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계 자금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남유럽 경제 위기로 세계경제가 어수선한 가운데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5월에만 총 5조4000억 원어치의 주식이 매도됐다. 그런데 그중에서 3조1000억 원이 유럽계 자금으로 밝혀졌다.

전체 매도 금액의 60%가 유럽계 자본의 매도 액수인 것이다. 미국계 자금의 주식 순매도 액수가 불과 2000억 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럽계 자금의 매도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흥미로운 것은 주식이 5조4000억 원 매도된 반면 채권의 경우 2조8000억 원이 순매수됐다는 점이다. 이 덕분에 자본의 순유출 규모는 2조6000억 원 정도로 줄었다.

유럽계 자금의 경우 채권을 1조4000억 원 순매수했는데 주식에서 순매도, 채권에서 순매수임을 감안하면 순유출 액수는 1조700억 원 정도가 된다.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는 발표 이후 시장이 요동을 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있어서 외국자본의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된다. 사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직후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기 시작한 외국자본의 규모는 그해 12월 말까지 4개월여 동안 약 700억 달러에 달했다. 2009년 통틀어 500억 달러가 빠져나간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큰 액수였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 유출된 액수는 250억 달러에 달했었다. 10월 한 달 동안 환율이 요동을 치면서 1600원 근처에 달하는 등 리스크가 대단히 커져 버렸고 외환위기 가능성이 일부 제기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물론 외화보유액이 2700억 달러 수준에 달했었고 이 덕분에 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 등의 국가와 체결한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도 큰 역할을 했다. 이 덕분에 환율이 다시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당시 시장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외화보유액의 크기만큼이나 외국자본의 관심사가 되었던 것이 1000억 달러 근처까지 갔던 단기 외채의 수준이었다.

물론 당시 단기 외채가 이처럼 규모가 커진 것은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때문이었다. 기업들이 선물환 매도를 할 경우 은행들은 선물환 매수로 이에 대응하는데, 이는 은행들이 일정 기간 후 받게 될 달러가 생긴다는 얘기다.

나중에 달러를 받아서 이를 처분하려고 할 때 얼마에 처분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므로 은행들은 선물환 매수 계약을 체결하고 나면 이에 따른 위험에 대비하게 된다. 즉, 자신이 받게 될 달러만큼 미리 부채를 일으키는 것이다.

물론 선물환과 연계된 단기 외채는 일반적인 단기 외채와 성격이 다른 면이 있다. 은행 입장에서 일정 기간 후 받게 될 돈만큼 부채를 빌려오는 것이다. 선물환 매도 계약을 한 기업들이 만기 시점에서 달러를 넘기게 되면 은행들은 이를 받아 즉시 부채를 청산하므로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이 이런데도 일단 위기가 오면 국가 경제 전체의 리스크를 볼 때 단기 외채의 규모 자체가 문제가 된다. 이유가 어떻든 단기 외채가 큰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최근 외환 당국이 검토하는 단기 자본 규제 방안을 보면 선물환 포지션의 크기 규제, 차익 거래를 위한 채권 매수에 대한 세금 부과, 은행 건전성 규제 강화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궁극적으로 단기 외채 규모를 줄이고 우리의 국가 신용도를 악화시키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때 외은 지점의 반발 등을 고려해 우리가 주도하기보다 G20 같은 국제적인 논의의 장에서 이를 논의, 동시적으로 여러 국가가 이를 도입하도록 유도할 경우 의도된 효과와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 자본 규제의 필요성이 공감대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규제의 수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한미FTA좌담회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20060612..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약력: 1960년 서울 출생. 1984년 서울대 물리학과 졸업. 1993년 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1995년 명지대 무역학과 교수. 2004년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사무총장. 2005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현). 2006년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