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라이스’

모든 노력을 쏟아 빚어낸 창조물이 사실은 괴물이었다. 이 전제는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신과 아담의 이야기에서부터 프랑켄슈타인 박사와 그의 괴물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판본에서 되풀이되어 온 소재다.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SF 스릴러 ‘스플라이스’ 역시 신의 영역을 넘보는 미친 과학자와 그의 아름다운 피조물 사이에 발생하는 비극을 다룬 최신 변형작이다.
[Movie] 인공 생명체가 주는 철학적 고민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 세상을 발칵 뒤집고 싶은 야심만만한 과학자 커플 클라이브(애드리안 브로디 분)와 엘사(사라 폴리 분). 그들은 인간 여성의 DNA와 조류·어류·파충류·갑각류의 유전자를 결합하는 금기의 실험을 강행해 신 생명체 드렌(델핀 샤네크 분)을 탄생시킨다.

빠른 세포분열을 일으키며 성장한 드렌은 각 종(種)들의 특징을 드러내며 기이한 아름다움을 내뿜고, 드렌에게 본능적인 모성을 느낀 엘사는 클라이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드렌을 끝까지 지키려고 한다.

마침내 드렌이 인간의 감정까지 갖추고 본능적으로 이성인 클라이브와의 교감을 시도하면서 예상치 못한 재난이 시작된다.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 배치된 충격과 스릴의 강도가 현저하게 다르다는 점이 아쉽지만 ‘스플라이스’는 상당히 흥미로운 화두를 몇 가지 던진다.

혈연을 통해 이어지는 인성에 대한 굳건한 믿음, 성욕과 생식욕 사이의 차이, 생물학적 섹슈얼리티의 경계, 그리고 과학의 윤리 문제까지. 영화는 인간과 타 생물의 유전학적 특징을 고스란히 갖춘 드렌을 통해 인간의 지식욕과 탐욕스러움 모두를 거울처럼 비춰 보인다.

SF를 지금까지 ‘공상과학물’이라고 번역하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SF는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미래에 가능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상황을 치밀한 구성과 방대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야 하는, 대단히 지적인 장르다.

‘스플라이스’의 신생명체 역시 허무맹랑한 백일몽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는 복제양·복제소·복제개 등을 이미 보아 왔다. 그리고 지난 5월 21일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인공 합성 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이 실렸다.

어쩌면 우리는 ‘스플라이스’를 통해 머지않은 미래에 인간이 아닌 생명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과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을 시작해야 하는 순간을 이미 맞이한 것인지도 모른다.q


파괴된 사나이
[Movie] 인공 생명체가 주는 철학적 고민
다섯 살짜리 딸 혜린이 유괴됐다. 신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가지고 있던 목사 주영수(김명민 분)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딸은 돌아오지 않는다.

8년 후 믿음도, 가족도 모두 잃어버린 채 타락한 삶을 살던 영수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냉혹한 유괴범 병철(엄기준 분)은 혜린이 아직 살아있다며 영수에게 또 한 번의 거래를 제안한다. 극과 극을 오가는 김명민의 열연이 스크린을 꽉 채운다.


슈렉 포에버
[Movie] 인공 생명체가 주는 철학적 고민
‘슈렉’ 시리즈의 완결판. ‘겁나 먼 왕국’에서 평범한 아빠와 남편으로 살아가던 슈렉(마이크 마이어스 분).

반복되는 일상에 따분함을 느낀 그는 자유로웠던 괴물의 과거를 그리워한다.

단 하루만이라도 과거로 돌아가길 꿈꾸던 슈렉은 악당 럼펠의 계략에 속아 넘어가 ‘완전 딴판 겁나 먼 세상’에 떨어지고 만다.

이곳에서 당나귀 동키(에디 머피 분)도, 슈렉의 사랑 피오나(카메론 디아즈 분)도, 장화 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 분)도 슈렉을 알아보지 못한다.


필립 모리스
[Movie] 인공 생명체가 주는 철학적 고민
자상하고 성실한 경찰이었던 스티븐 러셀(짐 캐리 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죽다 살아난 그는 지금까지 억눌러 왔던 욕망을 모두 채우면서 살기로 결심한다.

그는 천재적인 두뇌를 활용, 보험 사기와 카드 사기 등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을 벌이다 결국 감옥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난 운명적인 사랑, 필립 모리스(이완 맥그리거 분). 스티븐은 이제 필립과 함께하기 위해 7전8기 탈옥 사기에 도전한다. 1990년대 미국을 발칵 뒤집은 실화를 영화화했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