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I CEO’ 신화 주역 강신장 전무의 변신

[Business Focus]  “더 늦기 전에 도전…배운 것 펼쳐 봐야죠”
삼성경제연구소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최고경영자(CEO) 커뮤니티 ‘SERI CEO’를 기획하고 만들어낸 사람. 1만 명 이상의 기업체 CEO들을 ‘창조경영 학교’로 등교시킨 유혹의 달인. 스스로 ‘가치 디자이너’ 또는 ‘콘셉트 크리에이터’로 불리길 원하는 사람.

강신장 세라젬 대표이사 사장 앞에 붙어 다니는 말은 이처럼 다양하다. 올 초 세라젬 사장으로 이직하기 전까지 그는 무려 26년을 삼성에서 일한 ‘골수 삼성맨’이었다.

1983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후 삼성인력개발원, 회장 비서실, 구조조정본부, 삼성경제연구소 등 삼성그룹의 소위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쳤다.

그렇게 ‘잘나가던’ 그가 돌연 지난해 말 삼성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처음 사표 내겠다고 하니까 위에서 의아해 하시며 만류했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옮기는 것인지 물어보기도 했고요. 그래서 솔직히 말씀드렸죠. 돈이나 조건 때문에 옮기는 것은 아니라고요.

우리 나이로 제가 올해 쉰셋인데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고 싶어서 옮긴다고 얘기했습니다. 새 일터에서 제가 그동안 배우고 갈고닦았던 것을 펼치고 싶은 욕구도 제 내면에 있었고요. 처음엔 만류하던 분들도 제 진심을 알고 기꺼이 응원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체인 삼성의 임원(전무) 자리를 박차고 나와 새로운 세계로 도전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을 터. 더구나 그가 옮긴 세라젬이라는 회사는 헬스케어 전문 업체로 그가 젊음을 보낸 삼성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직장이다. 두렵지 않았을까.

불안·초조로 수면제 복용하기도

“아이고 말도 마세요. 저라고 왜 두렵지 않았겠습니까. 혈혈단신으로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데, 만약 잘못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지난해 말에는 정말 불면증에 시달릴 정도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어떤 날은 수면제를 복용하고서야 겨우 잠들기도 했죠.

제가 성격이 약간 급한 편인데 이것도 한 요인이 된 것 같아요. 정식으로 사장에 취임하기 전인데도 진작부터 제 나름의 경영 구상을 했어요. 그런데 이거다 싶은 그림이 바로 떠오르지 않는 거예요. 그때는 정말 조급함과 불안함, 초조함 속에서 보냈던 시간인 것 같습니다.”

세라젬으로의 ‘이적’에는 강 사장 본인의 도전 의식만 작용한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 가을 이환성 세라젬 회장의 적극적인 ‘구애’도 한몫했다. ‘SERI CEO’ 회원이기도 했던 이 회장은 함께 일해보자며 ‘오퍼’를 냈다.

“가을께 어느 날 이 회장님이 인류를 위해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며 저에게 제의하셨습니다. 갈등도 없지 않았지만 이때를 놓치면 다시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흔쾌히 제의를 받아들였죠.”

‘삼성맨’에서 세라젬의 대표로 옮긴 지 이제 갓 6개월. 그는 지금 ‘혁명’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직한 지 반 년밖에 안 됐는데 ‘혁명’이라니 무슨 ‘혁명’을 한다는 말인가.

“‘혁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보는 분들이 있는데 기존의 관행과 관습을 몽땅 바꾸는 게 제가 생각하는 혁명입니다. 세라젬의 혁명 분야는 크게 4가지입니다. 제품과 영업 방식, 전략, 그리고 문화의 혁명입니다.

이 중 문화의 혁명이 가장 중요한데, 앞의 3가지 혁명을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우리 회사를 송두리째 바꾼다고 보면 정확할 겁니다.”

가능성 무궁무진한 헬스케어 산업
[Business Focus]  “더 늦기 전에 도전…배운 것 펼쳐 봐야죠”
그는 세라젬을 ‘작지만 강한 회사’라고 정의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200억 원이며 수익은 300억 원이다. 눈여겨볼 점이 있다면 이 회사는 수출 비중이 98%이며 전 세계 70개국에 3000개의 대리점을 거느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외국에서 더 유명한 회사인 셈이다.

