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과 오해의 질환 ‘조루증’

질문1 : ‘조루증과 발기부전은 같은 질환이다.’
질문2 : ‘발기부전제로 조루증을 치료할 수 있다.’
질문3 : ‘시간이 지나면 조루증은 저절로 사라진다.’
질문4 : ‘조루증은 성행위 기술과 상담으로 치료 가능하다.’

위 네 가지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했다면 당신의 조루증에 대한 지식은 낙제점이다. 그러나 실제 많은 성인 남녀가 조루증에 대해 이 같은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남성과학회가 4399명의 대한민국 전국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진행한 ‘조루증에 대한 네티즌의 인식 및 태도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성인 네티즌의 절반(50%)은 조루증과 발기부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의 경우 나이가 많을수록, 여성의 경우 30~4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더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30~40대가 활발한 성생활을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인식을 고려해볼 때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 ‘조루증이 성행위 기술과 상담으로 치료된다’고 믿는 경우는 79%(남성 80%, 여성 77%), ‘시간이 지나면 조루증이 저절로 사라진다’고 답변한 경우는 전체의 34%(남성 33.8%, 여성 35.2%)로 조루증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도가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루증은 대표적 남성 성 기능장애 중 하나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루증을 남성이 수의적 사정 조절이 부족해 스스로 원하기도 전에 클라이맥스에 도달해 사정해 버리는 증상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의학에서는 보통 질 내 삽입 후 2~3분 이내에 사정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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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 3분의 1이 겪는 성 기능장애

조루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질 내 삽입 후 사정까지의 자가 시간 측정 △사정 조절 여부 △성교의 만족도, 불편함(고통) 수반 여부에 대한 자가 보고가 중요하다. 최근 신체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 및 파트너와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 정서적인 부분이 중요시 되면서 조루증의 세 가지 조건에 모두 부합되는 경우를 조루증으로 판정한다.

대한남성과학회가 2008년 8월 국내 성인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한 조루증 유병률 관련 역학조사 결과 전체의 27.3%(560명)에 해당하는 남성이 자신 스스로를 조루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 남성의 3명 중 1명에 해당하는 비율인 셈이다.

특히 발기부전이 노화가 진행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면 조루의 경우 전 연령대에서 거의 동일한 유병률을 보인다. 20대 초반의 젊은이나 40~50대의 중년 신사들이 유병률에서 거의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한국 남성의 조루증 유병률은 발기부전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왕성한 성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젊은 남성의 경우도 높은 조루증 유병률을 보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선 성 관계의 경험이 없는 남자일수록 조루인 경우가 많고 경험이 많아질수록 증상은 개선된다고 하는데, 이는 근거 없는 속설에 불과하다.

조루증으로 진단된 1만2000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조루증 환자들은 일반 남성에 비해 심각한 수준의 성 기능장애를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루증 환자의 경우 자존감이 훨씬 낮았으며 이성 관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인 관계에 있어서도 두려움을 느끼고 불안하거나 당황하는 경우가 더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삶의 질이 낮고 전반적인 건강 수준도 정상인 남성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루증은 본인뿐만 아니라 그 파트너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루증 환자의 파트너 또한 성적인 만족도와 관계의 질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특히 두 사람 간의 친밀도가 조루증으로 인해 손상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조루증은 당사자인 남성에게 좌절감·수치감·창피함 등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것뿐만 아니라 원만하지 못한 부부 관계로 결혼 생활을 깨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처럼 조루증은 환자의 신체적 불편을 넘어 심리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가진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많은 조루증 환자들이 전문가의 상담이나 치료보다 인터넷이나 민간요법 등 부정확한 정보에 의존하고 있다.

△성관계 갖기 전 자위행위 하기 △술 마시고 성관계 갖기 △귀두를 칫솔로 문지르기 △콘돔을 여러 장 사용하기 △성관계 시 다양한 체위로 변경하기 △찬물로 샤워한 뒤 성관계 하기 △숨을 깊이 쉬기 등이 사정을 지연시킨다고 알려진 성 지식과 민간요법들이다. 이러한 부정확한 정보는 주로 인터넷상에서 전파되고 있다. 이에 따라 네티즌들은 조루증과 관련해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조루증 환자들의 많은 수가 전문가와의 상담을 기피하고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잘못된 조루증 치료 정보를 습득한다 점이다.

대한남성과학회(회장 박광성, 전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가 발표한 2009년 아시아 지역 남성 4997명을 대상으로 한 ‘조루 유병률 및 태도에 관한 조사(AP PEPA)’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20%는 의사와의 상담을 매우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리핀 17%, 태국 13%, 홍콩·말레이시아 4%, 인도네시아 0%였다. 이 때문에 한국 성인 네티즌의 77%는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오세아니아 42%, 태국 26%, 중국 25%, 필리핀 23%, 홍콩 8%, 인도네시아 1% 등으로 나타났다.

새 치료법,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등장

대한남성과학회 박 회장은 “부끄럽다고 치료 받지 않거나 인터넷에 떠도는 글에 의존하면 자칫 병을 키우거나 잘못된 치료법으로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비뇨기과 전문의의 적절한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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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조루증의 치료에는 약물요법이 있다. 약물요법은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Priligy)’가 있다. 만 18~64세까지 사용하도록 정식 허가된 최초의 경구용 치료제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성관계 3시간 전에 복용해야 하는데, 사정중추에 작용하기 때문에 국소마취제와 달리 성감을 전혀 둔화시키지 않고 사정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 장점이다.

임상 결과 조루증 환자들의 사정 시간이 평균 3~4배, 최대 7배까지 증가했으며 사정 조절 능력에 대한 평가 시 ‘매우 좋다’ 혹은 ‘좋다’로 답한 비율이 평소 0.4%였던 것이 프릴리지 복용 후 20~30%로 향상됐다.

또 조루증으로 인한 스트레스 및 파트너 등 대인 관계의 어려움이 감소됐고 성관계 시 느끼는 환자 스스로의 만족감과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도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조루증 환자 본인과 파트너의 정서적인 문제 개선에도 뚜렷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의해야 할 것은 프릴리지는 정력제가 아니라 조루증 환자 치료를 위한 전문 치료제이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진단을 통해 처방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조루증의 치료는 단순히 사정 시간이 조금 연장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환자의 자존감이 향상되고 배우자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남성이 조루증으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이런 조루 증세가 환자 자신의 신체적 불편함뿐만 아니라 심리적·사회적 부분으로까지 여러모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조루증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적극적이고 올바른 치료는 더욱 시급하다.

또한 치료할 때도 남성과 여성이 충분히 증세에 대해 열린 자세로 대화하면서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보인다면 조루증으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