼 한솔제지도 유통망 강화를 통해 생산·유통 단계에서의 비효율을 줄이고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안정적인 판매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펄프 파동을 계기로 원자재 가격 인상 및 수급 불안에 대비해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 및 충분한 재고 물량 확보에 나서는 등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 태세도 강화한 상태다.
김미연 수석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호재로 둘러싸였다고 할만한 한솔제지이지만 올 예상 주가수익률(PER)은 6.8배 정도에 그치고 있다. 이는 현재 유가증권시장 평균(약 9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큰 폭의 실적 개선에 주가 매력까지 갖춘 종목이 바로 한솔제지”라고 추천했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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