강 사장은 세라젬이 지향하는 ‘헬스케어’ 분야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는 건강과 휴식, 재충전이 사람들의 중요한 관심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향후 우리 사회의 성격을 규정지을 세 가지 열쇳말(키워드)로 저는 도시화·온난화·고령화를 꼽고 싶습니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은 갈수록 나빠집니다. 게다가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로 지구환경도 열악해질 게 분명합니다.

이것뿐이 아닙니다. 이러한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우리 인간들의 수명은 갈수록 길어집니다. 이런 척박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피폐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위로 받고 싶어합니다.

헬스케어 산업은 큰 눈으로 보자면 상처받는 사람들을 안아주고 희망을 충전해 주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간은 원래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복합적이며 완전한 존재라는 게 강 사장의 생각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몸과 마음을 따로 분리해서 몸 따로, 마음 따로 치유의 방책을 찾으러 다니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난다고.

“제가 요즘 크게 깨달은 게 하나 있습니다. 대개 사람들은 금연을 한다든지, 뭔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마음부터 먼저 먹습니다. ‘이번엔 결단코 무엇을 해야지~’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지만 그건 잘못된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을 우리 스스로 귀하게 여기고 극진히 대접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귀한 대접을 받은 우리 몸이 먼저 정신을 차리면 마음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습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걸 깨닫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세라젬은 이런 그의 ‘깨달음’을 실천해 나가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파해 나가는 데 최적의 회사라고 그는 생각한다. ‘SERI CEO’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창조와 변화의 DNA를 퍼뜨렸던 그가 새롭게 선택한 세라젬에서 어떤 사고(?)를 또 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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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달리는 도서관’에서의 인터뷰

“창조의 영감은 잘 노는 데서 나오죠”

강신장 세라젬 사장은 매일 아침 7시 고속도로를 이용해 천안으로 출근한다. 세라젬 본사가 천안에 있기 때문이다. 꽉 짜인 스케줄 속에서 하루하루가 바쁜 강 사장을 만나기 위해선 기자도 강 사장의 동선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는 지난 6월 8일 아침 7시 15분, 달리는 그의 에쿠스 승용차 안에서 시작해 2시간 남짓 동안 이뤄졌다.

강 사장은 그의 승용차를 ‘달리는 도서관’이자 음악 감상실, 지인들과 수다 떠는 방이라고 표현했다. 출퇴근하는 1시간 20분가량의 시간은 누구에게도 터치 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만을 위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동승한 날 강 사장은 차 안에 설치된 DVD 플레이어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줬다.

베르디가 만든 세계적인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의 녹화 동영상으로부터 시작된 DVD는 카라얀이 지휘하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을 거쳐 마이클 잭슨의 팝송과 우리나라 가수 강진의 ‘땡벌’로까지 이어졌다.

클래식에서부터 트로트에 이르기까지 강 사장의 취향에는 가리는 게 없었다. 차량에는 음반이나 DVD 외에도 강 사장이 즐겨 탐독하는 책들도 다수 비치돼 있다는 게 운전사의 전언이다(이날은 공간 확보를 위해 책을 치웠다).

강 사장은 평소 ‘나는 놈 위에 노는 놈 있다’라는 말을 즐겨 한다(최근 펴낸 신간 ‘오리진이 되라’의 원제목도 ‘나는 놈…’으로 하려고 했단다). 창조의 원천이 되는 영감을 얻기 위해선 다양한 장르의 분야를 섭렵해 보는 것이 필수라는 그의 말은 ‘SERI CEO’를 운영하면서 인문학·미술·음악·와인 등 얼마나 많은 분야에서 전문가들과 ‘놀았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는 차 안에서도 “새로운 세계에 가서 놀아보는 것은 정말 필요합니다.

잘 놀아보지 않고선 결코 그 세계를 알 수 없는 것이거든요. 지난 10년간 운이 좋아 많은 분들과 어울리고 놀아본 제가 자신 있게 하는 말이니까 믿어도 좋습니다”라고 강조했다.

2시간 남짓 동행한 에쿠스 승용차 안에서 그의 끊임없는 열정과 창조력의 원천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약력 : 1958년생. 81년 한양대 경제학과 졸업. 94년 연세대 경영대학원 마케팅 석사. 2007년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83년 삼성그룹 입사. 84년 삼성인력개발원. 95년 삼성비서실 인사팀. 2004년 국무총리실 경영혁신 자문위원. 2002~2009년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실장. 세라젬 대표이사 사장(현).


김재창 기자 cha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