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밥 카페 ‘나물먹는 곰’

[맛집 & 멋집] 세련된 카페서 만나는 푸근한 맛
고급스러운 한정식당이 아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한식 레스토랑도 아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요즘 젊은 세대들이 좋아할 만한 깔끔하면서도 센스 있게 꾸며진 카페나 다름없다.

그런가 하면 고추장이나 된장들이 나란히 숨쉬고 있는 장독대와 유리창 너머로 들여다보이는 주방의 큰 가마솥들에서는 시골집 특유의 푸근한 감성도 느껴진다. 이곳이 바로 요즘 홍대 근처에서 밥맛 좋기로 유명한 밥 카페 ‘나물먹는 곰’이다.

3층집의 2층과 3층을 밥 카페로 활용하고 있는 이곳은 배를 두드리며 뒹구는 모양의 귀여운 곰 캐릭터의 간판을 보고 대문을 들어서면 곧장 2층과 3층으로 향하게 된다. 2층의 입구에는 너른 마당과 같은 야외 테라스가 펼쳐져 있다.

군데군데 심어져 있는 나무며 벤치, 한쪽에 모셔져 있는 장독대들, 편안한 생김새의 테이블들이 어우러져 여유로운 풍경을 자아내는 이곳이 이 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집의 주요 메뉴는 곰탕과 비빔밥이다.

특히 메뉴에 올라있는 모든 밥이 다 가마솥에서 갓 지어낸 따끈따끈한 가마솥 밥이어서 그야말로 ‘밥맛’다운 ‘밥맛’을 선보인다. 단정하고 고운 모양새의 놋그릇과 나무 접시에 담겨 나오는 모든 반찬들은 이곳 주인장 어머니의 손맛에서 비롯된 경상도 맛이다.

정성들여 우려내 뽀얀 국물 빛을 자랑하는 곰탕은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국물 반, 고기 반이라고 할 정도로 푸짐한 고기 양을 자랑한다. 주인장 어머니가 무쇠 가마솥으로 직접 끓여내는 이 곰탕에 들어 있는 고기들은 모두 고기 맛 좋기로 유명한 언양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들이다.

한편 가짓수 많은 나물들과 함께 비벼 먹는 비빔밥 메뉴들은 특히 환상적인 장맛과 어우러져 더욱 더 그 빛을 발한다. 하나하나의 맛있는 나물 재료와 가마솥 밥이 경상도 특유의 얼큰하니 매운맛이 살아 있는 고추장과 함께 어우러져 한결 더 풍성한 비빔밥 맛의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비빔밥에 반주 한잔을 더해도 좋다.
[맛집 & 멋집] 세련된 카페서 만나는 푸근한 맛
비빔밥에 막걸리 한 잔을 더한 ‘하얀곰비빔밥 소반’, 와인 한 잔을 더해 ‘빨간곰비빔밥 소반’, 아사히 생맥주를 더해 ‘아사곰비빔밥 소반’ 등 재미있는 이름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이 비빔밥 세트 메뉴는 자못 지루해질 수 있는 식사 자리를 한결 유쾌하면서도 경쾌한 자리로 만들어 준다.

맛좋은 언양 한우로 만들어 내는 전골 메뉴나 모둠 한우 수육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메뉴이지만 좀더 경상도 밥집다운 맛을 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배추 지지미’를 먹어봐야 한다.

경상도에서 흔히 ‘배추적’이라고 부르는 ‘배추 지지미’는 다른 지역에 비해 좀더 두껍고 푸짐한 내용물로 씹는 맛을 강조해 만들어지는 편인데, 이곳의 ‘배추 지지미’ 또한 두께는 그리 두껍지 않지만 경상도 적 특유의 조금은 기름진 듯하면서도 씹히는 질감이 제대로다.

세련된 모던함과 경상도 시골의 푸근함을 함께 간직한 ‘나물먹는 곰’, 한정식이나 평범한 한식 레스토랑에 싫증났다면 가볍고 부담 없게 즐길 수 있는, 그러나 건강한 밥상이 그리운 이들이라면 찾아가 봄직하다.


영업시간 : 12:00~23:00
메뉴 : 가마솥차씨곰탕소반 1만2000원, 나물곰비빔밥소반 7000원, 하얀곰비빔밥소반 1만1000원, 빨간곰비빔밥소반 1만1000원 등.
위치 : 홍대 정문에서 극동방송국 방향 삼거리 우회전
예약 문의 : (02)323-9930

김성주 객원기자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