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부쩍 줄었다. 미국에 이어 유럽발 금융 위기 등 국제적인 경제 한파는 투자 심리를 불안하게 하고 그럴수록 우리 경제도 경기가 침체돼 사람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으니 아무리 작품성 있고 유명한 레퍼토리를 무대에 올려도 관심을 끌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말 그대로 공연계도 불황인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 클래식 연주회도 연주자와 관계있는 제자와 학부모·친지·지인들의 눈도장식 인사치레 외에 진정한 음악 애호가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고,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뮤지컬의 경우에도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으니 공연 기획자들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세계 4대 뮤지컬로 손꼽히는 ‘미스사이공’과 같은 대작도 투입된 예산에 비해 벌어들이는 수입이 부족한게 현실이다. 더구나 매번 흥행에서 대박을 터뜨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도 당초 기대에 못 미쳤으며 무용이나 순수 연극의 경우에는 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따금 공연이 취소되기도 한다.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크로스오버 테너 P 씨도 수십 년간 가스펠을 노래하면서 자리를 굳혀 왔지만 최근 들어 준비한 콘서트의 티켓 판매가 여의치 않자 공연을 취소한 바 있다.

또한 음악성과 스타성을 두루 갖추고 청초한 매력을 발산하며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J 양도 이미 현수막과 포스터까지 붙이는 등 널리 홍보했지만 티켓 예매가 매우 저조해 결국 공연을 포기하는 등 실력과 명성이 무색할 만큼 공연계의 어려움에 기획자들은 눈물을 머금는다. 여기에 기업의 협찬 광고의 섭외도 만만치 않으니 공연 기획자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보고서에서 본 통계 가운데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연중 무대예술 공연 관람을 위해 티켓을 구매하는 관객의 수가 5%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고하니 정말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으며 활동하는 예술인들과 기획자들을 더 처량하게 만든다.

심지어 사회적으로 저명한 인사들 가운데는 티켓을 구입하는 것을 오히려 부끄러워하고 초대권을 얻어야 권위를 내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많다. 그래서 관심의 대상이 되는 공연에는 초대권 요청이 감당 못할 정도로 쇄도해 공연 기획자나 관계자가 전화를 아예 받지 않거나 심지어 잠적해 버리는 웃지 못할 일도 종종 벌어지곤 한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는 ‘공연계의 해묵은 관행으로 지적받아 오던 초대권을 국공립 예술 기관을 중심으로 폐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10년 하반기 중점 예술 정책’을 발표했다.

국공립 예술 기관 중 예술의전당·국립오페라단·국립발레단·서울예술단 등 7개 기관은 당장 7월부터 초대권을 내지 않고 명동예술극장·국립합창단·코리안심포니 등 3개 기관은 7월부터 전체 객석의 20%로 초대권 발권 수를 줄이고 내년 1월엔 전면 폐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대권 폐지를 통해 관람료가 인상되는 것을 막고 다양한 형태의 할인 제도를 확대해 일반 관객이 저렴한 비용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정책이 자리를 잡아 공연 기획자들의 부담도 덜고 관객이 보다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필자는 독일에서 현대음악회를 관람한 적이 있다. 그야말로 재미없는 음악회에 많은 관객들이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휴식 시간에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정말 부러웠다. 그때 한 관객이 그날 음악회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오늘의 연주회가 지루했지만 우리가 음악회를 찾아주지 않으면 누가 우리 음악인을 보호하겠는가”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시원한 바람을 쐬며 우리도 공연 티켓을 사서 함께하고 싶은 사람과 즐거움을 나누는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CEO ESSAY] 공연 티켓 좀 삽시다
박인건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


약력: 1957년생. 83년 경희대 음대 졸업. 86~87년 공연 기획사 아트피아 사장. 87~2004년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공연부장. 2004~2006년 충무아트홀 사장. 2006년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현).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겸임교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