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자전’

고전이 따분해질 수도, 흥미진진해질 수도 있는 건 모두 한순간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MTV 팝스타처럼 로미오를 재해석한 ‘로미오+줄리엣’, 키이라 나이틀리가 모던한 말괄량이로 엘리자베스 바렛을 부활시킨 ‘오만과 편견’, 강동원이 장난꾸러기 초능력자로 등장한 ‘전우치’. 김대우 감독의 신작 ‘방자전’이 바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방자전’은 ‘춘향전’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 음풍농월과 색(色)을 강렬하게 가미한 에로틱 드라마다.
[Movie] ‘마당쇠’의 남성미에 반한 춘향
서른이 넘도록 하인 노릇에 익숙한 몸종 방자(김주혁 분). 그는 놀기를 좋아하는 도련님 몽룡(류승범 분)을 따라간 기방 청풍각에서 여주인의 딸 춘향(조여정 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다.

몽룡 또한 춘향을 눈여겨본다는 점 때문에 애써 잊으려 하다가 자신을 하대하는 몽룡의 태도에 발끈해 춘향을 향한 연심을 거침없이 보여준다. 춘향 역시 방자의 남자다움과 자상함에 흔들리지만 몽룡을 통해 이룰 수 있는 신분 상승의 꿈을 버리지는 못한다.

김 감독은 “어떻게 ‘춘향전’이라는 고전이 만들어지고 가공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버전으로 안착했는가”에서 출발해 “‘춘향전’의 진짜 주인공은 방자”라는 도발적인 선언으로 마무리한다.

그에 더해 전국 곳곳의 비경, 고루하지 않게 우아한 고전 가요, 서양 18세기의 로코코 시대를 연상시키는 파격적이고 섹시한 의상과 미술이 눈을 즐겁게 한다. 무엇보다 방자에게 연애 비법을 전수하는 마 영감 역의 오달수와 똑똑한 사이코패스 변학도 역 송새벽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쉴 새 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김 감독은 ‘정사’,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각본가로 명성을 날렸으며 ‘음란서생’, ‘방자전’의 각본 겸 연출까지 맡았다. 다시 말해 그는 남녀상열지사의 음담패설을 점잖고 우아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포장할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다.

그러나 ‘음란서생’에서 조금 아쉬웠던 부분이 ‘방자전’에서도 반복된다. 흥미로운 역발상의 아이디어가 중반까지는 속도감 있고 상당히 센 수위로 펼쳐지다가 마지막에 이르러 일종의 감동과 진심을 전해 주려고 하는 안전한 결말로 마무리된다는 것. 중반부까지의 전개에 몰입한 관객이라면 후반부에서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
[Movie] ‘마당쇠’의 남성미에 반한 춘향
‘007 카지노 로얄’의 마틴 캠벨과 ‘랜섬’,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이 만난다면? 정통 액션 스릴러의 탄생을 직감할 수 있을 것이다.

법질서에 충실한 베테랑 형사 크레이븐(멜 깁슨 분)은 오랜만에 만난 딸 엠마와 오붓한 저녁을 즐기던 중 자신의 눈앞에서 의문의 괴한이 딸을 살해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그는 복수심에 사로잡혀 단독 수사에 나서고 딸이 근무하던 국가기밀연구소에 얽힌 거대한 음모를 파헤친다.


유령 작가
[Movie] ‘마당쇠’의 남성미에 반한 춘향
전직 영국 총리 애덤 랭(피어스 브로스넌 분)의 자서전을 집필하게 된 유령 작가(이완 맥그리거 분). 엄청난 보수에 이끌려 수락한 작업이지만 일이 진행될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걸 직감한다.

유령 작가(대필자)는 자살 혹은 사고사로 알고 있던 전임자가 사실은 엄청난 음모의 한복판에서 살해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그는 전임자가 이곳저곳에 남긴 단서들을 따라 영국과 미국 사이에 얽힌 엄청난 음모에 뛰어든다.


축구의 신 : 마라도나
[Movie] ‘마당쇠’의 남성미에 반한 춘향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축구의 신이 탄생했다. 아르헨티나 선수 디에고 마라도나가 핸들링 파울을 범하며 득점했지만, 이것은 골로 인정된다.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이다.

하지만 마라도나는 바로 3분 뒤 홀로 6명을 제치고 60m를 달려 추가골을 터뜨리면서 최고 스타로 등극한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은 거대한 대중 스타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선수로 아직까지 기억되고 있는 마라도나의 인간적인 면모를 따라가기 위해 카메라를 든다.

김용언 씨네21 기자 eun@cine21.com